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세청장 출신 9명으로 가장 활발한 활동…부산청장 6명 영입

국세청장 출신 4명, 차장·중부·광주 각각 2명, 대전·대구청장 각 1명

올해 국세청이 대형로펌과의 100억 이상의 고액 소송에서 패소하는 비율이 70%에 달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양경숙, 홍영표 민주당 의원 등이 국세청 출신들의 로펌행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국세청 출신들이 로펌으로 이직하면서 국세청의 과세과정을 ‘무력화’하는 힘을 발휘하면서 국세청의 패소율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것으로 읽혔다.

로펌으로 이직한 국세청 출신들이 실제 소송 과정에서 어떤 특별한 역할을 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간에서는 변호사가 아니지만 세금과 관련한 소송대응에 직간접적인 조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들은 소송에 앞서 진행되는 세무조사와 심사‧심판청구 단계에서의 조력도 더해지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늘 국세청 출신들의 로펌행은 세간의 관심을 끈다.

세정일보가 역대 지방국세청장급 이상의 국세청 고위직 출신의 퇴직 후 현황을 분석해 봤다. 현재(10월 기준) 총 27명이 대형로펌 등에 소속돼 고문의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대기업들의 본점이 속해있는 서울국세청장으로 활약한 이들이 대형로펌 영입 1순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부산국세청장 출신과 국세청장 출신이 대형로펌에서 원하는 고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19~`23년 6월)간 국세청의 행정소송 건수는 6997건이며 패소건수는 685건으로 평균 9.8%의 패소율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기간 확정판결가액은 10조4019억원, 패소소송가액은 2조7082억원으로 평균 26%의 패소율을 기록했다.

또한, 소송금액이 높아질 수록 국세청이 패소하는 비율도 대폭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 기준 1억원 미만의 조세행정소송에서 패소율은 4.7%에 불과했지만, 10억원 미만에는 10.4%, 50억원 미만에는 21.9%, 100억원 미만에는 30.4%로 패소율이 올라가고, 100억원 이상의 초고액 사건일 경우 패소율은 64.7%로 절반을 넘기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5년(`18~`22년)간 환급가산금을 포함해 되돌려준 세금은 3조8395억원에 달한다. 이 중에서 70%인 7조7232억원이 6대 대형로펌이 맡은 사건으로도 확인됐다.

국세청이 6대 로펌(광장, 김앤장, 세종, 율촌, 태평양, 화우)과의 조세소송에서 패소한 비율은 `15년~`23년 6월까지 평균 27.43%를 기록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15년 31.6%, `16년 27%, `17년 20.3%, `18년 29.9%, `19년 30.9%, `20년 23.1%, `21년 25.2%, `22년 24.6%, `23년6월 34.3%였다. 문제는 고액소송일 수록 패소율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듯 고액사건 패소율이 높아 국세청은 외부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국세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소 지방청장급 이상의 국세청 고위직들이 현재 김앤장 등 대형로펌에 몸을 담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업계 1위인 김앤장에는 11명이 고문으로 소속돼 가장 많은 국세청 고위직을 영입한 법무법인으로 집계됐다.

김앤장의 경우 `88년도 제7대 국세청장을 역임한 서영택 전 국세청장이 `94년도부터 김앤장의 고문세무사로 활동을 시작했고, 황재성 전 서울청장은 `99년도부터 김앤장에서 현재까지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또한, `04년부터 이주석 전 서울청장이 입사했고, `05년에는 전형수 전 서울청장이, `15년에는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과 김은호 전 부산청장이, `16년에는 임창규 전 광주청장, `19년 김연근 전 서울청장, `21년 김희철 전 서울청장과 서진욱 전 부산청장, `22년 김용준 전 중부청장이 김앤장에 입사했다.

뒤를 이어 법무법인 광장과 태평양에는 각각 3명의 고위직이 활동 중이다. 광장은 `19년 원정희 전 부산청장을 영입했고, `20년 김재웅 전 서울청장, `23년 유재철 전 중부청장이 소속돼 있다. 태평양에는 `11년 조홍희 전 서울청장을, `16년 이전환 전 국세청 차장을, `23년 박석현 전 광주청장 등이 입사해 활동 중이다.

아울러 율촌에는 4명이 소속돼 있는데 `16년 입사한 이승호 전 부산청장 외에 `22년도에만 양병수 전 대전청장, 이용섭 전 국세청장, 박만성 전 대구청장이 율촌을 택했다.

세종에는 송광조 전 서울청장, 업계 6위인 화우에는 김덕중 전 국세청장과 이동신 전 부산청장, 지평에는 최현민 전 부산청장, 바른에는 조현관 전 서울청장, 대륙아주에는 한승희 전 국세청장 등이 활동 중이다.

이렇듯 고위직 10명 중 4명은 ‘김앤장’으로 입사하며 국세청 고위직들로부터 가장 많이 사랑받는 로펌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정부 이후의 고위직들의 로펌행은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당시 임환수 국세청장은 ‘소송대응=제2의 세무조사’라며 서울국세청에 송무국을 신설하는 등 소송대응능력을 키우기 위한 특단의 비책을 꺼냈다. 이후부터 대형 로펌들의 고위직 영입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임환수 전 국세청장은 이들 로펌에 버금가는 삼일회계법인 소속이다.

박근혜 정부였던 `15년도 박윤준(차장), 조현관(서울), 김은호(부산), `16년 임창규(광주), 이전환(차장), 김덕중(청장), 이승호(부산) 고문이 대형로펌에서 현재까지 활동 중이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19년 김연근·송광조(서울), 원정희(부산), `20년 김재웅(서울), 최현민(부산), `21년 김희철(서울), 서진욱(부산) 고문 등 7명이 로펌으로 이동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2년차이지만 벌써 8명이 대형로펌으로 이직했다. 작년 이용섭(청장), 김용준(중부), 양병수(대전), 박만성(대구) 고문과 올해 한승희(청장), 유재철(중부), 박석현(광주), 이동신(부산) 고문 등이다.

고위직 출신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3년의 취업제한이 있지만 대형로펌이 작은 세무법인을 만들어 공직자윤리법을 우회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일정규모 미만의 세무법인 취업은 취업심사 없이 입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18년 국정감사에서 세무법인 김앤장 대표가 국감장에 불려나와 “김앤장 세무법인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다 나온 사람들이 새로 만든 별도의 법인”이라며 국세청 고위직 퇴직자가 대형로펌의 계열사로 위장취업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한 바 있다. 당시 한승희 국세청장은 법무법인 위장계열사 취업문제 지적에 대해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금소송에서는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자 국회에서는 꾸준히 송무담당 변호사를 늘리기보다 퇴직자 로펌 재취업자들에 대한 지표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제기해 왔다.

한편 국내 로펌에는 이들 고위직 출신뿐 아니라 취업제한 3년의 공직자윤리법을 적용받지 않는 4~7급의 국세청 직원들도 대형로펌으로 이직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