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과세 법적 근거 없다"...두나무·코인원 징수 처분은?

거주자 가상자산 과세, 개정된 소득세법으로 내년 시행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9000만원을 넘어서는 등 주요 가상자산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코리아에 부과된 기타소득세를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같은 법원 판결이 비슷한 논란에 휘말린 가상자산 거래소 두나무와 코인원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인지, 개정된 소득세법상 과세 여부에 관심을 모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지난달 8일 빗썸이 역삼세무서를 상대로 제기한 기타소득세 징수처분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정부의 과세 방침이 없던 2019년 국세청이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코리아에게 803억원에 달하는 소득세를 부과했지만 4년 만에 법원이 과세 법적 근거가 없다며 빗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에 서울청 조사4국이 빗썸코리아를 상대로 특별 세무조사를 실시해 2019년 800억원대의 추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당시 국세청은 빗썸에 가입된 외국인 가입자들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출금한 약 3325억원을 기타소득으로 규정하고 원천징수세율 22%(지방소득세 2% 포함)를 적용해 기타소득세 803억원을 부과했다.

국세청은 소득세법을 근거로 약 3325억원이 ‘국내에 있는 자산과 관련해 경제적 이익으로 인한 소득 또는 이와 유사한 소득’에 해당하므로 국내원천소득이라고 규정, 빗썸이 원청징수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기타소득은 소득세법에서 규정하는 종합소득의 일부로 상금·사례금·복권당첨금 등 일시적으로 발생한 소득을 말한다. 국세청은 특히 빗썸이 실제 소득을 지급하거나 원천징수의무자로부터 대리·위임받은 자에 해당하므로 지급 금액에 대해 원천징수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빗썸은 기타소득세 징수처분은 과세 근거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조세법률주의에 반하는 조치며, 중개만 하는 거래소는 원청징수의 의무가 없다고 반박하고 이듬해 조세심판원에 불복절차를 밟았다.

조세심판원은 비거주자의 국내원천소득 등에 대해 빗썸이 원천징수의무자가 맞긴하지만, 실제로 외국에서 거주하는 비거주자가 맞는지 국세청이 재조사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기타소득세를 642억원으로 줄여 징수처분했다.

하지만 빗썸은 이마저도 불복해 2022년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두 번째로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다. 두 번째 심판에서도 조세심판원은 과세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결론 냈고, 국세청은 지난해 1월 627억원을 감액 경정해 기타소득세로 약 15억원만 부과하는데 그쳤다.

행정심판에서도 법원은 빗썸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약 3325억원은 국내 원천소득이라고 볼 수 없어 이를 전제로 한 기타소득세 징수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며 “소득세법은 과세대상 소득을 그 원천 또는 성격에 따라 구분해 열거하고 있으므로, 소득세법이 열거하지 않은 소득은 과세대상이 아니다”라는 법리를 들었다. 그러면서 “국내에 있는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이라고 하여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국내자산’이나 ‘국내에 있는 자산’이라고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이같은 판단은 같은 사안으로 소송 중인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와 코인원의 기타소득세 징수 처분에도 영향을 미칠 보인다.

빗썸 기타소득세 과세 논란 이후 2020년 12월 ‘가상자산 과세’ 취지의 소득세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 법은 거주자가 가상자산의 양도·대여로부터 얻은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신고해 납부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당초 2022년부터 과세가 이뤄질 계획이었으나 국회가 내년 1월 1일 이후로 과세를 유예하는 것으로 통과시켰다.

한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2022년 빗썸과 빗썸의 최대주주인 빗썸홀딩스를 상대로 또다시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해 약 200억원 안팎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이번에도 빗썸 측은 추징금 일부에 대해 불복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이 개정전 소득세법을 잣대를 들이대 똑같은 명분으로 200억원의 추징금을 부과했을 리가 만무하다. 당시 국세청 세무조사는 2020년 빗썸이 상장전 기업공개(IPO) 추진 과정에서 탈세 여부와 조세회피처를 둔 빗썸 해외 관계사들을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