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율 4단계 구간 우리나라가 유일…최고세율 2011년의 22%까지 낮추어야”

“세무조사 중심의 국세청 비밀주의 깨고, ‘감추어야 힘을 갖는다’는 생각 버려야”

시대의 석학을 만났다. 전공은 법학이다. 그래서인지 세법학자들보다 시야가 좀더 넓다는 평가다. 지금은 세법에 더 해박하다. 국내 세법관련 학회가 열리면 주제발표와 토론자로 어김없이 나선다. 단골손님이다.

법률가들은 일어난 사건에 대해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가들에 비해 미래지향적이지 않다고들 한다. 그런데 그는 늘 앞을 내다보면서 세금의 미래를 걱정하는 학자이다. 지난 `18년 세금불복제도를 확 뜯어고치자는 논문을 발표하고 국세청, 심판원 등 세금쟁이들로부터 적지 않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세금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법인세율을 내려야 한다. 올려야 한다’, ‘상속세율을 내려야 한다. 폐지해야 한다’, ‘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해 횡재세를 매겨야 한다. 안 된다’ 등 논쟁이 한창이다. 그런데 제대로 된 전문가가 없거니와,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이미 정치화 되어버린 세금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려고 하지 않는다. 법인세율을 올려야 하는지, 내려야 하는지를 놓고 정치인들이 멱살을 잡고 싸워도 학자들의 의견은 없다. 겨우 학회를 열어도 고작 실무에 묻힌 소소한 규정에 매달려 소꿉놀이 수준에 그치는 모습이다.

그래서 세정일보가 시대의 석학으로 불리는 ‘박 훈 서울시립대 교수’를 만나 굵직한 세금제도와 관련한 문제에 대한 견해를 솔직하게 들어보기로 했다.

법인세율 문제, 부가가치세율 문제, 상속・증여세율 문제, 세무조사 문제, 세금불복 문제에 대해 정치적 수사(修辭) 가 아닌 학자로서의 양심과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세금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보기로 했다. 물론 박 교수의 견해가 지고지순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의 세제는 어떤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의 얼개라도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세금에 대한 정의란 무엇입니까?

=‘국가가 재정을 위해서 국민 재산 일부를 걷는 것이다’라고 많이 이야기한다. 법에 따라서 국가재정수요를 목적으로 걷는 것이다.

▶납세는 왜 의무입니까? 과거 영국의 경우 ‘납세자의 권리’라는 개념을 사용했는데, 독일이 2차대전 전비 마련을 위해 '의무'라는 개념으로 변질시켰다는 말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헌법 제38조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고 해서 의무라는 말을 쓰고 있다. 헌법 제32조에서 근로는 권리이면서 의무임을 밝히고 있는 것과 비교하여 달리 되어 있기는 하다. 1948년 7월 17일 처음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상 보면, 마찬가지로 납세는 의무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헌법 조문이 제29조에 있는 것만 현재와 다르다.

납세자의 권리 부분은 사실상 미국과 캐나다의 “Taxpayer Bill of Rights”라는 명칭에서 현재도 볼 수 있고, 우리나라도 납세자권리헌장이 있는데 2018년 2월 1일에 개정될 때 저 역시 관여하기도 했다.

납세의무를 이야기 하면서, 독일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독일의 경우에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하고서, 바이마르공화국이 탄생했는데 이때 재정궁핍을 구제할 목적으로 1919년에 조세기본법을 제정된 바 있다. 독일은 1920년대 납세자와 국가의 관계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헨젤(A.Hensel)의 조세채무관계설과 뷜러(O. Bühler)의 조세권력관계설의 논쟁이 그것이다.

독일은 행정법이 강한 국가이다. 예를 들면, 일본과 영국은 일종의 왕이 있었다. 왕이 국민의 재산을 일부 가져가는 것으로 돼 있는데, 왕은 권력을 갖고 국민은 지배를 받는 곳이다. 권력복종관계로 정부와 국민의 관계를 정의하다보면 세금문제를 권력을 가진 사람이 국민의 재산 일부를 필요하니 가져가겠다고 하는 것이 된다.

