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으로 가는 험난했던 길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 대표세무사

납세자의 재산권을 보호해 보겠다는 사명으로 조세심판원이 있는 세종시에 위치한 조세심판원을 가끔 가게 된다. 세종은 서울에서 승용차로 가면 2시간 정도 걸리고, 돌아올 때는 언제나 고속도로가 혼잡해서 3시간 이상 걸린다. 언제부터인가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편리하다는 주변 동료들의 경험을 듣고 오송역까지는 고속철도를 이용하고, 오송역에서는 택시를 타게 되었다.

일년 전의 일이다. 심판청구 회의가 있던 어느 날 진술서를 준비해서 여유 있게 고속철도를 타고 오송역에서 내려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탔다. 지난해 여름에는 비가 유난히 많이 왔었고, 그날도 충청도에는 비가 많이 온다는 예보에 걱정이 되었는데, 오송역에서 탄 택시는 좌회전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총알처럼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호강을 가로지르는 대교를 건널 때 너무 속도가 빨랐든지 택시기사가 밟은 브레이크는 통제가 되지 않았다.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물살을 가르면서 좌측으로 계속 미끌어지더니 결국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말았다. 좌측과 우측을 몇 번을 충돌하더니 마지막에는 원래 방향으로 멈춰섰다. 그때 기억으로는 택시가 미호대교 좌측 가드레일을 들이받을 때 강바닥으로 떨어지는 줄 알았고, 강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손잡이를 잡고 발에 힘을 주고 버티면서 “이렇게 해서 (삶이)끝나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몇차례 가드레일에 부딪쳤지만 주변에 함께 달리던 차가 없어서 천만다행이었다.

택시기사는 타이어가 펑크난 상태에서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서 멈춰섰다. 심판원에 가는 급한 사정을 알고 있는 기사는 세종까지 갈 수 있도록 동료 기사에게 전화를 하였으나 장소를 알려주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 광경을 지켜보다가 시간이 지체되어 카톡택시를 호출하였더니 다행히 그 지방에도 카톡택시가 연결되었다.

조세심판원에 도착해서 냉수를 마시면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진술을 준비했다. 그날도 심판원은 나의 복잡했던 사정과는 무관하게 순서를 기다리는 청구인들과 처분청에서 나온 조사관들은 각자 사건에 대해 공격과 방어를 준비하는데 열중이었다.

◎ 상속개시일부터 5년 내 영리법인이 가수금으로 얻는 이익의 증여 상속재산 포함 여부

이 날의 심판청구의 사건 개요는 이렇다.

회사의 대표이사가 자본금 1억원의 법인으로 100억원에 상당하는 임대용건물을 은행의 차입금과 개인의 금전(가수금)을 회사에 넣으면서 취득하였다. 회사의 주식은 대부분 대표이사가 차지하고 있었고, 나머지 약간의 지분은 그의 배우자가 보유하였다. 그러던 중 대표이사가 사망하여 상속세 신고를 하였다.

처분청에서 상속세 신고내용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면서 대표이사가 건물 취득자금으로 들여온 가수금으로 인해 해당 법인의 주주에게 증여이익이 발생한다고 하여 소명을 요청하였다. 해당 법인의 지분을 대부분 가지고 있던 대표이사(피상속인) 지분에 대한 증여이익은 자기 자신에게 증여하는 이른바 ‘셀프증여’에 해당하여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대표이사의 배우자와 관련한 증여의제금액은 1억원에 미달하여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소명을 하였다.

이 사건과 같이 재산을 무상으로 증여받은 법인의 주주에 대한 증여세는 당초에는 결손법인 등은 법인세를 과세할 수 없어 해당 법인의 주주에게 증여세를 부과하게 되었고, 과세의 범위를 넓혀 흑자영리법인의 주주에게 부과한 처분들이 대법원에서 잇따라 패소하기 시작하자 2015.12.15.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을 증여의제로 과세하는 규정을 신설하였고, 해당 법인의 주주에게 1억원 이상의 증여의제금액이 발생하는 경우에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하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영리법인이 증여받은 재산 또는 이익에 대해 해당 법인의 주주등에게 증여의제로 과세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으로 하였다.

이러한 법령의 개정 경과를 제시하면서 해당 법인의 주주에게는 증여의제로 과세할 수 없게 되자, 처분청은 가수금으로 인한 이자 상당액은 모두 해당 법인이 얻는 이익에 해당하고, 이러한 증여이익을 얻은 법인은 상속인 이외의 자에 해당하므로 법인에게 5년 이내에 발생한 증여재산가액은 상속세과세가액에 가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처분이 유지되면, 특정법인의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재산을 증여하고, 그 증여자가 5년 이내에 사망하면, 해당 법인의 자산수증이익은 상속세과세가액에 가산해야 하고, 해당 법인의 주주에게 과세한 증여의제이익도 상속세 과세가액에 가산해야 한다. 이에 대해 국세청에서는 2015.12.15.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을 증여의제로 과세하는 규정이 신설되기 이전에는 “상속개시일 전에 영리법인에게 재산을 증여하고 그 주주에게 증여세가 과세된 경우로서 5년 이내에 증여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영리법인에 대한 증여재산가액만 상속세과세가액에 가산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특정법인의 주주에게 증여의제로 증여세를 부과한 것은 “합산배제증여재산"에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어 당연히 합산해야 한다. 따라서, 국세청의 해석은 유효하지도 않다.

국세청의 해석이 아직도 유효하다면, 해당 법인이 얻은 재산 또는 이익, 해당 법인의 주주가 얻은 증여의제이익, 그리고 증여받은 재산 또는 이익으로 인한 주식가치 증가분 등 ‘3중 과세’가 되는 것이다.

결국, 심판청구 진행 중에 처분청은 영리법인이 얻은 ‘금전 무상대출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을 상속세과세가액에 가산하고, 그에 따른 증여세 상당액을 공제하는 경정 결정을 하였고, 심판원은 처분청의 결정이 정당하다는 결정을 하고야 말았다.

◎ 재산권 보호를 받지 못할 미래의 납세자

납세자와 상담을 하다가 보면, 과세관청의 처분이 재산권을 침해한 경우에 불복청구를 준비했다가도 이 정도 세금은 국민으로서 마땅히 내야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불복청구를 취하하는 납세자가 있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억울하니 끝까지 해보자는 납세자도 있다. 그렇지만 심판청구에서 기각 결정이 나면, 소송까지 가는 것을 망설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도 심판청구보다는 법원의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심판청구를 진행하다가 보면, 사건의 내용에 대해 깊은 검토도 없이 기각 결정이 되면, 선례가 되어 나중에 다른 납세자들에게는 부당한 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필자가 상속세를 전문으로 하고, 흑자영리법인이 무상으로 얻은 재산 또는 이익으로 해당 법인의 주주에게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많아지자 개정 작업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처분청의 결정이 당초 개정의 취지와 과세원리에 어긋난다고 판단하고, 이러한 결정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에는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을 예상되어 심판청구를 진행하였으나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심판청구단계에서 종결되었다.

이러한 결정으로 한동안 나쁜 선례로 남게 되어 미래에 발생할 유사한 납세자에게 미안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사건이 있는지 1년이 지났는데, 미호대교에서 입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아직도 불편할 때가 있다. 의뢰인에게 그날의 끔찍했던 사정을 말해도 애써 들으려고 하지 않아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많았던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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