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이의신청 4593건 중 13건 공개 ‘0.28%’…16년만의 고도화 취지 ‘무색’
올해부터 국세법령정보시스템이 보기 좋게 개편됐다. 국세법령정보시스템은 국세와 관련된 법령 및 세법해석례, 판례·결정례 등 세법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납세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어려운 세법을 납세자가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데, 이를 통해 국세청은 최신 세무 정보를 공유해 우월한 지위가 아닌 납세자와 대등한 관계에서 세금 문제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하는 것을 알리고 납세자는 세금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며 성실신고를 할 수 있게 된다.
특히나 국세청의 모든 정보가 ‘과세자료’라며 외부로의 공개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만큼, 국세행정과 세금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국세법령정보시스템이 큰 역할을 하는 창구와도 같다.
그러나 29일 세정일보가 국세법령정보시스템에 업로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실상 공개 비율이 0%대인 항목도 있어 정작 중요한 자료는 외부로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법령정보시스템에 공개되는 판례·결정례는 과세전적부심, 이의신청, 심사청구, 심판청구, 판례, 헌재 결정문 등 크게 6가지로 분류된다.
조세불복에는 종류가 다양한데, 국세청은 부실 과세의 사전 방지를 위해 과세전적부심사(과세처분 전에 통지) 제도를 두고, 과세처분 이후 사후 구제를 위해서는 이의신청(세무서장, 지방청장에게 이의 신청, 선택 가능)을 하거나, 심사청구(국세청장에게 심사청구) 또는 심판청구(조세심판원장에게 심판청구)를 제기할 수 있다. 감사원에 심사청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재결청의 결정 이후에는 행정소송(판례)으로 넘어가게 된다.
국세통계 자료에 따르면 `22년 기준 세무조사 결과 및 과세예고 통지 건수는 33만5061건이며, 과세전적부심사청구 건수는 2289건이다. 그러나 국세법령정보시스템에 업로드된 `22년 과세전적부심 결정 자료는 46건에 불과했다. 과세전적부심사의 단 2%만이 국민에게 공개되는 셈이다.
다른 불복절차도 마찬가지다. `22년 기준 국세청에 제기한 이의신청 건수는 4593건이었는데 국세법령정보시스템에 업로드된 것은 13건으로, ‘0%대’인 0.28%에 불과했다.
이 외에도 `22년 제기된 심사청구 건수는 618건, 업로드된 자료는 248건으로 10건 중 4건이 공개됐고, 행정소송사건은 4239건 제기됐으며, 이 중에 판례로 업로드된 자료는 1400건(33%)이었다.
아울러 조세심판원 심판통계 연보에 따르면 `22년 내국세 심판청구 처리대상 건수는 1만1051건이었으나, 2065건(18.7%)만이 국세법령정보시스템에 공개됐다.
이처럼 국세청이 16년 만에 국세법령정보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고 성실납세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적극 행정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가겠다며 서비스의 ‘고도화’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사실상 그 안에 담긴 내용은 부실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공개되지 않는 결정문이 더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판례의 경우 국세청은 소송사무처리규정 58조3항에 따라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는 것을 제외하고 전부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소송사무처리규정에 따르면 △소송 당사자가 문서로 비공개를 요청하는 경우 △사건병합 등으로 본안 판단이 없는 경우 △비실명 처리를 하더라도 특정인의 과세정보임을 알 수 있는 경우 △공개하면 사회적 파급효과가 우려되는 경우 △기타 국세행정 집행이나 납세자의 권리와 의무의 이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등은 비공개로 한다.
과세전적부심, 심사청구, 이의신청도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다. 납세자의 요청이 있거나, 요청이 없더라도 결정문 내용에 따라 납세자가 특정 가능하다면 직권으로 비공개 처리한다. 이 외에도 3000만원 이하의 소액인 경우, 취하하거나 병합된 사건의 경우 등도 비공개된다.
이와 관련 국세청 측에서는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전부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비공개 비율 등을 따로 집계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세청이 결정을 내리는 모든 결정문 등은 동일한 쟁점에 대한 세법 해석을 할 때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기도 하고, 세무공무원의 부실 과세를 방지하고 납세자의 불복에서 납세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유용한 정보로 활용될 수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조세불복 제도의 운용, 납세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결정서를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감사원의 조사 결과 최근 10년(`11년~`20년)간 총 3만9989건의 이의신청 결정서를 대내포털시스템에 수록해 관리하면서도 그 열람 범위를 해당 결정서를 생산한 부서에 근무 중인 직원으로 한정하는 등 제한적으로 운영해 동일 쟁점에 대한 이의신청 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3년(`18년~`20년)간 종결된 국세불복 행정소송 관련 법원 판결문의 공개 여부를 확인한 결과, 총 6761건의 판결문을 수집해 국세법령정보시스템에 수록하고 내부 직원에게는 공개하고 있으나 이 중 974건(14.4%)을 대외에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국가가 패소한 사건의 판결문 비공개율은 25.2%로 승소 사건의 비공개율인 11.3%보다 13.9%p 더 높았다.
문제는 국가패소 사건 판결문 중에서 비공개 중인 100건에 대해 비공개 필요성을 자체 점검하도록 한 결과 100건 모두 비공개 사유가 없는데도 공개하지 않고 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사실상 국세청이 판결문을 입수하고도 국민들에게는 숨겼다는 뜻이다.
이 같은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당시 국세청은 ‘국세청 법령사무처리규정’을 개정해 구체적인 대외 공개 기준을 마련하고 판결문은 신속히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시정되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