
◇ 외부조정제도 국회 통과되던 날의 소회
▶ 지난 12월 2일은 세무사들로서는 운명의 날이었다. 외부세무조정제도와 관련된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의결이 오후 2시에 있다고 하여 백운찬 회장님을 비롯한 일부 본회 임원들은 미리 국회에서 나가서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나중에 출발하는 일부 임원들과 함께 서초동 세무사회관에 집결하여 국회의사당이 위치한 여의도로 출발하였다. 한동안 가뭄 때문에 온 나라가 아우성이었는데 이날은 초겨울에 접어들면서 많은 비가 내렸다.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하였다.
임원들을 태운 차량이 서초동 세무사회관을 출발하여 대법원 옆을 지날 때는 지난 8월 20일 대법원 대법정에서 대법관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지방국세청장의 법무법인에 소속된 변호사에 대한 조정반 지정신청 거부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모습이 새삼 각인되었다.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규정한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의 각 시행령‧시행규칙은 무효” 라는 판결이었다. 대법원장이 직접 판결문을 낭독할 때 세무사회 앞날에 닥칠 고난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짐작했기에 온 몸에 전율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 본회 임원으로의 취임…흔들리는 거래처
▶ 대법원이 세무사회에 던진 판결은 지난 6월 한국세무사회 제29대 회장선거에 백운찬 회장님과 함께 연대부회장 후보로 전국을 다니면서 선거운동을 하고, 6월 30일 총회에서 당선이 확정되면서 집행부를 구성하는 작업과 함께 본회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동분서주하고 있던 상태에서 나온 판결이라는 점에서 당황스러움을 넘어 충격적이었다.
특히 외부조정제도는 세무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직무이기 때문에 담당부회장으로서 앞으로 외부조정제도가 법률로 규정되지 않을 경우 경우 회원들로부터 받을 비난은 물론 세무사 업역에 심각한 도전을 받을 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이런 사정은 개인사무실 문제까지 겹치면서 더욱 곤혹스럽고 힘든 여정이었다. 그리고 단체의 부회장으로서 책임을 맡는 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무거운 책무라는 것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당시 사무실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던 팀장이 세무사시험 공부를 하겠다고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였고, 업친 데 덮친 격으로 팀장이 사직함에 따라 그 역할을 경력이 가장 많은 직원이 수행할 지시하였더니 그 다음 날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동시에 두 사람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팀장은 사직서 제출 이전에 해외여행을 예약해 놓았다고 하고, 또 다른 직원은 사직예고일이 되자 연락도 없이 출근을 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급하게 직원을 채용하려고 광고를 내도 마땅한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그나마 면접 온 사람들은 빈자리가 보이는 텅텅 빈 사무실을 보고는 오히려 나를 면접하는 꼴이 되었다. 직원 채용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도 마땅한 직원은 나타나지 않고 사무실 업무를 총괄하던 팀장은 해외여행을 떠나가 버렸다.
집행부가 손발을 맞추기도 전에 세무사들의 중요한 직무인 외부조정제도의 존폐위기라는 중대한 도전을 극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백운찬 회장님의 의지에 따라 매일같이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세무사회내에 설치된 외부조정제도 법제화를 위한 TF였다. 지난 4개월은 솔직히 아침에 일어나면 개인사무실보다 서초동회관이 먼저 머리에 떠올랐다.
사무실 직원 채용을 위한 면접 볼 시간이 없어서 밤 9시나 10시에 면접을 하기도 하였다. 다행히 경력지원자 중 마땅한 사람이 나타나서 채용을 확정하고, 그 직원이 첫 출근하는 날 아침에 일찍 출근하여 업무을 분담시키고 또다시 외부조정제도에 대한 대책회의를 하기 위하여 본회로 향하였다.
그런데 이튿날 개인 사무실에 출근하였더니 어제 첫 출근했던 직원은 출근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확인을 했더니 나이어린 직원이 예의없이 대했다고 출근하기가 곤란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마음이 다급하여 전화로 거듭 근무해 줄 것을 요청하였더니 그 다음에는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 다시 직원 채용 광고를 내고 주위에 부탁해서 새로운 직원을 뽑아서 출근을 시키고, 업무를 배정하고 나서 또다시 외부조정제도에 대한 대책회의를 위하여 본회로 출근했다.
본회 회관으로 향하면서도 지난번에 하루 출근하고 안 나온 직원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새로 들어온 직원이 잘 적응을 할지에 대해 우려를 하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새로 온 직원은 오전에 현황을 파악하고는 오후에는 어디론가 줄행랑을 쳤다고 한다. 그렇게 직원을 채용하지 못하여 3개월 이상 혼란을 겪는 동안 많은 거래처는 흔들기기 시작하였고, 일부는 이탈하기도 하였다. 다행히 그 다음에 채용된 직원은 잘 적응하고 있어서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
◇ 외부조정제도 존치를 위한 비상대책회의
▶ 세무사회의 외부조정에 대한 대책회의는 대구지방국세청의 법무법인에 소속된 변호사에 대한 조정반 지정신청을 거부한 사건과 관련하여 대법원 판결이 예고된 날부터 시작되었다.
