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에서 수사 중인 사건을 보고 및 알선하는 조건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전 세관국장에게 '징역 9년'의 중형이 내려졌다. 또 세관국장에게 뇌물을 공여한 A와 B씨에게도 각각 징역 1년,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김 국장은 관세청 공무원으로서 직무의 공정성과 사회적 신뢰를 크게 훼손했음에도 이를 반성하거나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중형을 내렸다. 그러나 죄를 인정하고 자수한 A씨와 깊이 반성한다는 B씨의 경우 이를 참작한 형을 선고했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3형사부(재판장 조병구, 권슬기, 박건희)는 피고인 A, B씨에 대한 뇌물공여, 전 세관국장 김 씨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혐의 관련 선고기일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지난 검찰 측 공소사실에 따르면 공여자 A, B씨는 세관국장 김 씨에게 세관에서 수사 중인 B씨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 관련 수사 보고 및 알선을 조건으로 뇌물 공여를 모의했다.

`22년 7월 B씨는 A씨를 통해 현금 5000만 원을 전달하고, A씨는 세관국장 김 씨에 B씨가 알선 및 청탁한 내용과 현금 2000만 원을 교부했다. 8월에는 남양주시 소재 A씨 사무실에서 현금 2000만 원을 전달하고, A씨는 세관인 김 씨에게 역시 알선 및 청탁 내용과 현금 1000만 원을 교부했다.

`22년 9월에도 이러한 행위가 이어졌다. 휴대전화 녹음파일을 삭제해달라는 명목으로 A씨에 현금 1억 원을 전달했고, A씨는 인천본부세관 주차장에서 세관인 김 씨에게 B씨 알선 및 청탁 내용과 현금 1억 원을 교부했다.

A씨 단독범행 관련해서는 `22년 4월 세관인 김 씨가 세관 단계에서 과태료 처분 동결을 대가로 현금 6억 원을 요구하자 본인이 취득한 2억 원 포함 총 8억 원을 B씨에게 요구했고, B씨에게서 받은 5000만 원 중 3000만 원, `22년 8월 2000만 원 중 1000만 원을 취득하는 등 공무원 직무 관련 사항 알선을 대가로 4000만 원을 수수했다.

이날 재판부는 “김 씨는 세관 사무실에서 A씨로부터 세관일을 잘 봐달라는 청탁을 받자 관련 수사팀장이 예전 자신의 부하직원이라고 이야기하며 과태료 종결 대가로 뇌물 6억 원을 요구했다”며 “B씨의 편의를 봐달라는 취지로 현금 2000만 원, 사건 병합 및 휴대전화 녹음파일 주요 내용을 지워달라는 취지로 현금 1억 원 등 총 1억 3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설명했다.

A, B씨에 대해서는 “이들은 김 씨에 뇌물을 공여했으며 `22년 5000만 원 중 2000만 원, 또 2000만 원 중 1000만 원, 9월에는 1억 원을 교부해 총 1억 3000만 원의 뇌물을 교부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덧붙였다.

A씨 단독범행 관련해서는 “A씨는 김 씨가 과태료 종결 대가로 6억 원을 요구하자 B씨에 수사경과를 알려주고 세관단계에서 끝내기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2억 원을 더 요구했다”며 “이밖에도 5000만 원 중 3000만 원, 2000만 원 중 1000만 원을 자신이 수수해 별도 기소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김 씨의 경우 자수한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고, 관련 수사팀장에게 사건 진행 사실만 확인했을 뿐 6억 원 등 뇌물은 받지 않았다고 다퉜으나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명확한 사실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증거를 살펴보면 A씨는 법정에서 `22년 4월 주말 자신을 찾아온 B씨에 외국환거래법 조사 관련 이야기를 김 씨에 전달했고, 김 씨가 과태료 처분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으며 6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 2억 원을 부풀린 8억 원 등을 모두 이야기했다”며 “이러한 진술은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의류 도소매업자인 A씨가 억지로 꾸며낼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에 “전반적인 혹은 일시적인 사실 등에 대해 A씨가 다소 다르게 진술하거나 수정한 부분은 있으나 이는 자수 과정에서의 착오로 기억의 흐름을 고려할 때 자연스러워 보인다”며 “6억 원을 요구한 것은 객관적이고 적극적인 뇌물요구 표시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A씨와 저녁 식사를 한 적은 있으나 5만 원권 4다발을 보고 집어넣으라고 질책했으며 절대 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이후 A씨에게 속초 식당을 예약하게 하고 식비를 미지급하지도 않았다”며 “뇌물을 거절한 고위공무원이 한 달이 지나 A씨를 다시 만났고 식당예약을 부탁하고 식비까지 대납하게 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는 공소사실처럼 뇌물을 수수했기에 거리낌 없이 나온 행동”이라며 “변호인이 일시, 뇌물수수 관련 주장을 펼쳤으나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주차장에서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김 씨는 A씨가 주차장에서 1억 원이 든 배 상자를 줬으나 이를 거절했다고 다퉜으나 돈을 주는 행위에는 응하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A씨를 만난 점은 이상하다”며 “김 씨는 당시 주차장에 내려갈 때 자신의 것이 아닌 부하직원 공무원증을 이용한 점도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향후 김 씨의 청탁(수사 관련)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뇌물을 돌려주려 할 때 A씨가 김 씨 사무실을 오고 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혔고 당시 하얀색 쇼핑백을 들고나왔다”며 “김 씨는 도라지 진액청을 줬다고 진술하나 여러 진술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살필때 유죄임이 인정된다”며 “김 씨는 높은 수준의 청렴성이 요구되는 관세청 고위공무원임에도 이를 이용해 수사를 무마한다며 뇌물을 요구했고, 수사 과정에서는 편의를 제공하는 등 뇌물을 수수해 공무원 공정성, 사회적 신뢰를 크게 훼손했음에도 잘못을 진지하게 뉘우치지 않아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피고인 A씨에 대해서는 “A씨는 김 씨와의 친분을 기회로 삼아 B씨의 청탁을 전달하는 등 그 역시 공정성, 적정성, 사회 신뢰를 훼손해 그 죄가 가볍지 않다”며 “다만 그의 자수로 이번 사건 범행 전모가 밝혀졌고, 법정에서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으며 동종범행 처벌 이력이 없고 얻은 이익이 없어 보인다는 점 등을 유리하게 따졌다”고 설명했다.

피고인 B씨에 대해서는 “B씨는 A씨를 통해 김 씨에 관세청에서 수사 중인 사건 관련 돈을 지급해 관세청 직무에 대한 공정성 등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행동을 저질렀다”며 “다만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처벌 이력이 없고 건강상 문제가 있는 정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형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에 “김 씨에 징역 9년, A씨에 징역 1년, B씨에 징역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한다”며 “일주일 내 항소장을 제출하면 항소심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전하며, 사회에 복귀하면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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