반면 국가도 채권자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보면 세금이란 우리가 돈을 빌려주고 받듯 법에 따라 채권 채무관계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즉, 국가와 국민의 관계가 권력복종관계인지, 채권채무자의 관계인지로 나뉘는 것이다.

권력복종관계에서는 세금을 받지 못하면 바로 강제집행이 가능하지만, 채권채무자의 관계로 보면 세금을 못 받을 경우 법원에서 힘을 얻어 강제집행을 하게 돼 있다. 세금을 걷는 국가가 다른 개인 채권자와 같은 측면도 있지만, 세금을 제때 안내면 현재 우리나라 법하에서도 강제집행이 바로 가능하므로 국가와 국민의 관계에 다소 권력복종관계로 보는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금은 법에 따라 내어야 법정채무가 되는 것이고, 납세자는 이를 내어야 할 의무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국민이 당당하게 법에 따라 세금을 줄일 수도 있고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의무만의 강조가 아니라 납세자의 권리 부분도 함께 고려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지난 `22년 국회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가 ‘법인세율’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어느정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법인세 구간을 줄여야 하는 것은 맞다. OECD국가 중 4개 구간으로 되어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OECD국가 중 35개국이 단일한 세율이다. 2022년 12월 법인세법 개정시 각 구간별로 1%만 낮추어 최고세율이 24%가 되었지만, 저는 최고세율이 2011년의 22%까지 낮추는 것을 고려해야 할 때라는 입장이다.

OECD국가와 비교하여 볼때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이 높은 수준이다. 2021년 기준으로 보면, OECD 평균은 23.3%, G7 평균은 24.5%로서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 당시 25%는 OECD 국가 중 8위 수준이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 27.5%는 OECD 국가 중 11위 수준이다. 우리나라보다 세율이 높은 나라와 비교, 실효세율의 관점, 법인세 세율을 낮추었을 때 낙수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다툼 등 때문에 법인세율을 낮추는 것에 주저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한국은 법인세율이 높은 곳’이라고 보고 경쟁 비교 상대에서 제외해 버린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은 세율이나 세금으로 경쟁력이 없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업들에게 동력을 줄 필요가 있는데, 법인세율 인하는 보수 쪽, 법인세율 인상은 진보 쪽 이렇게 견해가 나누어지는 상황이다. 국가에서 돈이 필요할 때 큰 돈을 갖고 있는 법인에게 부담을 시키라고 세율인상을 주장한 적이 있지만 지속가능한 모델이 아니라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법인세율은 낮춰야 한다고 본다.

▶상속・증여세율, 온 지구촌이 세율을 확 내려야 한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나아가 상속・증여세는 소득세의 보완세제로서 이중과세 성격이라고도 하면서 아예 상속세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는데.

=지금 상속세율이 50%인데 낮추는 것도 필요하다. OECD국가와 비교하면 우리의 세율이 높은 것은 사실인데, 단순 세율만 높은 것이 아니라 자산가치의 상승으로 체감세율도 높아졌다.

2021년 기준 OECD 회원국 38개국 중 상속 관련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24개국이고, OECD 국가중 직계상속(흔히 자녀에게 상속준다고 할 때)에 대한 최고세율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55% 다음의 50% 세율로 2위의 세율을 차지하고 있다. 주식할증평가 20%를 적용되면 주식만 상속을 받아 상속세를 적용하면 60%의 세율로 OECD 최고 세율을 적용받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다만 형제자매에게 적용되는 최고 한계율은 14%(슬로베니아)부터 65%(벨기에)까지 다양한데, 우리나라가 OECD 최고수준의 세율이라는 것은 여러 조건들이 따라가야 맞는 말이기는 하다.

