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제2기 ‘부가가치세 확정신고’가 지난 26일로 마감됐다. 25일 마지막날 신고가 몰리면서 2300억원이나 들여 새로 개통한 국세청 홈택스가 과부하로 먹통이 되었다. 신고가 순조롭게 진행되던 일선 세무서는 물론 전국의 세무사 사무실은 ‘멘붕’상태가 되었다. 세무사들은 신고기간을 하루 연장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일선 세무서 창구는 2~3시간 기다려야 신고를 마칠 수 있는 등 한마디로 혼란스러운 하루였다. 결국 국세청은 신고기간을 하루 연장하는 처방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국세청은 이번 신고를 앞두고 모든 사업자가 세무서를 방문할 필요 없이 전자신고나 모바일 전자신고 등의 방법으로 세무서 방문 없이 신고·납부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준비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국세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무서를 직접 방문해 신고하는 납세자들은 기자의 눈에는 줄어들지 않았다.

기자는 이번 2015년 제2기 부가가치세 확정신고 기간을 맞아 납세자들이 세무서로 직접 방문하는 이유와 신고창구 현장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납세자들이 세무신고를 하는데 불편함은 없는지를 살피기 위해 일선세무서 여러 곳을 취재를 다녔다.

국세청은 세무서를 방문하지 않아도 집에서 신고를 마칠 수 있다고 하는데 왜 납세자들은 굳이 세무서를 방문할까. 그리고 2시간 3시간도 마다않고 기다리면서 세무서 방문신고를 할까라는 궁금증이 앞섰다. 여러 방문자들을 만나본 결과 납세자들은 주로 홈택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이가 많은 분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해마다 세무서를 방문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라고 대답했다.

이들에게 ‘홈택스’는 왜 어려울까. 첫 시작인 ID를 생성하는 것부터 막힘이 있는 듯 했다. 또한 신고를 무사히 마치더라도 세무서직원에게 신고가 잘 됐다는 ‘확신’을 받고 싶어 했다. 나의 세무신고가 제대로 되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때문이었다. 우편신고를 할 경우 우편이 제대로 배달되었는지, 전자신고를 했을 경우도 눈으로 보이지 않으니 신고내용이 제대로 국세청에 전달되었는지 알 수 없는 소위 아날로그 세대의 관습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번에 세무서를 방문해 전자신고를 해본 뒤 홈택스 사용에 편리함을 느낀 납세자들은 다음부터는 스스로 신고할 것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었다.

세무서로 방문한 납세자들은 자신의 납세의무를 다하기 위해 신고마감 날이 다가오기 전에 미리 방문해 신고를 했고, 자신의 시간을 쪼개면서 주말에도 아침부터 세무서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긴 시간을 대기하면서도 불평‧불만없이 조용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몇몇 납세자들은 매입‧매출과 관련된 서류를 뭉텅이로 가져와 자신의 차례가 되어서야 합계를 내면서 다른 사람의 시간을 뺏기도 했다. 어떤 세무서에서는 미리 합계를 내오라고 안내를 하기도 했고, 어떤 세무서에서는 당연한 통과 의례처럼 묵묵히 합계를 도와주는 세무서도 있었다.

기자가 방문했던 경기도 한 세무서의 경우 임차청사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납세자를 위한 안내판을 청사 곳곳에 설치하고, 신고창구에서는 수습세무사와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납세자를 위해 열심히 돕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다른 세무서의 경우 신고창구인 대강당이 춥다는 납세자의 말을 흘려듣지 않고 바로 구내식당의 대형온풍기를 옮겨와 신고창구를 따뜻하게 배려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루에 800명이 방문하는 만큼 다른 세무서보다 더 많은 16대나 전자신고창구를 설치해 대기시간을 단축하려하는 모습은 세무서의 순발력으로 읽혔다.

이어 서울 중심가의 한 세무서는 홈택스 전산마비로 인해 납세자들이 불편을 겪자 즉각 수동창구로 납세자들을 침착하게 안내하면서 세무서가 해야 할 신고업무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소중한 서비스세정의 진면목으로 다가왔다.

반면 이런 납세자를 주인으로 생각하는 세무서의 모습과는 달리 홈택스의 과부하로 인해 신고납부일이 하루 연장된 26일 서울의 S세무서는 사뭇 달랐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 S세무서 관계자는 “(우리 세무서는)청사 건물이 노후됐고, 사진을 찍어도 지저분하게 나온다. 납세자의 연령도 높고 내방자도 많다. 그리고 직원들이 많이 바쁘다”는 이유 등으로 신고창구를 보여주기를 아예 거부했다.

왜 같은 세무서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앞선 세무서들에서 느꼈던 ‘봉사세정’의 이미지가 깡그리 무너졌다. ‘기자를 대하는 것이 이러한데 납세자들에게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신축청사라고 해서 납세자를 위한 서비스의 질이 특별히 좋을 리도 없다. 물론 노후된 청사여서 세정의 서비스의 질이 떨어져서도 안된다. 특히 이날은 부가세 신고납부 기한이 하루 더 연장되면서 신고를 미처 하지 못한 납세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펼치고, 또 한 명의 납세자에게라도 더 알려야하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자가 당황스러웠다.

세무서에서 대기하는 납세자들이 추울까봐 대형온풍기를 준비하는 세무서, 수많은 납세자들 속에서 세무서 직원임을 알리기 위해 색깔 있는 조끼와 어깨띠를 착용하고 추위에 떨면서 납세자를 맞는 세무서들의 모습과는 정말 정반대의 광경이었다.

 

아직도 군화발이 지배하던 80년대 사고로 공직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세무서가 여전히 납세자에게 갑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솔직히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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