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입점 업체보다 ‘자기 상품’ 상단에 노출 조작
더 우수한 상품으로 오인하게 유도해 구매수 늘려
판매부진, 리베이트 받기로 한 상품 등 고정 노출해
쿠팡 임직원이 쓴 PB상품 구매후기 최소 7만2614개
구팡, “행정소송으로 법원에서 부당함 적극 소명할 것”
공정위는 쿠팡과 자체 브랜드인 PB상품을 전담하는 100% 자회사 씨피엘비에 과징금 1400억원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는 13일, 쿠팡(주) 및 씨피엘비(주)의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원(잠정)을 부과하고 각각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쿠팡은 직매입상품과 자체 브랜드인 PB상품 판매와 중개상품 거래중개를 모두 영위하는 온라인 쇼핑시장 1위(`22년 기준) 사업자이다.
즉 쿠팡은 검색순위 산정 기준을 설정·운영하고 상품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이자, 자기 상품 판매자인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다.
쿠팡은 상품 검색순위인 ‘쿠팡랭킹’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판매량, 구매후기 수, 평균 별점 등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을 중요하게 반영해 검색순위를 산정하도록 알고리즘을 설계·운영하고 있으며, 상품거래 중개 사업을 도입한 `15년 당시 쿠팡이 ‘판매량 등의 객관적 데이터로 상품 검색 순위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소비자들도 검색 순위가 높으면 해당 상품이 판매량, 구매후기 등이 우수한 것으로 인식해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쿠팡과 씨피엘비는 ‘자기 상품’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순위 알고리즘 조작 및 임직원의 구매후기 작성과 높은 별점 부여를 통해 입점된 21만개 업체의 4억개 이상 중개상품보다 자기 상품만을 검색순위 상위에 올리는 위계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쿠팡이 중개상품을 배제하고 ‘자기 상품’을 검색순위 상위에 고정해 노출한 개수는 최소 6만4250개다. 소비자들은 인위적으로 상위에 고정노출된다는 사실을 몰라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판매량 등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해 상위에 배치된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다.
쿠팡이 상위에 고정 노출한 상품은 ‘판매가 부진한 상품’,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기로 한 상품’ 등도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은 위계행위가 위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존 프로모션을 지속했는데, 그 결과 상위에 고정노출한 자기 상품의 노출수와 총 매출액이 크게 늘었다. 쿠팡 내부자료에 따르면 프로모션 대상 상품의 총매출액은 76.07%가 증가했고, 고객당 노출수는 43.28% 증가했으며, 검색순위 100위 내 노출되는 PB상품 비율은 56.1%에서 88.4%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1만개 입점업체는 가격을 내려도 상위에 노출되지 않아 가격을 내릴 유인도 없고, 쿠팡 스스로도 이미 자기 상품이 상위 노출돼 있어 가격을 내릴 유인이 없게 돼 검색순위 조작은 상품들의 평균 판매가격 상승을 유도했다.
또한 쿠팡은 `19년 1월, PB상품에 대해 일반 소비자로 구성된 ‘쿠팡체험단’을 통해 구매후기를 달려고 했지만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없어 구매후기 수집이 어려워지자 2월부터 작년 7월까지 총 2297명의 임직원을 동원해 PB상품에 대한 긍정적 후기와 높은 별점을 부여하게 했다.
이들 임직원이 작성한 PB상품의 구매후기는 최소 7342개의 상품이며, 구매후기 건수만 7만2614개다. 별점은 평균 4.8점을 부여했다. 인지도가 낮고 판매량이 적은 상품에 인위적으로 구매후기와 높은 별점을 줘 소비자를 유인해왔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온라인 쇼핑몰 사업자가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의 구매후기 작성과 높은 별점 부여를 통해 입점업체의 중개상품을 배제하고 자기상품만 검색순위 상위에 올려 부당하게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를 적발·제재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소비자의 합리적인 상품 선택권을 보장하고 가격과 품질을 통한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들이 고물가시대에 저렴하고 품질이 우수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상품 거래 중개자와 판매자의 지위를 겸하고 있는 거대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하고, 온라인 쇼핑 분야 사업자들로 하여금 투명하고 공정한 알고리즘 운영에 만전을 기하도록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쿠팡은 공정위의 이번 조치를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쿠팡의 랭킹’은 고객들에게 빠르고 품질 높고 저렴한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로, 고객들은 이러한 차별화된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쿠팡을 찾고, 쿠팡이 고객들에게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하는 것 역시 당연시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가격이 싸고 배송이 편리해 많은 국민들의 합리적 선택을 받은 쿠팡의 로켓배송이 소비자 기망이라고 주장하는 공정위의 결정은 디지털 시대의 스마트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이며 혁신에 반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세계 유례없이 ‘상품진열’을 문제삼아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과징금 총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 과도한 과징금과 형사고발까지 결정한 공정위의 형평 잃은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부당함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