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공정경쟁 당국이 영국 국세청과 구글이 조세회피 논란과 관련해 합의한 '구글세'에 대한 조사 방침을 시사했다.
마그레테 베스타거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28일(현지시간) 영국 BBC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관련된 뭔가를 발견하거나 외부에서 서면 또는 구두 요청을 받는다면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스튜어트 호시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부대표가 구글세 합의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말한 지 몇 시간 만에 나왔다.
EU 경쟁담당 대변인 리카도 카도스는 AP 통신에 서한을 받았다면서 "이 사안을 들여다볼 것이며 이슈들이 제기됐다"고 확인했다.
현재 EU 공정경쟁 당국은 각국이 다국적기업들에 부당한 세금 감면을 제공했는지를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있다. EU 당국은 부당한 세금 감면을 불법적인 국가보조금 지급으로 간주하고 있다.
앞서 EU 집행위는 지난 11일 벨기에 세무당국이 AB 인베브와 BAT 등 35개 다국적기업에 선별적으로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했다면서 이들 기업으로부터 7억 유로(약 9천180억원)의 감면액을 추징할 것을 명령했다.
이외 EU 집행위는 현재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다.
2014년 9월엔 아일랜드 세무당국이 세금공제 명목으로 애플의 법인세 납부액을 낮춰줬다는 내용의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EU 집행위가 영국 국세청의 '구글세' 합의에 부당한 세금 감면이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은 '브렉시트'(영국 EU 이탈) 국민투표를 앞둔 영국에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영국이 EU로부터 권한을 더 되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영국 세무당국에 이뤄진 세금정책에 대해 EU 집행위가 개입하는 사례로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국세청의 구글세 합의는 영국 내에서도 5년여에 걸친 세무조사 끝에 나온 결과로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 하원 상임위원회인 회계위원회는 내달 국세청 관리들과 구글 관계자들을 출석시킨 가운데 청문회를 열고 합의 내용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야당인 노동당 예비내각 재무담당인 존 맥도널 의원은 "구글에 적용된 실효세율이 3%라는 분석이 있다. 보잘것없는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구글은 지난 21일 앞으로 법인세 납부 기준을 바꾸기로 하면서 '밀린 세금' 1억3천만파운드(약 2천200억원)을 내기로 영국 국세청과 합의했다.
현지법인 '구글 영국'의 순이익에다가 영국에 기반을 둔 광고주들로부터 올린 매출도 반영해 세금을 내기로 하고 2005~2014년 기간 기존 기준과 새 기준의 차액 1억3천만파운드를 내기로 한 것이다.
영국은 구글의 유럽 내 최대 매출 발생처다.
2013년의 경우 '구글 영국'은 56억달러(약 6조7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이익 대부분을 아일랜드 현지법인에 계상해 법인세는 2천50만파운드(약 353억원)만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