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는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납세의무를 진다. 조세 정책에 따라 법률이 정해지면 국민들은 그에 맞게 세금을 내게 된다.

그러나 최근 국민들의 납세의식이 10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납세의식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세금을 내는 것이 국민 의무이기 때문에 ‘전부 낸다’고 답한 비중이 `12년 64.8%에서 `24년 36.3%로 반토막 난 것이다.

전자 세정의 정착과 공정하고 투명한 세정집행을 위해 국세청이 매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이처럼 국민들의 납세의식이 낮아진 이유는 무엇이 있을까.

국민들은 국세청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수록 납세의식이 높아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납세의식이란,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려는 가치관으로써 개인에게 내재적으로 형성되는 의식을 뜻한다. 7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국세청의 신뢰성을 국가의 신뢰성으로 더 넓게 해석하면 조세정책이 장기적인 방향과 일관되면서 안정적으로 운용돼야 납세의식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즉, 국민들은 조세 정책이 자주 바뀌는 것보다 일관적으로 운용될 때 납세의무를 다하는 경향이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조세정책은 정권이 바뀌거나, 매년 세법개정으로 변화하게 된다. 여기서 국민들은 ‘이랬다저랬다’하는 정부 정책으로 불편을 겪게 된다. 최근 논란이 되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대표적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대전제 하에 금투세 도입이 정해졌고, 시스템 구축으로 인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23년 시행키로 했던 금투세 도입은 2년 더 유예돼 `25년으로 미뤄졌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갑자기 ‘금투세 폐지’ 방침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투세 폐지 발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일 당시 ‘동학 개미’의 표심을 잡는 것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대선공약의 하나로 쓰였다.

금투세 폐지를 시작으로 조세정책은 ‘오락가락’을 계속했다. 종합부동산세 완화, 재건축부담금 완화 등의 정책도 쏟아졌는데,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이 아닌 선거에 유리한 포풀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국민 주거 안정보다 불로소득을 확보하는 ‘부자감세’라는 지적이다.

혼인 증여 공제제도의 신설도 ‘부자 감세’와 결을 같이 한다. 혼인 증여재산 공제제도의 신설이 실제 혼인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양가 부모로부터 3억원까지 세 부담 없이 재산을 증여받는 것이 가능해졌다. 문제는 청년들이 증여세를 내기 때문에 결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부모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청년들은 세금을 내든 안 내든 여전히 결혼은 어려운 결정이다. 오히려 증여세를 내는 부자들에게 합법적으로 ‘부의 대물림’을 해줄 수 있는 정책이 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한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기업이 출산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전액 비과세하겠다고 밝히는 등 출생률 제고를 위한 정책이 계속해서 추가되고 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이론과 맞는 것인지 의아할 뿐이다.

지난해에는 역사상 최악의 세수 결손인 56조4000억원이 발생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까지 나라 살림 적자는 65조원에 달했고, 국가채무는 1110조원에 육박했다. 이처럼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데 증세 정책은 없고 감세 정책만 쏟아지고 있을 뿐이다.

물론 세금을 더 내라는데 좋아할 국민은 없다. 하지만 ‘0명대’의 출산율, 고령화의 시작 등으로 ‘일하는 인구’가 줄어드는 초저출생 시대에 돌입했다. 세금을 내는 사람은 줄어들고 복지 수요는 늘어가기 때문에 ‘재정 부담’은 코 앞에 다가온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의 ‘납세의식’이 더욱 중요하다. 기꺼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세금을 납부하는 것에 자긍심을 느끼고 성실납세자가 존경받는 사회가 절실한 것이다.

이렇듯 정부가 제시하는 감세 정책과 조세정책이 장기적으로 일관되지 못하다면, 국민들의 납세의식을 낮추기만 하는 정책이 될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조세정책에 ‘조삼모사, 포퓰리즘’ 같은 어색한 단어가 붙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