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고시, 서울대 출신 일색’…25년 동안 ‘호남 출신’은 딱 5명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은 대한민국 법인들의 정기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부터 법인세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등 국세청 내부에서 최고의 요직 중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역대 법인납세국장의 약력을 살펴보면 ‘비고시 출신’은 올 수 없는 보직으로 ‘법인국장’을 거쳐 간 이들은 대부분 지방청장, 국세청 차장, 국세청장 등으로 영전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은 최재봉 국장으로, 4년 만에 ‘호남’ 출신 이 임명돼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간 법인납세국장은 ‘영남’ 출신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9일 세정일보가 역대 법인납세국장(1999년~2023년) 26인의 프로필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키워드는 영남, 서울대, 행정고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신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절반 이상인 14명(54%)이 영남 출신 국장이었으며, 호남 출신 국장은 5명(19%)이었다. 특히 대구·경북(TK) 지역이 9명으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부산·경남(PK)이 5명, 전북·전남 등 호남권이 5명이었다. 이 외에 서울·경기·강원 등 수도권이 5명, 충청권 2명 등으로 집계됐다.
정권별로 살펴보면, 김대중 정부의 안정남 국세청장 시절인 1999~2000년경에는 곽진업 국장은 경남 김해 출신으로 이후 국세청 차장까지 승진했고, 이재광 국장은 대구 출신에 경북고-영남대 법대 코스를 밟은 엘리트였지만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서 법인납세국장을 마지막으로 퇴직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전남 출신의 이용섭 국세청장(전남, 전남대, 행시14)이 임명되며 호남 출신의 법인납세국장이 임명됐다. 최병철 국장(경기 여주, 명지대, 행시16)에 이어 기영서 국장(전남 승주, 고려대, 행시17)이 임명되면서다. 기 국장은 광주청장 이후 본청 법인납세국장을 역임했고 그 자리에서 명퇴했다.
뒤를 이어서는 이병대 국장(경북 의성, 육사30)이 부산국세청장으로, 허병익 국장(강원 강릉, 고려대, 행시22)이 부산청장에 이어 국세청 차장으로, 김창환 국장(서울, 성균관대, 행시22)이 부산청장으로, 정병춘 국장(전남 영광, 성균관대, 행시22)이 국세청 차장으로 영전했다. 이렇듯 노무현 정부에서 기영서, 정병춘 국장이 호남 출신으로 법인납세국장에 임명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로 정권이 교체됐는데, 김남문 국장(경남 사천, 경상대, 행시22) 이후 김광 국장(전남 영암, 육사34)이 임명되며 MB정부의 유일한 호남 출신 법인납세국장으로 기록됐다. 이어 조홍희(경기 가평, 성균관대, 행시24), 이전환(대구, 서울대, 행시27), 제갈경배(경북 달성, 연세대, 행시27), 이종호(대구, 고려대, 행시27) 국장이 법인납세국장으로 활약했다.
김광 국장의 경우 법인국장 이후 광주청장으로 영전했고, 조홍희 국장은 서울청장으로, 이전환 국장은 국세청 차장으로, 제갈경배 국장은 대전청장으로, 이종호 국장은 중부청장으로, 대전청장을 지낸 후 법인납세국장으로 임명되어 그 자리에서 명퇴한 김남문 국장을 제외한 전원이 영전에 성공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는 임환수 국장(경북 의성, 서울대, 행시28)이 국세청장까지 승승장구했고, 심달훈 국장(충북 음성, 고려대, 행시31)은 중부청장으로, 최현민 국장(경북 경주, 서울대, 행시33)은 부산청장으로, 서대원 국장(충남 공주, 경희대, 행시34)은 국세청 차장으로 영전했다.
사실상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호남 출신으로 본청 법인납세국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육사 출신의 김광 국장이 유일했다.
정권 교체 이후인 문재인 정부에서는 유재철 국장(경남 산청, 서울대, 행시36) 이후 이준오 국장(전북 고창, 서울대, 행시37)이 오면서 10년 만에 호남 출신 법인납세국장이 됐다. 유재철, 이준오 국장은 중부청장으로 영전했다.
이후에는 임성빈(부산, 서울대, 행시37), 강민수(경남 창원, 서울대, 행시37), 노정석(서울, 서울대, 행시38), 김진현(대구, 연세대, 행시38), 정재수(경북 김천, 서울대, 행시39) 국장 등 호남인은 없었으나 이번 최재봉 국장(전북 익산, 고려대, 행시39)이 임명되며 다섯번째 호남 출신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으로 기록됐다.
한편, 임환수 국세청장 시기부터 국세청장=서울대 출신 공식이 성립되는데, 서울대 출신의 국세청장 임명 후 본청 법인납세국장에 서울대 출신이 앉는 확률이 대거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국세청장인 임환수, 한승희, 김현준, 김대지, 김창기 청장이 모두 서울대 출신이었다.
이 전에는 안정남(건국대), 이용섭(전남대), 이주성(동아대), 전군표(경북대), 한상률(서울대), 백용호·김덕중(중앙대), 이현동(영남대) 청장 등 다양한 출신학교로 구성됐다. 실제로 이 시기인 안정남~김덕중 청장 시기까지 본청 법인납세국장 16명 중 서울대 출신은 단 두 명(이전환, 임환수)뿐이었다.
그러나 서울대 출신인 임환수~김창기 청장 시기까지 본청 법인납세국장 10명 중 서울대 출신은 7명으로 집계되며 서울대 출신의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