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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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결혼자금에 대해 증여세를 깎아주겠다는 세법개정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부모로부터 증여받을 재산이 없는 청년들에게는 오히려 차별적인 정책이고, 부의 대물림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3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부모나 조부모 등 직계존속으로부터 혼인신고 전후 각 2년, 총 4년 이내에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 기본공제 5000만원에 더해 1억원을 추가로 공제해준다. 양가 부모로부터 받는다면 최대 3억원까지 증여받아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당초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만들어진 취지에도 맞지 않고, 현실적으로 결혼을 못 하는 이유가 증여세 때문이 아니라는 점에서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세법 전문가는 돈 많은 사람들이 자식들에게 대놓고 증여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으로써 합법적 부의 대물림을 넘어 빈부간의 갈등을 초래하는 정책일 될 것이라고 혹평했다.

많은 청년이 결혼을 꺼리고 있지만, 결혼하는 데 방해되는 것이 없고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이라면 기꺼이 ‘그러하겠다’고 말하는 점에 비추어보면, 현재의 청년들이 결혼이나 출산이 ‘하기 싫어서’라기보다 ‘할 수 없어서’가 맞다는 분석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고민은 ‘세금을 더 깎아주는 것’보다는 이들이 ‘결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 시대로, 심각한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혼인 적령이기에 접어든 청년들이 결혼을 피하게 되면서 출산율도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혼인 장려 정책으로 부모님의 혼인자금에 대해 증여세를 깎아주겠다는 것이 근본적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느냐는 물음이다.

정작 결혼을 하고 싶어도 경제적인 문제로 하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은 혜택을 받을 수도 없는 정책이다. 이에 정부가 결혼에 대한 인센티브를 증여 재산에 초점을 뒀다는 점에서 올해 세법개정안도 결국 ‘가진 자들의 시선에서’ 만들어진 세법개정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발맞춰 기획재정부는 1년에 한 번 세법개정안을 발표한다. 특히 세법개정안은 오롯이 정부 주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통해 세부 사항을 확정하게 된다.

그러나 올해에는 당정 협의 대신 ‘실무 당정 협의’라는 이름으로 넘어갔다. 원래대로라면 당정 협의에는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모두 참석해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올해 당정은 박대출 정책위의장, 류성걸 기재위 간사, 기재부 관계자 등만 조촐하게 참석해 ‘실무 당정 협의’를 마쳤다고만 밝혔다. 이유는 집중호우로 인해 의원들이 지역구를 찾아 수해지역복구를 위한 봉사활동 등으로 인해 참석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손쉽게 넘어간 세법개정안의 뚜껑을 열어본 결과, 윤석열 정부가 말하고자 하는 뚜렷한 방향이나 목표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는 세제개편안이라고 말하며 대기업 감세 등 친기업 정책 등이 발표됐는데, 올해에는 법인세율 인하와 같이 굵직한 법안이 없고 업계에서 제시된 의견들로 짜여졌다는 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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