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년차 직원들, “선배들은 퇴직해도 세무사 자격증도 나오는데~”

하늘에서 내려다본 국세공무원교육원. [국세청 제공]
하늘에서 내려다본 국세공무원교육원. [국세청 제공]

국세청이 30년 이상 장기근속 직원들을 위해 실시한 ‘힐링 프로그램’이 뜨거운 호평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직자들의 바람직한 교육이 아닌 것 같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4일 세정일보 취재 결과, 국세공무원교육원(원장 송바우)은 지난 10월 ‘장기근속자 리더십 교육과정’을 진행했다.

해당 교육은 국세청 근무 경력이 30년 이상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리더십 교육과 더불어 현장 활동을 함께 하는 형식의 교육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세대 갈등과 소통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음과 동시에 업무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힐링 캠프’ 방식의 교육인 셈이다.

회차당 100명씩, 1~4차까지 진행돼 총 400명의 장기근속자가 교육을 받았다. 교육원이 제주도에 위치한 만큼, 일요일에 제주도로 내려가 월요일 오전부터 강의를 듣고, 금요일 오후에 올라오는 일정으로 짜였다.

교육원은 처음으로 운영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첫 회에는 많은 인원의 신청을 받았지만, 내년부터는 인원수를 줄여서 매년 실시할 계획이다.

프로그램은 오전에 교육, 오후에 현장 활동으로 구성되는데, 1~4일 차 오전 교육은 ‘소통 리더십 교육’을 비롯해 금융활용법 등 금융 관련 교육, 양도세 전문 세무사가 강의하는 부동산 관련 교육, 아로마 명상, 제주 축산 교육 등이었다. 5일 차에는 오전 교육이 생략되고 치유의 숲 방문 이후 집으로 돌아가는 일정이다.

오후 현장 활동은 삼겹살을 곁들인 외식을 시작으로 샹그릴라 요트 체험, 중문 해안가를 둘러봤고, 송악산 둘레길 트래킹, 천지연 폭포, 세연교, 헌마공신 김만일기념관 등 다양한 제주의 명소를 방문했다.

교육에 다녀온 이들은 모두가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30년 장기근속자들이 모이다 보니, 수십 년 전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도 오랜만에 볼 수 있는 만남의 장소가 됐다. 추억을 서로 나누고, 그동안 고생 많았다며 어깨를 다독이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한 직원은 “인생의 대부분을 국세청에서 보냈지만, 아직까지 사무관 승진을 하지 못하고 실무자로 살아오면서 마음속에서 비슷한 고민을 가진 동료 직원들이 많았다”며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렇게 힐링하고 리프레시하는 시간을 갖게 돼 남은 시간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호평했다. 또 다른 직원도 “과거에는 20년 차에는 안식년이라 해서 휴가를 준 시절도 있는데, 이렇게 30년을 일했더니 이런 힐링 교육도 받는 날도 오는구나 싶어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겹살 외식, 샹그릴라 요트 투어, 바다낚시 등의 일정이 외유성 코스로 비춰진다며 ‘바람직한 공직자들의 교육과정이 아닌 듯하다’는 비판적 시각도 나왔다. 특히 400명이 움직이기 때문에 비싼 돈을 들여 다녀온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다.

취재 결과, 삼겹살 외식은 첫날 점심 한 차례뿐이었고 나머지는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요트 탑승 비용은 1인당 3만5000원으로 이번 프로그램의 가장 비싼(?) 예산 소요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악산 둘레길, 헌마공신기념관 등 대부분이 입장료를 받지 않는 무료 코스로 진행됐으며, 이 외에 천지연 폭포 입장료는 2000원, 치유의 숲 입장료 1000원 등 입장료를 받는 곳들도 1만원 이하의 곳으로 진행됐고 이마저도 단체할인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와 관련 한 직원은 “선배들은 퇴직해도 세무사 자격도 나오는데, 퇴직자들을 배웅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이 맞냐”며 “오히려 승진적체와 악성 민원 등으로 인해 조직을 떠나는 10년, 20년 차의 베테랑 실무자들을 배려해야 조직의 미래가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냐”고 지적했다.

국세청의 허리를 담당하는 10~20년 차의 직원들 중 퇴직을 고민하는 이들이 많고, 실제로도 퇴직자들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국세청 조직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미래세대에 대해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또 다른 직원은 “제주도에 다녀온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칫 일주일이란 시간 동안 한두 명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인원이 예산을 써가며 제주도에서 놀다 온 것으로 비춰질까 우려된다”며 “납세자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세청 직원들을 자칫 ‘세금 낭비나 하는 조직’으로 오해라도 받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교육 프로그램은 타 기관에서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국세공무원교육원 프로그램 역시 경기도 인재개발원, 국토교통부, 관세교육원 등 타기관의 장기재직자 교육 프로그램을 참고해서 기획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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