백운찬 회장님께서는 대구지방국세청이 패소할 경우를 대비하여 그동안 본회 임원들과 연구기획팀이 함께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는 과정에 지난 8월 20일 대법원에서 법률에서 구체적 위임이 없는 외부세무조정제도를 규정한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각 시행령‧시행규칙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고 그날부터 백운찬 회장님의 지휘아래 본회 3층 소회의실은 밤낮없이 관련 세법과 세무사법 등 외부조정제도와 관련된 법령에 대한 분석과 함께 외부조정제도 존치를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수없이 열었다.
그리고 우리 회의 입장을 최종 정리해 관계기관에 건의하였다.
이에 기획재정부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일주일만에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 대한 외부조정제도에 대한 입법예고를 하였고,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안으로 확정했다. 참으로 기민한 대응이었고, 임원들의 열정과 단결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소통과 화합의 힘을 직접 목격했다.
◇ 이해관계자의 반대 극복…외부조정제도의 역사적 국회 본회의 통과
▶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에 대한 정부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되자 그동안 기회만 있으면 세무서비스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찾고 있던 경영기술지도사회는 ‘강제외부세무조정’ 법제화 철회 등에 언론광고를 내기도 하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더욱이 한국납세자연맹과 같은 시민단체에서는 강제외부세무조정제도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을 하기도 하였고, 기획재정부와 법제처가 ‘강제외부세무조정제도’가 포함된 법안을 입법예고하는 과정에서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경위를 규명해달라는 취지의 감사원 감사청구서를 제출하기도 하였다. 우리의 논리와 주장을 국회에 제대로 전달하고 설명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이해관계자들의 주장에 대한 반론을 만드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했음이 여실히 증명되는 순간들이었다.
이러한 이해관계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백운찬 회장님을 비롯한 본회 집행부에서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법사위원회 등의 관련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외부조정제도 도입 배경과 공정한 과세, 납세자 편의, 징세비용의 절감 등의 외부조정제도 존치의 당위성을 마련하여 설득하기도 하고, 친소관계에 있는 회원들에게 의원들을 설득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매일 같이 챙기는 등 한마디로 세무사회는 외부세무조정제도를 입법화하기위한 ‘입법전쟁’을 치루었다.
솔직히 국회의원들에게 우리의 입장과 논리를 설명하는 노력이 쉬운 일은 아니다. 책임을 맡아 직접 행동을 해보지 않고는 그 누구도 쉽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집행부와 전 회원들의 노력으로 마침내 지난 12월 2일 밤 11시 41분에 관련법령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었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을 지킨 백운찬 회장님을 비롯한 세무사회 집행부 임원들은 주먹을 불끈 쥘 수 있었다. 그리고 만세삼창을 불렀다. 물론 마음속으로였다.
◇ 세무사회의 외부조정제도의 법제화 노력과 공인회계사회의 역할
▶ 외부조정제도는 세무사를 비롯하여 공인회계사와 2003년 이전에 합격한 변호사가 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를 존치시키기 위하여 집행부를 비롯해서 우리 회원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을 개정하는데 앞장서서 개정하는 쾌거를 이루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그렇지만 외부조정제도를 개정하는데 동참해야 할 회계사회에서는 함께 노력하는 분위기가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회가 외부조정제도 법제화를 추진하는 뒷편에서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3월말까지 법인세 신고를 하던 것을 4월말까지 신고를 하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었다.
개정 이유는 법인의 사업연도가 12월말에 편중되어 있어서 중소기업의 업무부담 및 세무대리인 등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이었지만 회계감사가 3월에 집중되어 있어서 세무조정을 할 수 없으므로 이를 4월 달에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인회계사의 업무영역 확대를 위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사실 세무사 업계에서는 4월에는 부가가치세 예정신고와 법인소득에 대한 지방소득세 신고 등의 업무가 집중되고, 5월에 신고할 개인의 종합소득세 신고에 대비하여 착실히 준비를 해야 하는 중요한 달이라는 점에서 회계사회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이 법안은 국회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 백 회장님의 힘, 우리 모두의 노력 그리고 감사합니다
▶ 지난 6월 전국을 다니면서 본회 회장선거운동을 한 결과 7월부터 백운찬 회장님과 회원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기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 사무실의 직원 관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외부조정제도 존치활동을 한 지난 5개월은 숨막히는 시간들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세무사업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외부세무조정제도는 그동안 시행령으로 시행되어오던 살얼음제도였다면 이제는 세무사의 업역으로 확실히 자리잡은 제도가 되었으므로 이번 법제화는 세무사회로서는 53년 역사의 ‘최고의 사건’으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고 자부하고 싶다.
이 과정에서 진두지휘를 맡은 백운찬 회장님, 한헌춘 부회장님, 그리고 집행부 임원들에게 감사드리고, 매일같이 대책회의에 동참한 연구기획팀 직원들에게 감사드린다.
국회 본회의장에 함께 참여한 최원두 윤리위원장, 유영조‧김형상 감사, 임채룡 대외협력위원장, 그리고 전국의 회원님들에게 감사와 고마움을 전하면서 또한 2일밤 국회까지 나와준 김상철 서울회장, 정범식 중부회장, 구재이 후배 고시회장 등도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세무사회의 앞날은 하나 되는 세무사회, 화합하는 세무사회로 발전할 수 있는 희망을 보았고, 또 그렇게 되기를 소망해보고자 한다.
<글. 김완일 세무사회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