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제재수위 결정 앞두고 내달 2일 증선위 회의서 논의

회계업계 “둘다 통용되는 방식”...가치 충돌 의견 엇갈려

분식회계 혐의를 받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제재 수위가 정해지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회의가 내달 2일 열린다. 회계처리 방식을 놓고 고의적 매출 부풀리기였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해왔던 만큼 이르면 다음달 안에 제재 수위가 최종 결론이 날 전망이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 증선위는 카카오모빌리티 제재 수위를 중점적으로 논의할 임시회의를 다음달 2일로 예정하고, 최종 결정을 앞둔 위원들이 다시 한번 의견을 점검하고 증선위의 최종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7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매출 부풀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감리를 받아왔다. 그러다가 지난 2월 금감원은 양정기준의 가장 높은 단계인 '고의 1단계' 조치를 사전통지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법인·개인에는 약 9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하고, 류긍선 대표의 해임 및 이창민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직무정지 6개월을 권고했다.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 삼정·삼일회계법인 등도 비슷한 수준의 양정기준을 적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양정기준은 위법행위의 동기(고의·중과실·과실)와 중요도(1~5단계)로 나뉜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2020년부터 분식회계로 가맹택시사업 매출을 부풀렸다고 봤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택시사업을 통해 기사(개인택시)나 택시회사(법인 택시)로부터 운임의 20% 가량을 수수료로 받고, 택시회사에 광고 및 데이터를 받는 대가로 다시 운임의 16~17%를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매출을 20%로 계상해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면허사업자를 가진 카카오모빌리티 자회사 ‘케이엠솔루션’과 가맹 계약을 체결하고, 택시법인이나 개인택시가 케이엠솔루션과의 가맹 계약을 맺어 카카오 브랜드인 ‘카카오T블루’ 택시의 차량 배차 플랫폼과 전용 단말기 유지보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운임의 20% 수수료를 받아왔다. 대신 가맹택시 업체들이 광고나 마케팅에 참여하면 운행 건수에 따라 운임의 16∼17%를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적용한 매출 20%를 총액법이 아닌, 두 계약을 하나로 보는 순액법을 적용해 가맹수수료에서 제휴수수료를 뺀 3~4%가량을 매출로 잡아야 하는데, 20% 전체를 자사 매출로 집계한 것은 고의적 '매출 부풀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해 연결 매출 7915억원 가운데 3000억원가량을 이러한 방식으로 부풀렸다고 보고 있다. 2020~2022년을 더하면 모두 6000억원가량의 금액이 된다. 플랫폼사의 경우 매출이 기업가치 평가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고의적 분식회계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영업이익과 현금흐름 변화없이 매출만 부풀린다고 해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중대한 회계 위반을 저지를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회사 측은 "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매출을 부풀렸다는 해석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회계기준서에 따라 두 계약이 분리돼야 한다고 보는 금감원과 달리, 총액법을 따른 카카오모빌리티는 매출과 비용계약이 각각의 시장 및 공정 가치가 있다면 이 둘을 분리할 수 있다는 기준서의 또 다른 조항을 강조하고 있다. 회계기준서를 근거하더라도 충둘하는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즉 '판단의 영역'이 개입된다는 것이다.

사실상 금감원이 두 충돌하는 가치 판단을 놓고 '고의적 분식회계' 혐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고 단계인 '고의' 분식회계 혐의를 받은 단 한차례를 제외하고, 2020년 KT&G, 2022년 셀트리온에 이어 올해 2월에 두산에너빌리티도 분식회계 의혹에서 매출 과대계상과 공사손실충당부채 과소계상 등 잘못이 있다면서도 '고의'에서 '중과실'로 낮춰 제재할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이때 '중과실 회계 부정'을 저지른 두산에너빌리티에 역대 최대 규모인 과징금 161억4150만원이 부과됐다.

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총액법과 순액법을 적용하는 것이 회계업계에서는 둘 다 통용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회계학회나 업계에서는 어느 쪽이 맞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상장 시 공모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회사가 매출 부풀리기를 했다고 보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고의'가 아닌 '과실'로 봐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뉜다.

증선위 판단의 관건은 카카오모빌리티 현행 총액법 매출 인식이 고의적인 회계부정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증선위는 지난 5일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와 유영중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이 참석해 소명한 자리에서 의원들간 의견차로 제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달 2일로 보류했다. 역시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는게 관건이다. 다만 이날도 본회의가 아닌 임시회의 성격으로 최종 결론을 내리진 않을 전망이다. 회사 존폐 여부가 걸린 중대 사안인 만큼 회계 분야 전문가들 의견을 충분히 듣고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징계 등의 양정 결정은 이후 3, 17, 31일 등 증선위 본회의에서 확정지을 전망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라 강한 제재는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로 최종안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통보한 제재가 확정될 경우 카카오모빌리티 뿐만 아니라 모회사인 카카오에도 적잖은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카카오모빌리티 핵심 경영진의 '물갈이'는 물론 주요 주주들로부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직간접적으로 엘지(LG·2.46%), 구글(1.52%), 글로벌사모펀드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과 칼라일그룹 등이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가맹 택시업계에서 경쟁사인 우티, 타다 등을 제치고, 70% 이상의 점유율로 택시 앱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는 류 대표의 해임 권고를 통지한 금융당국의 제재를 앞둔 상황에서 지난 3월 27일 주주총회를 열어 류 대표의 연임을 결정했다. 안건에 올린 회계방식 변경으로 순액법 적용도 결정했다.

매출 인식 회계기준을 순액법으로 바꾸면서 작년 매출은 6014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존 총액법 적용 시 예상치(약 1조원)보다 4000억원가량 줄어든 규모다. 최근 기재 정정된 연결 기준 매출은 2020년 기존 2801억원에서 1947억원으로, 2021년은 5465억원에서 3203억원으로, 2022년은 7915억원에서 4837억원으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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