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돈 전 조세심판원장이 물러난지 딱 보름째다. 현재 세종시 조세심판원과 기획재정부 등 관가에 따르면 후임 원장은 심판원 상임심판관을 맡고있는 심화석 국장이 내정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러면서 심 국장은 세금전문가가 아니라는 말이 꼬리를 물고있다. 먼저 알려진 심 국장의 이력은 이렇다. 1966년 강원 태백 출신. 영남대 행정학과, 행정고시 33회 합격.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 조사총괄과장·총괄기획과장·공보행정관, 정책분석평가실 평가총괄과장, 관세청 감사관, 국무조정실 사회복지정책관을 거친뒤 지난 2014년부터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으로 재직중이다.

이력상으로만 보면 평생 세금밥을 먹고있는 기획재정부 세제실, 국세청 사람들 눈에는 비전문가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이들 두 곳에서 약간의 반발성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조세심판원은 ‘납세자 권리구제’ 기관이다. 한해에 심판원이 다루는 세금불복 사건은 8천건이 넘는다. 이들 사건들 모두가 원장의 결제가 있어야 결정되어지는 구조다. 원장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또한 원장은 납세자들이나 국가의 징세권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중대한 사건에 대해서는 심판관합동회의에 회부하여 재심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까지 주어져있다. 무엇보다 조세심판원장이 최종 구제하겠다고 결정한 사건 즉 납세자가 승소한 사건은 과세당국에서는 항소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권한이 원장에게 주어져 있다.

그래서 세금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세금전문가가 이 자리를 맡아야 납세자의 권리가 공평무사하게 지켜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그동안 조세심판원장은 세법을 만들면서 누구보다 그 취지를 잘 알고있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출신들이 대부분 그 자리를 맡아왔다.

이에따라 이번에도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H국장이 내정되었다는 소문이 무성했었다. 그러다 몇 일이 지나면서 심판원장 자리가 ‘기재부의 2중대냐’면서 기재부 독점 논란이 불거지자 총리실 출신 인사로 분류되는 심 국장이 내정되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리고 이번 인사의 이면에는 총리실과 기재부의 힘겨루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친박의 핵심으로 불리는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및 경제부총리가 물러나자 총리실(조세심판원)인사는 총리가, 그리고 총리실 출신이 해야겠다는 힘의 논리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과거 두 차례 가량 비전문가로 불렸던 전직 심판원장들의 이름을 올리며 “비전문가들이 원장을 맡았을 때 오히려 납세자들의 권리구제가 더 빛을 발했었다”라는 말까지 들려오고 있다.

전문가가 억울한 납세자들의 권리구제에 더 적합한지 아니면 비전문가가 더 적임자인지는 쉽게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문제는 원장이 얼만큼 사심을 버리고 공평무사하게 일처리를 하느냐 일 것이다.

이에따라 일각에서는 차제에 심판원장을 하다가 세제실장으로 그리고 관세청장으로 가거나, 심판원 상임심판관을 지내다 국세청 국장으로 복귀하고, 또다시 심판원 상임심판관으로 옮기는 등의 돌려막기, 원칙없는 마구잡이 인사관행을 넘어 세금제도를 만드는 세제실이나, 세금을 부과하는 국세청, 그리고 그것을 지배하는 권력으로부터 독립하는 ‘조세심판원의 독립’을 심도있게 검토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조세심판원장 자리를 총리실에서 먹든 기재부에서 먹든 납세자들에겐 별 관심이 없다. 오로지 억울한 납세자가 생기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 납세자들이 요구다. 이번 인사 역시 자리다툼이라는 손가락이 아닌 납세자권리구제라는 달을 보고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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