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들의 업역확대 즉 먹거리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삼쩜삼’과 같은 세무대리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나며 시장 확대보다 오히려 침탈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세무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세무사회는 세무사법 개정을 통해 다른 자격사들의 업역침해를 막고 플랫폼 등 불법 세무대리 범위를 명확히 하며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가 자신들의 세무대리를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국회는 오랜 논의 끝에 8가지의 세무대리업무 중 ‘장부작성과 성실신고 확인 업무’는 제외하는 내용으로 세무사법을 개정했다.
이외에도 세무사회는 플랫폼 문제 등이 대두되자, 세무사법에 ‘세무대리의 소개·알선 금지’ 조항도 신설했다. 누구든지 세무사나 그 사무직원, 세무법인이나 그 사원·직원에게 세무대리를 소개·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다.
이렇듯 세무사업계는 ‘세무대리는 세무사에게’를 외치며 변호사나 플랫폼 등의 세무대리를 막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들였다. 그러나 세무사들만 자신들의 업무영역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노무사들도 비슷한 내용으로 현재 국회에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법 개정의 문제는 노무사들이 자신들의 업역을 지키기 위한 활동으로써 노무사와 세무사 간의 ‘밥그릇 싸움’이 된다는 것이다.
◆ ‘노무 업무는 노무사만 가능토록’ 공인노무사법 개정안 국회 발의
현재 국회에 상정된 ‘공인노무사법 개정안’에는 노무사의 직무범위는 확대하면서도 ‘공인노무사가 아닌 자의 공인노무사 직무수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 세무사들이 변호사의 세무대리를 막기 위해 개정안을 통과시켰던 세무사법 개정안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구체적으로는 공인노무사법 제27조의 제1항 단서를 삭제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노무 업무는 노무사만 가능하지만 ‘다른 법률로 정해져 있는 경우에는 그러지 않는다’는 단서를 지운다는 뜻이다.
이 규정은 공인노무사법이 제정될 당시부터 붙어있던 조항이다. 노무사법 제정 이전부터 변호사나 행정사가 노무 관련 업무를 수행해왔고, 변호사는 변호사법에, 행정사는 행정사법에 따라 고유업무로 노무 관련 업무를 행하는 경우에는 노무사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만약 이 단서가 지워져 ‘노무 관련 업무는 노무사에게’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완성된다면, 변호사, 세무사, 행정사, 경영지도사는 영향을 받게 된다. 노동 분야의 권리구제를 비롯해 고용보험, 산재보험 관련 업무가 노무사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 변호사, 세무사, 행정사 등 ‘반발’…“노무사로 한정하면 국민 권익보장 축소”
실제로 각 관련 단체들은 반발했다.
먼저, 대한변호사협회는 노동관서의 수사 단계에서 공인노무사에게 진술 대행·대리권을 인정하는 경우 노동자 등의 권리보호에 미흡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한국세무사회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회보험업무에 대해 조력할 수 있는 전문가 대상 범위를 ‘공인노무사’로 한정해 국민의 권익보장 범위를 축소하고 현재 4대 보험 사무의 80%를 수행 중인 세무사의 업무수행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대한행정사회는 사회보험 분야 업무에 대한 노무사의 독점권은 타 자격사의 업무수행권 제한, 자격사 간 경쟁 체제에서 폭넓은 행정서비스 선택권을 가진 국민의 편익 저해, 수임료 고가화 등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공인노무사회는 취약계층(노동자·영세사업주)의 보호 및 노사 당사자의 편리성 제고를 위해 공인노무사에게도 진술 조력권이 허용될 필요가 있고, 공인노무사제도의 자율적 운영과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공제회 설립이 필요하며, 공인노무사의 자율성 제고 측면에서 노무사회에 1차 징계 심의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고용노동부, 행정안전부 ‘신중’ 의견…사실상 반대
정부 측의 의견은 어떨까.
고용노동부는 공인노무사가 노동관계 법령에 대한 전문자격사이고, 노동관계 사건의 진술 등에 있어 일정 정도 법률적 조력이 필요한 점에 비추어, 지방관서 등에서 노무사의 조력을 받도록 하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단서 규정의 삭제가 변호사법, 행정사법, 보험료징수법 등 다른 법률과의 상호충돌 우려 및 헌법상 직업 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행정안전부는 사회보험 업무 관련 조문 체계의 변경과 함께 노무사법 단서 규정이 삭제되는 경우 노무 업무가 아닌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전반의 업무를 공인노무사가 독점하게 되어 행정사, 세무사, 공인회계사, 경영지도사 등의 업무 수행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노무사회를 제외하고 모두가 반대입장을 펼치고 있으나, 법 개정이 이루어진다면 4대 보험 사무의 80%를 수행 중인 세무사들의 업역이 축소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한편, 한국공인노무사회는 노무사의 노동사건 소송대리권 확보를 위해 법 개정 추진 등을 지속하고 있고, 이와 비슷하게 한국세무사회도 조세소송대리권을 세무사에게 주는 내용을 추진하고 있다. 변호사협회는 소송 영역은 변호사의 고유 업무라며 이에 강력하게 반발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