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세금계산서 발행을 위한 유령법인을 설립한 채 재화와 용역을 공급한 것처럼 꾸며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전 세무공무원과 유령 법인설립자(속칭 자료상), 세무회계사무소 사무장 등에 대한 최종변론 공판이 7일 진행됐다.
피고인들은 허위세금계산서 발행 등에 관한 범행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요청했다. 뇌물 의혹에 대해서는 돈을 빌려주고 갚은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으며, 검찰은 향후 의견서를 통해 구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배성중, 오민관, 최오미)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및 뇌물 등) 혐의에 대한 변론 절차를 마무리했다.
검찰 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유령법인인 일명 자료상 운영자 피고인 최 씨를 비롯해 피고인들은 주식회사 설립 후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공급한 것처럼 꾸며 총 422회, 합계 122억 5464만 8920원 상당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당시 검찰은 “세무공무원 피고인 신 씨(2)가 `18년부터 중부지방국세청 소속 A세무서 등에 근무하며 신고와 납부 관리를 담당하던 중 경기 시흥시 소재 회계사무소 사무장인 신 씨(1)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 씨(1)는 다른 기업을 소개받은 대가로 `18년 다른 피고인 정 씨가 사용한 전화요금 대납 및 해당 계좌로 50만 원을 입금한 이래 900만 원, `18년 2000만 원, `19년 2200만 원, `20년 1600만 원, `21년 900만 원 등 총 7799만 원을 대납해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고인 정 씨는 중부지방국세청 B세무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중 피고인 신 씨(1)로부터 금품을 받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피고인 변호인 측은 세무공무원 피고인 신 씨(2)가 코인과 주식 투자로 큰 손해를 입자 주변 동료, 지인에게 무리하게 돈을 빌렸으며 나중에는 대부업체에도 손을 벌려 개인회생절차에 돌입하는 등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간 업무를 수행하며 계속 마주해 친분이 있던 피고인 신 씨(1)에게 여러 번 돈을 빌렸고, 나중에는 신 씨(1)가 피고인 최 씨에게 돈을 빌려 이를 다시 세무공무원 신 씨(2)에게 전달하기까지 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날 최후변론에 나선 피고인 신 씨(1)는 “조사대행 업무를 수행하며 고향 선배 등을 통해 피고인 최 씨를 알게 됐다”며 “세무사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동안 그가 몇 번 찾아온 적 있고, `16년 하반기 이직 후 인력공급 사업을 도와달라며 다시금 찾아와 `17년부터 그의 세무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피고인 신 씨(1)는 “당시 피고인 최 씨 부탁을 받고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채 도움을 준 것이 이렇게 큰 후회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참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세무공무원 피고인 신 씨(2)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알고 지낸 지 10년 정도 됐고 만날 때마다 주식과 코인으로 손해를 많이 봤다길래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몇 번이고 조언했다”며 “`18년 동료들에게 빌린 돈을 갚아야 하니 돈을 빌려달라고 사정했고, 예전부터 주식과 코인으로 손해를 봤다는 말을 들은 바 있어 여러 번 돈도 빌려줬고, 나중에는 피고인 최 씨에게도 돈을 빌려 전해줬다”고 설명했다.
피고인 신 씨(1)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거절했어야 했는데 한 번, 두 번 전해준 돈이 뇌물이라고 여겨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 사건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었고, 1년 전 어머니마저 돌아가셨는데 지금 자식의 모습을 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지 참 부끄럽고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피고인 신 씨(1)는 “그간 세무대리를 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했는데 나이 50이 된 지금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것도, 새로운 인간관계는 맺는 게 참 두렵다”며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구치소 생활이 참 힘들었고, 부양할 가족이 있어 어떠한 일이라도 해야 하지만 이 업계에서 저는 다시 일을 하지 못하게 된 만큼 부디 선처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피고인 세무공무원 신 씨(2)는 “`22년 9월 30일 구속된 후 6개월간 수감생활을 하며 지난 과거를 곱씹고 많이 반성했다”며 “`08년 10월 31세 늦은 나이에 임용돼 15년간 공직생활을 하며 공직자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보람 있게 행동했다”고 설명했다.
또 신 씨(2)는 “다만 장남으로서 집안의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늘 느끼고 있었고 이에 조금 더 빠르고 편한 길을 찾게 됐다”며 “주식과 코인이라는 허황한 꿈을 쫒는 어리석은 행동으로 현재 이 지경에 이르렀고, 급기야 경제적 궁핍으로 인해 공무원이 경계해야 할 상대와 접근했다”고 밝혔다.
이후 감정이 복받친 피고인 세무공무원 신 씨(2)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고, 나머지 최후변론은 서면으로 제출했다.
또 다른 피고인 최 씨는 “본건 처음부터 저의 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한다”며 “조사 과정에서 아는 것을 모두 사실대로 진술했으며 피고인 최 씨(1)를 통해 피고인 세무공무원 최 씨(2)에게 돈을 전달했기에 실제 얼마나 교부되었는지는 알지 못하나 그 점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피고인 최 씨는 “피고인 최 씨(1)와 피고인 세무공무원 최 씨(2)에게 바친 돈, 업체 대표이사 등에게 전한 돈 등을 공제하면 남은 돈은 거의 없다”며 “제가 지은 죄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하나 구속 시 장애가 있는 쌍둥이 아들 둘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피고인 최 씨는 “앞으로 다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불쌍한 쌍둥이 아들 둘을 위해서라도 집행유예 처분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마지막 최후변론에 나선 피고인 정 씨는 “송구스럽고 죄송하다”며 “지난 `94년 입사해 30년간 공무원 생활을 했는데 이번 일을 겪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생활도 힘들어져 가슴의 답답함을 이루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피고인 정 씨는 “이미 지나간 일을 후회하기에는 늦었고, 반성해도 매일매일 죽고 싶은 심정이 크다”며 “90대 부모님께는 말씀도 드리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지옥 같다”고 호소했다.
피고인 정 씨는 “재판장님께서 앞으로 살아갈 길을 열어주신다면 남은 삶 더욱 봉사하고 정직하고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부디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 측은 피고인 등이 많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서면을 통해 구형하겠다고 밝혔으며 선고는 9월 15일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