한편 정치권에서 상속세에 대해 요즘 특히 더 관심을 갖는 이유도 서울의 아파트 값이 짧은 시간에 두배 가까이 오르면서 상속세 대상이 되는 납세자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2000~2019년 소득수준이 2.7배 높아지는 동안 상속세 과표구간 및 세율이 한 번도 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기간 동안 상속세가 발생되는 피상속인의 수는 6.9배 증가하고, 신고세액도 7.1배로 늘어난 것도 일부 부자에게만 매겨지던 세금이 점차 그 의미가 바뀌어 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상속세율 인하, 그리고 과세구간의 변경은 맞다고 본다. 다만, 폐지는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세금을 만들고 없애는 것은 국민들의 이해와 동의가 필요한데, 상속세만 봐서는 안 되고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재산세, 종부세 등 많고 세율 중에서 왜 상속세를 손봐야하는지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모 방송사에서 상속세 폐지에 찬성하냐고 물었을 때 90%가 찬성한다고 했지만, 재산이 10억 넘는 경우라고 단서를 달았더니 반대로 상속세는 유지돼야 한다고 대답을 바꾸었다. 즉, 상속세율은 논리만이 아니라 정서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세율을 낮추자는 것은 설명될 수 있어도 폐지를 논의하면 상속세에 대한 어떠한 변화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현재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생각이 다른 그룹들간의 대화가 가능한 범위에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1년에 발간된 OECD의 상속세 관련 자료를 보면 상속세, 유산세, 증여세의 필요성과 적절한 설계를 평가할 때 국가별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중요한 고려 사항에는 국가의 부의 불평등 수준, 행정 능력, 그리고 자본소득과 자산에 부과되는 기타 세금 등이 포함되어 있다. 상속세 세율을 낮추어야 하느냐에 즉답한다면 50% 세율은 낮출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전체 세금 개혁의 틀에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도 이러한 OECD의 생각과 맥이 닿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세수비상과 양극화 심화 속에서 상속세 인하 정당성을 문제삼는 분들의 이야기도 귀담아 들을 필요도 있고, 서로 간의 국가 발전을 위한 합리적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속세 세율 인하가 곧 부자감세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부자의 편이고 보수이다’라는 연결로는 학자들이 서로의 주장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반면, 상속세는 부의 대물림일 뿐이고, 부자 부모와 가난한 부모를 가진 사람들의 출발선을 다르게 하는 매우 불공평한 현상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세제라는 점에서 더 강하게 과세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상속세율이 90%로 높을 때도 있었다. 대신 제대로 작동을 안 했다. 전쟁을 앞둔 1950년 3월 22일에 소득세제에 대한 보완세로서 상속세제를 규정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상속세법’이 제정되었는데, 이때 당시 과세구간이 14개로 나뉘어져 있었고 최저 20%에서 최고 90%까지의 누진세율이 있었다. 전쟁중인 1952년 11월 30일에는 법을 개정해서 10%~75%로 전반적으로 세율을 낮추었는데, 그동안의 물가변동 등 경제여건이 많이 달라졌으므로 이를 반영하기 위하여 세율을 인하하고 각종 공제액 및 면세점을 인상한 조치였다. 이때 종전 있던 증여세법이 상속세법에 흡수통합되었다. 1966년에 국세청이 만들어졌으니, 90%인 것을 70%로 낮추었다고 해도 실제 있는 법이 잘 작동했다고 보기 어렵다.

예전에 초등학교 교과서 검증하는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법원에서 온 분도 계셨다. 당시 우리나라의 3심제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삼세판이라는 말이 있다’고 적힌 문구를 보더니 ‘어릴 때부터 이런 말을 가르치니 1심에서 끝날 사건을 자꾸 대법원까지 갖고 오게 된다’고 지적하여 해당 문구가 삭제된 적이 있었다. 이렇듯 세율 역시 국민의 인식도 중요하다. 국민 인식이 같이 맞물려야 세제개편이 된다고 본다.

