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민간단체 보조금 감사결과 1865건 비리 적발…“제대로 된 관리·감독없다”
기재부 ‘보조금 부정수급관리단’ 신설에…행안부 ‘지방보조금 부정수급관리단’ 신설
국세청도 민간단체·공익법인의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관리위한 조직·인력 충원 검토
정산검증, 성실신고확인 업무 닮아…배준영 의원, “성실신고 확인해 보조금 검증 가능”
김주영 의원, 보조금 정산검증 업무에 세무법인·3인 이상의 세무사 포함 법개정 추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수령하면 공인회계사에게 검증받아야 한다. 지난 6월 대통령실은 민간단체의 보조금 감사결과 1조1000억원 규모의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과 비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강력한 제도개선을 통해 국민 혈세를 단 한 푼도 낭비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현행법은 1억원 이상(지방보조금은 3억원)인 보조금 또는 간접보조금을 교부받은 정산보고서에 대해서는 감사인의 검증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검증하는 것은 ‘회계법인’ 또는 ‘공인회계사회에 등록된 감사반’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회계사의 검증을 받고 있음에도 1865건의 부정·비리가 적발되고 314억원에 이르는 보조금이 횡령, 사적 사용 등 다양한 형태로 부정행위에 사용된 것이 확인되자, 정산검증 금액 기준을 3억원에서 1억원으로 하향을 추진했다.
정산검증은 보조사업 정산보고서가 적절하게 작성됐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업무로, 지출거래의 증빙 확인은 물론 검증대상 정보가 중요하게 왜곡될 수 있다는 상황이 존재한다는 전문가적 의구심을 가지고 감사기법을 활용해 증빙의 진위 여부 확인, 거래의 실재성, 비용집행의 적절성 등을 검사하는 업무이다.
다만 보조금 수령 비리가 적발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A회계사는 “서류의 변조·위조를 찾아내는 것은 감사인의 책임이 아니다”라도 설명했다. 따라서 부실 검증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도록 처벌 조항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보조금 정산검증 금액 기준이 하향되면 소규모 사업자들도 회계사를 찾아 정산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정산보고서 검증 대상인 3억 이상 보조사업을 받는 곳은 `18년 5604개에서 해마다 그 수가 늘어 `22년 9079개로 62%가 증가했다. 만약 1억 이상 보조사업으로 확대한다면 검증을 받아야 하는 곳은 1만9164개로 늘어난다.
올해 9월 기준 감사인의 수는 493개(소속회계사 1만7204여명)이므로, 4만 건 이상의 검증은 결국 부실 검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경기도의회에서는 소상공인들이 정산보고서 검증에 대한 불필요한 비용 부담과 부실 검증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회계감사 비용은 평균 600여만원이다. 보조금 10억원의 경우 감사비용이 0.6%에 해당한다. 정산보고서 검증비용은 통상 150만원 수준이며, 보조금이 3억원일 경우 통상 100만원 내외이다. 이에 대해 회계감사 비용이 과도하면 보조사업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따라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산검증을 회계사에게만 한정한 것을, ‘세무법인’과 ‘3명 이상의 세무사’도 검증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세무사는 지방자치단체가 집행하는 보조금 등의 부당한 수입‧지출을 검증하는 ‘결산검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인건비, 운영비 등 사업자의 부당 지출을 장부와 증빙서류를 통해 검증하는 ‘성실신고확인’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법안 발의 배경이다.
결과적으로 정산보고서 검증 내용은 사업 집행 내용과 비용처리를 확인하는 업무로 회계감사보다는 성실신고확인 업무에 가깝고, 정부가 세무사 업무의 성격상 법적 권한이 없다고 반대하고 있으나 이 역시 보조금법에 세무사가 검증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 해결되는 문제다.
한편, 일각에서는 보조금 집행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검증 인력을 늘리고, 부실 검증에 대한 처벌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지적이 함께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