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세무사회가 이번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에 대해 “과거 재정개혁특위는 물론 윤석열 정부가 조세개혁단까지 설치하면서 상당 기간 준비해왔던 유산취득형 상속세 과세체계 개편안이 제외됐다”며 국회에서 별도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논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았던 유산취득세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길 예정이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조세개혁추진단을 발족하고 상속세와 보유세 개편팀이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면 상속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는 만큼, ‘부의 대물림’을 촉진하고 ‘부자 감세’라는 여론이 있는 데다 내년 총선에 현재 큰 폭의 세수 결손이 예상되면서 정부는 신중히 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유산세 방식이 유산취득세보다 위장분할이나 허위신고의 위험성이 낮고 세수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한 유산취득세 시뮬레이션 자료 등을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유산취득세 도입 시 과표 10억 원 이상 상위 0.8%에 감세혜택 80%가 집중되고, 과표 및 세율조정이 없을 시 6000억 원에서 1조3000억 원에 달하는 세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예측됐다.
기재부는 유산취득세가 이번 세법개정안에 담기지 못한 이유에 대해 유산취득세 도입을 위한 연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법률적 쟁점이 다수 제기되고, 외국 사례도 더욱 철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 연구용역이 당초 예정보다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상속세 동향은?
현행 상속세법은 지난 `50년 제정된 이후 유산세 체계로 과세하고 있다. 유산세는 상속재산 전체를 과세 기반으로 삼지만,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각자 물려받은 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유산이 크면 클수록, 높은 상속세율이 적용되는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OECD 국가별로 유산세는 우리나라,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에서 사용하고 있다. 한 개인의 생애에 걸쳐 이루어진 유산에 대한 과세를 통해 누적된 조세 관계를 정산하는 방식이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위스 등 19개국에서 사용하며, 상속받은 가액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이다.
이 외에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스웨덴은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며, 라트비아, 콜롬비아, 코스타리카는 ‘추가소득세’를, 오스트리아, 체코, 이스라엘, 노르웨이, 멕시코,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는 ‘비과세’ 중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및 증여세 세율 구조는 5단계 초과누진세율구조로, 1억원 이하에는 10%, 5억원 이하는 20%, 10억원 이하는 30%, 30억원 이하는 40%, 30억원 초과는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미국의 경우 1만달러 이하에는 18%~100만달러 초과에 40% 등 12단계 초과누진세율 구조이며, 일본의 경우 1000만엔 이하 10%~3000만엔 초과 55% 등 8단계 초과누진세율로 이루어져 있다.
◆ 유산세 vs 유산취득세
정부는 유산취득세가 ‘응능부담의 원칙’에 맞는 방식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증여세가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돼 있고, 국제적으로도 유산취득세 방식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계에서도 상속세 부담이 높다고 꾸준히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망으로 상속재산가액 19조원 중에서 12조원이 상속세로 부과되며 상속세제를 개선해달라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생전 소득세를 부과했는데 사망 후에 상속세까지 내야 한다는 것이 이중과세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다만,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면 다수의 상속인에게 물려줄수록 세부담이 감소해 유산분할을 촉진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서 위장분할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부유층의 세부담을 덜어주는 ‘부자감세’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OECD도 상속세가 부의 집중을 막고 기회의 균등을 가져올 수 있어 부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속세 취지가 기회의 평등을 위한 것이라면, 개별 상속인이 받는 자산의 크기와 재정적 상황을 고려한 유산취득세가 맞다고 밝혔다. 또한, 상속인의 수가 많아질수록 상속세 부담이 감소하기 때문에 재산분할을 장려해 부의 집중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봤다.
학계에서도 특정 시점의 증여나 상속, 그 횟수에 상관없이 유사한 조세부담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미국식의 통합세액공제를 도입하거나, 10년 단위의 공제제도를 증여와 상속에 모두 적용하고 기간별 면세금액은 상향 조정하며, 상속에만 존재하는 공제제도를 개정해 탈세의 기회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편,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뀌면 1조원대의 세금을 깎아주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분석이 나오자 정부는 유산취득세 도입에 따른 세수효과 및 세부담 변화는 유산취득세 과세방식, 공제제도 설계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며 가정에 근거해 유산취득세 도입 시 세수효과 등을 분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