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법인·부가·증여세 완화, 개소세 감면 등 추진

기재위 세법 개정안 7개 계류 중 국회 임기내 처리 불투명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등 각부처 주요 인사들과 경제·안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등 각부처 주요 인사들과 경제·안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21대 국회 임기가 다음달 29일까지로 한달 보름 정도 남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증시 개장과 함께 공언했던 '금투세 폐지' 등 감세 정책을 기반으로 했던 공약(公約)들이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부가가치세 부담 완화 방안 등 여러 감세 정책들도 세법개정안에 담길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21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는 정부·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2024년 경제정책방향’이나 24차례의 민생토론회 등을 통해 발표한 세법 개정안 7개가 계류돼 있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증시 개장식에서 “금투세 폐지를 추진한다”고 밝혔고, 민생토론회에서도 재차 폐지를 공언하면서 법안 처리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그러면서 지난 4·10 총선에서 현 정부와 여당이 금투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총선 참패로 그 동력은 크게 떨어졌다. 금투세를 폐지하려면 소득세법을 다시 개정해야 하는데, '부자 감세'라며 이를 반대한던 범 야권이 차지한 189석의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 하에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소득세법이 개정돼 2023년부터 적용하기로 했지만 국내 주식 투자자들과 여당인 국민의힘 등의 반대로 2년 유예해 2025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예정대로 내년 금투세가 도입되거나 일부 수정돼 한차례 유예된다 하더라도 2028년까지 이번 총선을 통해 구성된 현재의 여소야대가 지속되는 정국에서는 언제라도 금투세는 도입될 것이 자명해졌다.

금투세는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 얻는 수익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는 금융상품의 수익 합계액(주식 5000만원·기타 금융상품 250만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해당 소득의 20%, 3억원 초과분에 25% 세율을 적용한다.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지금까지는 주식을 대량 보유한 '대주주'에게만 세금을 부과해왔다. 현재 기준으로 대주주 요건은 ▲개별 주식 종목의 지분율이 코스피는 1%, 코스닥은 2% 이상인 경우 ▲개별 종목당 주식을 시가총액 기준 50억원 이상 가진 경우 대주주로 분류된다. 현 정부에서 종목당 보유 금액을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 보유한 주주로 완화하면서 약 4000명 정도만 과세 대상인 셈이다.

금투세가 적용되면 대주주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도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과세 대상이 훨씬 많아지게 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022년 10여년간 평균 주식 거래 내용을 바탕으로 산출한 상장 주식 기준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15만명으로 추산했다.

사실 연간 기준 주식으로 5000만원 넘게 번다는 것은 주식에만 수십억원을 굴리는 소수의 부자로 1%에 불과하다. 금투세 폐지를 놓고 '부자 감세'라는 논란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5월 29일까지로 21대 국회는 마무리된다. 총선 뒤 보통 국회 막바지에 들어 마지막 임시국회를 통해 특별한 쟁점 없는 법안을 무더기로 통과시켜 오곤 했지만,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금투세 폐지나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대부분의 정책 과제 법안 처리는 사실상 희박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11일 사퇴하면서 일부 품목에 대해 부가가치세 세율을 5%로 내리는 감세 공약도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부가세는 단일세율 체계인 까닭에 일부 품목에만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의 법 개정은 까다로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존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증여세 완화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유산취득세를 적용하면 세율을 적용하는 대상인 과세표준이 낮아져 상속인의 세부담이 줄어든다.

또 기업투자 확대를 위한 감세 추진도 정책 실현이 불투명하다. 기업 일반분야 연구개발(R&D)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를 한시적으로 10%포인트 높이고,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올해 말까지 연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계류 중이다.

이 밖에 신용카드·전통시장 사용분 소득공제 확대, 노후차 교체 시 개별소비세 감면도 쉽지 않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부한도를 연 2000만원(총 1억원)에서 연 4000만원(총 2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비롯해 상반기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 및 노후 자동차 교체 시 개별소비세를 감면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도 발의돼 있다. 또 지은 지 30년이 지난 아파트에 대해서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도시정비법 개정안,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에 대해 10년 장기임대 등록을 부활하는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대부분의 계류 법안들은 임기만료 폐기되고, 22대 국회에서 새로 발의될 전망이다. 각 상임위원회의 위원장 등이 결정되고 여야 모두 안정적 정책 논의를 거쳐 새로운 법안들이 테이블에 올라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