▶재정수요는 급격히 늘어나는데 세수는 한계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손쉬운 재정확대로서의 한가지 방안으로 유럽 선진국에 비해 낮은 부가가치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간간히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결론적으로는 높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2021년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율 10%는 OECD 회원국 중 34위 수준이고, OECD 평균 부가가치세율이 2021년 기준 19.3%로 우리나라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참고로 미국은 부가가치세를 운영하지 않고 있고 부가가치세와는 다른 소비세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익숙한 부가가치세가 유럽에서 왔다고 할 수 있는데,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은 20%대이다. 이런 세율 비교는 표준세율의 경우이고, 유럽 여러나라에서는 경감세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부가가치세 세율의 복수세율 체계도입도 학계 및 실무에서 논의되고 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보다 늦은 1989년 부가가치세(일본명으로는 소비세)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2019년 10월 이전에는 8%의 단일세율을 적용하다가 2019년 10월부터 세율을 10%로 인상하면서 복수세율을 도입했으며 식료품에 대해 8%의 경감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처럼 복수세율 체계를 도입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나라는 현재 도입당시부터 계속 유지해 왔던 10%의 세율이 높아진다면 물가에 직격을 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나라에 1976년 부가가치세법 제정(1976. 12. 22. 제정)을 통해 1977년 7월 1일부터 부가가치세를 시행하는 것과 관련하여 이를 담당했던 과장이었던 전 강만수 장관의 회고록(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 -부가세에서 IMF사태까지, 삼성경제연구소, 2005.5.6.)을 보면, 그 당시 부가가치세 도입으로 인한 정치적 책임과 관련하여 의회로부터 지탄을 받은 부분이 나온다. `77년 도입 당시 종전 8개 세금을 합쳐 새로운 세금으로 도입했는데, 상인들의 반대가 심했다. 특히 부산과 마산에서 상인들을 중심으로 조세저항운동의 데모가 일어났고, 독재정권말기여서 시민들의 독재정권 퇴진운동과 결합되며 부마사태가 일어났다고도 볼 수 있다.

부가가치세가 정치적 파급력이 있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2010년 연구년으로 일본에서 공부할 당시, 신주쿠에서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을 반대하는 데모를 본 적이 있다. 일본 민주당의 간 나오토(菅 直人) 총리가 소비세 인상 계획을 처음으로 밝힌 것은 2010년 6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였다. 간 총리의 소비세 인상 방침은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패배를 초래했다. 선거 전과 달리, 참의원에서 민주당 의석 수는 과반에 미달하게 되었다. 일본의 부가가치세는 1988년에 세율 3%로 관련법이 제정된 후, 1997년에는 5%로, 2014년에는 8%로 인상되었고, 현재는 10%가 되었다. 소비세 세율을 인상할 때마다 일본의 정권이 흔들거렸다.

소비세가 처음 도입된 1989년 케시타 노보루(竹下登) 정권인데, 소비세 도입(당시 세율은 3%)직후 열린 1989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소비세 폐지를 내건 사회당에 참패하며 퇴진하게 되었다. 1997년 4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 내각은 재정을 재건하겠다며 소비세율 3%에서 5%로 인상을 했는데, 이후 금융불안과 외환위기 등이 겹치며 일본 경제는 불황에 빠졌고 1998년 여름 열린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대패하게 된다. 전혀 바뀔 것 같지 않던 다수당으로서 자민당이 잠시 민주당으로 바뀌는 큰 계기가 된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민주당 간 노오토 내각은 소비세 세율 시도만 하다 결국 물러났고, 민주당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내각에서 2012년 당시 야당이었던 자민당, 공명당과 소비세율을 향후 2번에 걸쳐 최종적으로 10%까지 인상하기로 합의했는데, 결국 같은 해 민주당이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하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들어섰다. 아베 내각은 2014년 4월 소비세율을 8%로 끌어올렸는데 이후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일본 정부는 당초 2015년 10월에 10%로의 소비세율 인상을 단행할 계획이었으나, 일본 국내 경기상황을 고려하여 2017년 4월로 한 차례 미룬 뒤 2019년 10월로 재차 연기한 후 10% 세율이 인상되었다.

