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개 훌쩍 넘어선 법인사업자…반면 세무조사 건수는 해마다 줄여

`16년 1만6천 건, `23년 1만3600건대로 더욱 낮춰…성실납세 담보는?

`23년 4월 세종시 국세청 기자실에서 오호선 당시 국세청 조사국장이 '공정과 준법의 가치를 훼손하는 민생탈세자 세무조사'에 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23년 4월 세종시 국세청 기자실에서 오호선 당시 국세청 조사국장이 '공정과 준법의 가치를 훼손하는 민생탈세자 세무조사'에 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국세청이 올해 세무조사 건수를 역대 최저 수준인 1만3600건가량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세무조사 축소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간 해마다 조사 건수를 조금씩 축소해 왔지만, 이처럼 대폭 축소한 것은 코로나19 이후이다. `16년 1만6000건대를 유지하던 세무조사 건수가, `20년 1만4000건대로 줄어들면서, `21년, `22년까지 코로나19 위기 3년 동안 1만4000건대를 유지했다.

앞서 `18년경 국세청이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 심각하다며 자영업자·소상공인 세무 부담 축소 방안을 내세우면서 한시적으로 정기 세무조사 선정 유예 및 제외 등의 대책을 발표한 바가 있다. 코로나19는 그 당시보다 더욱 상황이 심각했고 법인세수는 절벽 현상을 보였다.

당시 국세청은 국세청 소관 세수에서 세무조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일부분인 2% 미만인 점, 세수 확보를 위해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신중한 조사로 기업 경제 활성화 노력을 뒷받침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세무조사 건수를 줄인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라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세무조사 대폭 축소는 국세청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마스크 의무착용이 해제되는 등 올해에는 사실상 ‘코로나 종식’으로 인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은 올해 세무조사 건수를 `19년 이전으로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1만4000건보다 400건가량 적은 1만3600건대로 더욱 낮춘다고 발표했다.

국세청은 왜 계속 세무조사 건수를 낮추는 걸까. 국세청이 실시하는 세무조사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법인, 개인, 양도 등에 대한 세무조사 등으로 나누어진다. 이 중에서도 파급력이 큰 것은 ‘법인 세무조사’인데, 국세청이 실시하는 세무조사의 30%가량은 법인 조사에 해당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법인 세무조사 건수가 많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전체 가동되고 있는 법인 중에서 세무조사를 받는 법인은 1%도 되지 않는다. `21년도를 기준으로 95만개 법인 중에서 단 4000개 법인만이 세무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4~5년 주기로 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사실상 탈세 등으로 인해 세무조사를 받게 되는 ‘비정기 세무조사’는 연간 1000여건에 지나지 않는다. `21년도의 경우 95만개 법인 중 1535개의 법인이 비정기 조사를 받았다. 즉 0.16%만이 탈세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납세자 입장에서는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성실납세를 담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것이 아니라 ‘재수 없어서 받는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세무조사 건수를 줄이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세무조사 본연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가 쟁점이다.

납세자들이 세무조사를 ‘재수 없어서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는 우리나라의 법인 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5년 62만3000여개였던 국내 가동법인의 수는 `16년 67만3000여개, `17년 72만6000여개, `18년 76만9000여개, `19년 81만6000여개로 늘었고, 코로나19가 한창일 때에도 법인의 수는 계속 늘어 `20년 87만4000여개, `21년 95만여개까지 증가했고, `22년에는 12월말 결산법인의 숫자만해도 106만5000여개로 늘어났다.

반면, 세무조사를 받는 법인의 수는 점점 줄어든다. 국세청이 전체 세무조사 건수를 줄이겠다고 한 것과 결을 같이 한다. 조사법인의 수는 `15년 5577개에서 `16년 5445건, `17년 5147건, `18년 4795건, `19년 4602건, `20년 3984건, `21년 4073건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성실납세를 담보하기 위한 수단인 세무조사가 점점 줄어들게 되면서, 성실납세 담보 수단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실납세를 위해 도입된 ‘성실신고확인제’가 대체 수단이 된다면 이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까지도 나오고 있다.

이와관련 한 조세전문가는 "세무조사는 기업들의 세금신고를 검증하는 수단을 넘어 성실납세를 위한 최적의 담보수단이라고 한다면 무조건 세무조사 숫자를 줄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납세자들 입장에서는 세무조사를 받지 않으면 무조건 좋다고 하겠지만 세무조사 축소기조가 자칫 세무조사를 받는 기업들로 하여금 ‘재수없어 걸렸다’라는 시그널로 인식될 수 있어 전체 국세행정에 대한 불신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겨우 0.1%의 법인 세무조사 숫자를 자꾸 줄이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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