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까지 40조원에 달하는 세수가 줄었다. 법인세는 전년보다 약 17조원 가까이 줄었고 소득세는 11조6000억, 부가가치세는 4조5000억원이 감소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대대적인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며 세법개정에 공을 들였는데, 코로나 팬데믹이 안정화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수펑크’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자, 결과적으로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굵직한 법안을 담아내지 못했다.
이처럼 대규모 세수결손이 예상되면서 앞서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진행했던 ‘증세 없는 복지’ 즉, 세수결손폭을 줄이는 방안에도 주목이 되고 있다.
3년 연속 세수펑크가 발생했던 박근혜 정부에서는‘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큰 틀에서 세수확보에 힘을 썼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개발이 완료된 지하경제 분야에서 추가로 발굴할 세원이 없는 것이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해로 일몰이 예정돼 있던 비과세·감면 제도가 10개 중 9개 이상(비과세·감면항목 71개 중 65개)이 연장 결정된 것에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특이점으로 꼽는다.
전자신고세액공제 제도는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돼 이미 10년도 넘은 이명박 정부에서 정책목표를 달성했다고 평가받았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대선공약에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를 담았다.
당시 정부는 전자신고 방법으로 세금을 신고하는 납세자에게 소득·법인세는 건당 2만원, 부가가치세는 건당 1만원의 세액공제를 해줬다. 세무대리인은 연간 400만원, 세무법인은 연간 10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다. `11년 기준 전자신고 세액공제로 연간 707억원의 세금을 깎아줬다.
전자신고를 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이유는, 서면 신고할 경우 수기로 작성된 회계자료를 전산화하는데 국세청의 행정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전자신고 비율은 80~97%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는 수기로 작성할 경우 오히려 세무서 방문의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우편으로 하더라도 우편비용 등이 소요된다는 점, 홈택스를 이용하면 세무서와 달리 24시간 세금 신고를 간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 이미 전자신고 세무회계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납세자는 전자로 신고서변환이 손쉽다는 점 등 편리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전자신고세액공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봤다.
그러나 `13년 세법개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회는 결국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에 합의하지 않았고, 박근혜 정부는 시간이 흘러 `15년 조세지출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또다시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를 진행했다. 그러나 당시 세무대리업계인 세무사회에서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에 반대하며 적극적으로 대처해 `16년 세법개정안에 폐지안이 담기지는 못했다.
박근혜 정부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서도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시행령)가 추진됐다. 전자신고가 정착단계임을 감안해 `17년 세법개정안에 세무대리인은 400만원, 세무법인에 1000만원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을 세무대리인은 200만원, 세무법인은 500만원으로 절반을 축소한 것이다.
당시 세무사회는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에 반대하는 탄원서 등을 모아 정부 측에 제출했지만, 결국 정부는 `19년~`20년까지 세무대리인의 경우 연간 300만원, 세무대리법인의 경우 750만원으로 축소되며 `21년 이후부터는 세무대리인 200만원, 세무대리법인 500만원으로 단계적 축소키로 했다.
이후 선거에 나섰던 세무사회장 후보였던 원경희 전 세무사회장은 전자신고세액공제 환원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19년 말 시행령에서 운영 중이던 세액공제를 법률로 아예 상향시켰다.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축소를 추진 중이던 정부 측에서는 세법개정안 논의 당시 `17년 기준 법인세 전자신고율은 99%, 소득세는 96.5%, 부가가치세는 92.8%에 이르렀다며 법률 상향에 반대했지만 국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7년 기준 연간 조세지출액은 1060억원이었다.
다만 `20년의 경우 국세청은 양도소득세 전자신고율을 높이기 위해 양도세 전자신고 시 건당 2만원의 공제를 해주는 법안을 추진하게 됐다. 정부안으로 나오게 된 양도세 전자신고세액공제는 당초 `22년까지 한시 적용하는 안으로 올라왔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일몰 없이 통과되며 현재에는 소득, 법인, 부가, 양도세에 대한 전자신고세액공제가 운영 중이다.
`19년 기준 전자신고율은 소득세 97.3%, 법인세 99.3%, 부가가치세 95.3%이며, `18년 기준 전자신고세액공제 조세지출액은 1172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세액공제액이 약 100억원 가량 늘어난다고 가정할 경우 `22년 조세지출액은 1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전자신고율이 99%를 넘어서면서 세액공제를 해주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고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물론 전자신고 세액공제를 납세협력비용 보전 측면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지금으로선 전자신고가 더 편하다는 점에서 비용보전의 명분은 약화됐다는 분석도 많다.
한 세제전문가는 “신고세액공제의 대부분이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인 세무대리인들의 수익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이전 정부에서 여러차례 폐지를 추진해오던 것이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세제실이든 국세청이든 공직에서 나오면 세무대리인으로 재출발한다는 점에서 이미 세무인들에게는 ‘소리없는 카르텔’로 공고화된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을 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