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세무사업계의 1년을 조망해봤다. 1월 부가가치세확정신고, 3월 법인세신고, 5월 종합소득세신고 업무 등 여러가지 일들이 작년과 비슷하게 쳇바퀴처럼 돌아갈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6월에서 머리가 지끈거렸다.
6개월 전 세무사업계는 한국세무사회장을 뽑는 피튀기는 선거를 치렀다. 그리고 또다시 1년이 지난 오는 6월 서울지역세무사들은 서울지방세무사회장을 선출하는 선거를 치러야한다. 선거는 필연적으로 내편, 네편을 가른다. 같은 회원으로서 좋았던 사이에 생겼던 불신의 앙금이 가실 때 쯤 또다시 회원들끼리 편 가르는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세무사회는 세무사회(본회)와 서울을 비롯한 중부, 부산, 광주, 대구, 대전 등 6개 지방세무사회를 두고 있다. 본회장과 지방회장들의 임기는 2년이다. 그래서 격년에 한 번씩 선거가 치러진다. 그런데 서울세무사회는 가장 늦게 설립된 때문인지 본회장 선거와 다른 해에 열린다. 그래서 서울지역 세무사들은 매해 선거판으로 내몰린다.
그리고 서울회장 선거는 서울이라는 이름값과 전체회원의 44%에 이르는 회원 수(5천여명) 등으로 인해 본회장 선거와 맞먹는 흥행몰이가 이뤄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차기 서울회장을 뽑는 선거전이 예정돼있다. 선거의 해가 시작되면서 서울지역세무사들 사이에서는 차기회장 선거에 어떤 회원들이 출마할 것인지에 대한 귀동냥이 한창이다. 직전 선거에서 60표라는 미세한 차이로 낙선한 임채룡 세무사(세무사회 대외협력위원장)가 출사표를 작성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현 서울세무사회 부회장인 이종탁 세무사가 출마의사를 밝혀왔다.
두 사람이 결전을 벌인다면 아마도 ‘막상막하’의 게임이 될 것이라는 게 회원들의 전망이다. 임채룡 세무사는 서울세무사회장에 두 번 도전해 고배를 마셨다. 2012년에는 3파전에서 1위후보와 37표차이로, 재작년에는 현 김상철 회장과의 2파전에서 60표차이로 아깝게 낙선했다. 그는 세무사회 부회장까지 지낸 인물이다. 전 집행부와 현 집행부에서도 대외협력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등 누구보다 봉사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최근 서울회장을 맡아온 이창규, 김상철 전‧현직 회장 모두 세 번의 선거를 치렀다는 점에서 그 또한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어서 기대가 크다고 한다.
여기에 도전장을 내밀 것이라고 밝힌 이종탁 세무사도 만만치 않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세무대학세무사회 회장을 거쳐 현 김상철 서울회장을 도와 4년간 서울세무사들의 머슴 역할을 자처하며, 세무사업계 차세대 지도자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들 두 사람이 맞붙는다면 이번 선거역시 안개속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이는 또한번 회원끼리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져 서로 손가락질을 해대는 난타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주곡이기도 하다.
세무사회 선거는 참 재밌다. 당사자가 아닌 외부인의 눈으로서다. 솔직히 국회의원선거보다 더 박진감 넘친다. 지방회장 선거 역시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상대후보를 비방하는 등 네거티브선거전도 가관이다. 그래서 지방회든 본회든 선거가 끝나면 소송전이 난무한다. 쪽 팔리는 줄도 모르고 사생결단으로 덤벼든다. 본회든 지방회든 회장직은 순수 봉사직이다. 그렇다고 지방회장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본회장처럼 월급도 없다. 또 인사권도, 예산편성권도 없다. 본회에서 편성해서 주는 예산을 집행만 한다. 말 그대로 순수봉사(명예)직이다. 그런데도 피튀긴다. 아마도 자존심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더 큰 꿈을 꾸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런데 내로라하는 서울회장들이 많이 있었지만 서울회장 출신들은 한번도 본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적이 없다. 아이러니다.
올 6월 서울세무사회장선거가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다. 또한번 세무사업계가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겠구나라는 걱정이 들면서 솔직히 ‘선거없이’ 새회장의 탄생을 맞이할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을 해봤다.
언제까지 고매한 인격을 가진 세무사들이 ‘힘없는’ 서울회장 한 번하겠다고 삿대질을 하는 등 추한 모습으로 납세자들에게 비춰져야 하는가라는 걱정이다. 직전 선거 때의 후유증(소송)이 아직까지 진행중이라는 점에서 차기 회장만이라도 선거없이 선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지금 들리는 두 사람이 후보라고 한다면 한 회원이 먼저 2년만하고, 그 다음에 다른 회원이 받는 일종의 거래라도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까지 해봤다.
물론 후보자끼리의 주고받기식 거래는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것일 수도 있고, 또 회원들의 민의를 왜곡하는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세무사업계의 선거전 폐해를 목격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무리 그렇다손 치더라도 다음 서울회장의 선출은 각 후보자 측의 중지를 모아 ‘선거 없는 해’로 만들었으면 하는 것이 새해의 작은 바람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기자는 누가 뭐래도 무조건 이번에 양보하는 사람이 앞으로 한국세무사회를 짊어지고 나갈 최고의 지도자감이라고 선전하고 다닐 것이다. 미래의 지도자상은 ‘양보, 배려, 희생’의 덕목도 갖추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