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세무사 자격은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부여됐다. 이후 세무사들은 변호사의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를 폐지하면서 60여년간의 염원이 담긴 ‘1 자격 1 명칭’을 완성했다.

변리사도 마찬가지다. 변리사 자격은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 그리고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은 변리사 자격도 함께 가질 수 있었다. 물론 변호사 자격을 가졌다고 해서 변리사 자격도 자동으로 취득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에 의해 지난 `16년 변리사법 개정으로 실무 수습을 마쳐야만 변리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는 250시간의 집합교육과 6개월의 현장실무를 마쳐야 변리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변리사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특허청장에게 등록하고 대한변리사회에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다만, 문제는 대한변리사회에 가입하지 않고 변리사 업무를 수행하는 자들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만들지 않아 입법 미비로 누락된 상태다.

현재 변리사업계는 변호사의 자동 자격 뿐만 아니라, ‘변리사가 있는 법무법인 명의’로도 상표등록출원 대리가 가능해진 대법원의 판단이 업계의 뜨거운 이슈이다. 이는 세무사업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먼저, 변리사회가 헌법소원을 제기한 배경을 알아보면, 지난 `16년 국내의 한 상표출원인의 행정소송이 발단이다. 법무법인이 상표등록출원 대리를 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었는데, 그동안 특허청에서 상표등록출원 대리 업무는 ‘변리사’ 그리고 ‘특허법인’에만 허용해왔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변리사와 특허법인으로만 제한한 바가 없고 법무법인에 변리사 자격이 있는 구성원이 대리업무를 하는 것을 금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사실상 ‘법무법인’에도 상표등록출원 업무의 문을 열어준 것이다.

이에 따라 변리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가 1명이라도 법무법인에 소속돼 있으면 상표등록출원 대리가 가능하다. 문제는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이 세무사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현재 세무사 자격이 자동으로 부여된 변호사(`04~`17년)들에게 세무대리 업무 중 ‘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 업무는 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 앞서 대법원의 논리대로라면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가 있는 법무법인 명의’로도 기장 대행 등 모든 세무대리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1년 대법원은 ‘세무조정’을 담당하는 조정반 자격에 법무법인도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을 했고, 법무법인은 세무조정을 할 수 있게 된 선례도 있다.

변리사들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상표등록출원 대리를 ‘법무법인’에 문을 열어주게 됐는데, 이에 대해 변리사회는 즉각 대법원 판결에 반발했고, 변호사법 제49조의 2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황이다. 법무법인은 소속 변호사 중 변리사 자격사가 1명이라도 있으면 법무법인 명의로 변리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변리사 제도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세무사업계에서도 소식을 듣고 대법원 판결을 규탄하는 궐기대회에도 참석했다. ‘전문자격사제도의 근간을 훼손하는 대법원 판결’이라며 세무사회와 변리사회를 비롯해 한국관세사회, 한국공인노무사회,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 전문자격사단체협의회가 ‘​​변호사들이 모든 전문자격사의 업무를 다 할 수 있는 만능 법무법인을 창조하는 어처구니없는 법리 해석을 했다’며 들고 일어섰다.

업계는 변리사들의 헌법소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변호사업계는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며, 세무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 범위 중 ‘장부작성’과 ‘성실신고 확인업무’가 배제된 것도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해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사건이 심리 중이다. 전문자격사 간의 업역 전쟁은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세무사도 그 한복판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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