이렇듯 세율 인상은 어려운 일이지만, 유럽이 우리나라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보면 부가가치세율 인상은 국제비교적으로도 가능한 이야기다. 물론 과거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율 도입이나 일본의 사례처럼 정권이 흔들릴 정도의 파급이 있어서 그거 하나만 떼어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부가가치세율을 목적세 형태로 해서 인상한다고 해도 반대가 심할까요? 이를테면 서민들 집을 사주는 방식이라면.

=가능성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1978년 주민발의안 제13호(Proposition 13)에 의해 헌법 제13A조가 개정되어 주헌법 차원에서 지방정부가 재산세를 올리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부동산의 시가에 기초하여 계산한 종가세 최고액은 재산세 과세평가액(full cash value)의 1%를 넘을 수 없고, 재산세 과세평가액은 1975년 기준가격으로 평가하고 매년 과세평가액 조정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연간 2% 한도 내(캘리포니아 물가지수와 2% 중 낮은 것)에서만 인상할 수 있다. 이러한 주헌법 개정은 이후 캘리포니아 재정적자에 영향을 미치게 됐는데,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주민투표로 세금을 직접 올리기도 했다.

캘리포니아는 초,중,고등학생의 교육재정에 쓰기 위해 올린다고 했더니 학부모들이 반대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2015년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미국 지방세제도 보고서를 쓰면서 실제로 현지 주민들 몇몇에게 물어보니 학생들 교육에 쓰기 위해 일부 세금 올린다는 데 어떻게 반대하느냐고 말한 바를 듣게 되었다. 이렇듯 목적세처럼 그 걷은 세금을 동의할 만한데 쓴다는 전제 즉 미국 캘리포니아주 재산세의 엄격한 제한에도 목적세 형태로 사실상 세금 올릴 수 있듯이 부가가치세도 좀 더 특정한 목적과 연계지어 세율 인상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본다. 사실 통일이 되는 경우 급격한 재원확보 수단으로 부가가치세 인상을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이러한 맥락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낸 세금이 어디에 쓰인다고 알려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좋은 이야기다. 세금이란 국민 재산의 일부를 거둬 국가 재정에 쓰는 것인데, 재정수요와 자기부담을 연결시키는 작업이 제대로 된다면 세금에 대한 저항감을 낮출 수 있고, 그 필요성에 더욱 동감할 수 도 있게 될 것이라고 본다.

자신이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계속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예를 들어 버스정류장의 의자를 열선으로 따뜻하게 한 지방자치단체가 있는데 그곳에 앉아 ‘내가 낸 세금이 이렇게도 쓰였구나’하고 실감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국세의 쓰임새에 대해 국방, 교육, 치안, 환경 이렇게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국민 개인에게는 와닿지 않는 측면이 있다.

▶세금불복문제도 관심이 큽니다.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 과세전적부심, 행정소송 등 너무 다양한 불복절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다양한 불복절차는 납세자의 선택지를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같은 세금사건이 어디로 가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문제, 불복절차가 다양해서 이들 절차를 이해하는 것도 힘들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98년 행정법원이 서울에 처음생기면서 조세소송이 2심에서 3심제로 바뀌게 됐는데, 이와 함께 조정됐어야 할 앞 단계의 행정불복기관이나 절차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1994년 7월 27일에 행정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이러한 제도변화가 있었는데, 조세소송이 3심제가 된 것은 해당 개정법이 시행된 1998년 3월 1일부터라 할 수 있다.

위 개정전 조세소송은 조세행정불복 이후 1심법원이 아닌 곧바로 첫 소송의 시작이 고등법원부터 시작해서, 다음 상소로는 대법원이 되는 2심제였던 것이다. 행정법원이 생기면서 현재는 조세행정불복 이후 소송은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의 순으로 3심제가 되었다. 위 조세소송 개정이후 1999.8.31. 국세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종전에는 심사청구와 심판청구를 차례로 거쳐야만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으나, 2000년 1월 1일 이후에는 심사청구와 심판청구 중 어느 하나만 선택적으로 거치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거치면서 조세불복은 심사 또는 심판,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거치면서 납세자는 불복단계를 네 단계를 거쳐야 하는 셈이 되었다.

행정법원이 생길 당시 조세불복기관이 정리되지 못한 이유는 기재부, 국세청, 감사원 3개의 기관이 각자의 논리를 갖고 각자의 불복절차 폐지에 반대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국세청에 제기하는 이의신청‧심사청구, 조세심판원(종전 국세심판원일때에는 기재부 산하, 현재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제기하는 심사청구, 감사원에 제기하는 심사청구 등 각자의 기관 논리가 이어진 것이다.

실제로 현 정부에서 대통령 공약으로 하나의 기관내 조세불복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행정불복을 합치는 것이 추진 중이다. 현재 특별행정심판기관은 66개, 일반행정심판기관은 57개로 행정심판기관만 총 123개인데, 이를 하나의 행정심판원으로 통합하려하는 안이 있는 것으로 안다. 현재 로펌과 회계법인, 세무법인 등의 초미의 관심사다. 조세분야만이 아니라 통합대상이 되는 다른 영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무조사로 추징한 과세가 심판원이나 법원에서 과세기관이 패할 경우 납세자가 그간 고생한 경제적 시간적 피해에 대한 보상방안이 있다면?

=소송은 이긴 사람에게 소송비용 등을 진 사람이 보전해 줘야 하지만 행정심판에는 그 제도가 없다. 그렇지만 납세자가 잘못된 세금으로 추가비용이 들었다면 이를 보전해 주어야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환급가산금 이상의 보상이 필요할 것이다. 행정심판은 인지대가 없어서 그것으로 납세자의 부담을 덜어준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우리나라 제도는 조세불복을 하더라도 세금을 내어야 하고 이를 과세처분의 집행이 멈추지 않는다고 해서 ‘집행부정지’라는 말을 쓰고 있고, 추징세금을 당장 내지않기 위해 일부러 조세불복 절차를 밟게되는 것을 방지하는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 세금을 안 내야 할 사람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행정소송법 23조에서는 세금 부과로 기업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고 세금 부과에 문제 소지가 있을 경우 세금 납부를 유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 법원이 세금 부과 집행정지를 한 경우는 드물다. 2015년 4월 3일에 고등법원에서 국세청이 부과한 778억원을 최종 판결 때까지 안 내도 된다고 판결한 것이 언론에 보도될 정도였다. 위법한 세무조사에 대해 납세자에게 대리인 비용을 비롯해서 일정한 비용을 보상해 주는 것도 과세관청으로 하여금 세무조사를 신중하게 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조세피난처’라는 말을 싫어한다. 세금이 재난도 아닌데 조세를 피난하기 위해 해외로 가는 말이기 때문이다. 세무조사도 사실상 경제활동에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에 조사 후 문제가 없으면 관련 비용을 보전해주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취업면접을 보러 오면 교통비를 주거나 면접비를 주게 되는 것처럼, 세무조사도 세금을 걷는 것 뿐만 아니라 성실히 세금을 납부한 것이 확인되고 ‘정말 괜찮은 납세자다’라고 판단되면 경제적 보상을 별도로 주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현재의 법률에서는 모범납세자의 혜택을 주고 있으며, 환급할 때 환급가산금이 지급되는 정도다.

이렇듯 경제적 보상이 필요할 수 있지만, 인지세를 납부하는 소송처럼 납세자에게 보상해주자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인지세를 받아야 하는 소송구조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끝으로 지난 2011년 국세청 납세자보호관을 지내는 등 국세행정과는 인연이 깊다. 지금 국세행정에 대한 평가와 조언을 해주신다면?

1966년 국세청이 개청될 당시에 비교해 본다면, 국세행정은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전자세정분야는 어느 선진국에 내 놓더라도 뒤지지 않고 다른 개발도상국에게는 우리의 발전된 국세행정 노하우를 전수할 정도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민간부문과 소통은 부족하다고 본다. 물론 이는 단순히 국세청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국세청에 있다가 민간으로 가기도 하고, 민간에 있다가 국세청으로 갈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교류가 필요하다. 국세청에서 민간으로 가는 것을 전관문제로, 민간에서 국세청으로 가는 것을 국세청 주요 정보를 빼간다는 시각으로 볼 것은 아니다. 국세청 내부의 국세행정 모습은 이렇게 들어가고 나가는 사람간 교류하면서 그들로부터 일반국민에게 국세청의 변화된 모습이 전파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들어가고 나가는 사람에 국한하여 또 다른 인맥으로만 잘못 흘러가는 것은 경계할 부분이다.

그리고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중심으로 한 비밀주의는 깨져야 할 것이다. 국세행정의 주요 부분을 아직은 못 보여 주는 부분이 있다면 준비를 차근히 해서 자신감 있게 되었을 때 보여주는 것은 있을 수 있다. 이제는 ‘감춤으로써 힘을 갖는다’는 생각은 버렸으면 한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이러한 비밀주의로부터 탈피가 쉽지 않다. 다수의 국세청의 우수하고 사명감 높은 구성원들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국민들로부터 신뢰가 있을 때, 권력자로부터 부당한 압력도 버텨낼 수 있는 것이고 더 나은 국세행정이 가능한 것이다. 일부 직원의 일탈이 있더라도 그때마다 이를 과세관청 자체 반성으로 다시 들어다 볼 계기로 삼으면 되는 것이고, 과세관청 전체가 흔들릴 필요는 없다. 국세행정의 신뢰가 세금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없애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민간부문의 변화와 동기화되어 조금씩이라도 바뀌지 않는다면 외부에서 변화를 강제적으로 요구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세관청은 국민이 과세관청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고, 국민도 과세관청의 구성원도 새로운 국내외 환경에 생각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변화하는 것이 없다면 이미 과세관청은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국세청에 대해서는 어떠한 변화를 하고 있나 질문을 던져볼 때 되돌아 오는 답변에 따라 평가가 달리질 수 있을 것이다.

[박훈 교수는?]

박훈 교수는 2023년 3월 납세자의 날을 맞아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했다.

지난 `03년부터 서울시립대 교수로 지내면서 `06년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11년 국세청 납세자보호관, `12년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13년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회 위원, `15년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세무조사분과 위원장, `17년 대통령직속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 등 세제 전문가로 활약해 온 공로였다.

특히, `19년에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예산정책자문위원, `21년 기재부 국세예규심사위원과 서울지방국세청 법률고문 등으로도 활약했고, 한국납세자연합회 정책위원장 등 오랜 기간 세법개정과 납세자권익보호 활동을 펼쳐온 인물이다.

박 교수는 국세청에서 적법 과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률 자문역할을 맡을 뿐만 아니라 납세자들의 편에서 권리보호를 위한 활동과 실질적인 권리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업무를 맡았고, 특히 국세청의 ‘아름다운 납세자상’ 신설을 담당했던 공적을 세우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조세분야의 전문가로 후학양성에 힘쓰고,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장을 역임하며 세무전문가 양성에도 기여했으며, 조세관련 학회에서의 활동으로 세제와 세법과 관련한 전문성 제고와 연구를 끊임없이 계속하고 있다.

지금은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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