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상속세율 OECD 평균으로 낮춰야”…세율 인하 카드에

90년 역사의 ‘상속세’…상속세율 인하 또다른 부자감세 카드인가?

500억↑ 슈퍼부자 제외 시 상속세 실효세율 28.9%로 OECD 평균

OECD 국가 명목 상속세율 1위 일본 55%, 우리나라 50%로 ‘2위’

최근 대통령실에서 상속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을 고려해 최고 30%까지 대폭 인하하는 등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60%, 이를 제외해도 50%라며 상속세를 깎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상속세 체계도 자본이득세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상속세를 낸 국민은 100명 중 6.4명꼴이다. 최근 3년(`19~`21) 평균 사망자 수 중에서 상속세 납세인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6.4%로 집계됐다.

이처럼 상속세란, 돌아가신 분의 재산을 불로소득으로 얻는 유가족이 내야 하는 세금이다. 상속세를 내는 이유는 부의 집중 현상을 조정해 소득재분배 기능을 하기 위한 조세다.

◆ 우리나라 상속세, 90년 전 도입

우리나라는 ‘유산세 체제’를 기본으로 해 일제강점기인 1934년 6월 훈령 제19호로 ‘조선상속세령’이 공시되면서 처음 창설됐다. 해방 후인 1950년 3월 법률 제114호로 ‘상속세법’으로 바뀌게 됐다. 현재처럼 ‘상속세 및 증여세법’으로 바뀌게 된 것은 1996년으로, 당시 금융실명제 등이 실시되면서 법이 상속증여세법으로 전면 개편되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상속세를 “국가의 재정수입의 확보라는 일차적인 목적 이외에도, 자유시장 경제에 수반되는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정의와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적 규제와 조정들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사회적 시장경제 질서의 헌법 이념에 따라 재산상속을 통한 부의 영원한 세습과 집중을 완화해 국민의 경제적 균등을 도모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즉, 상속세는 크게 국가 재정 확보와 부의 세습 완화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상속세는 사망한 사람이 재산을 남겨서 내는 세금이라기보다, 이를 상속받은 사람이 그만큼 부자가 되기 때문에 과세하는 세금이어서 그 본질은 소득세와 마찬가지로 ‘공평’에 기초한다.

상속세법 도입 이후 명의신탁, 주식거래를 통한 간접 증여 등 변칙적으로 조세회피를 하는 행위는 계속됐다. 86년 금성사와 금성마그네테크 흡수합병으로 주주들에게 370억 부를 분여하고, 같은 해 현대중공업이 한라건설 주식을 양도하면서 특수관계인에게 부를 부여한 일, 88년 현대그룹 사주가 현대건설, 현대상선, 현대정공 등 주식을 매입하고 상장 이후 매각을 통해 235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또한, 89년 말 한진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였던 정석기업은 당시 무상감자 등으로 747억원 상당의 재산이 무상 이전되고, 90년 한양직물은 유상감자 등으로 10억원 상당의 이익을 분여키도 했다.

이처럼 ‘조세회피’ 거래가 계속 발생하자 90년대 이후부터는 ‘증여의제’ 조문이 점차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3년 쌍용양회, 94년 SK그룹, 94~95년 삼성그룹 등에서도 변칙증여는 계속됐다. 이에 96년 정부는 상속세법을 상속세 및 증여세법으로 전면 개정하면서 포괄규정이 부활했다.

물론, 이후에도 불공정합병 사례가 다수 발생하는 등 변칙 증여를 통한 조세회피는 막지 못했다. 03년부터 현행법은 사실상 완전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납세자와 국세청 사이에서 분쟁이 생기면서 ‘자본이득세’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 상속세율, 최대 90%에서 현재는 50%…작년 한 해 상속세 징수결정액 ‘8.9조원’

상속세율은 상속세법 제정 당시인 50년도 상속세율은 최저 20%에서 최고 90%까지 15단계의 초과누진세율로설계됐다. 81년도에는 6~75% 구간으로, 88년도에는 8단계로 축소하고 5~55% 단계로 인하했으며, 96년도 이전까지는 10~40%의 세율로 구성됐었다. 5000만원 이하 10%, 2억5000만원 이하 20%, 5억5000만원 이하 30%, 5억5000만원 초과 40%이다.

97년부터 99년까지는 상속세와 증여세가 합쳐지며 증여세와 달랐던 세율이 단일화됐다. 그러면서 최고세율은 45%까지 올랐다. 1억원 이하 10%, 5억원 이하 20%, 10억원 이하 30%, 50억원 이하 40%, 50억원 초과 45%로 상향조정됐다.

외환위기 이후부터는 2000년 이후부터는 세율 50%로 인상한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1억원 이하 10%, 5억원 이하 20%, 10억원 이하 30%, 30억원 이하 40%, 30억원 초과 50%이다.

20여년간 물가가 오르고 재산 가치가 오르면서 상속세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19~`23년) 상속세 징수결정액은 `19년 3조2869억원(피상속인 수 9555명)에서 `20년 4조1460억원(1만1521명), `21년 7조3136억원(1만4951명), `22년 7조9782억원(1만9506명), 지난해 8조8805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세율이 변하지 않았지만, 급격한 집값 상승 등으로 상속세를 내는 인원 증가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세청이 거두는 국세청 세수에서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9년 1.2%에서 매년 증가 추세로, `20년 1.5%, `21년 2.2%, `22년 2.1%, 지난해 2.6%를 차지했다.

◆ 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상속세 부담

해외에는 어떨까.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21년 기준 OECD 38개 회원국 중 상속세를 부담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24개국이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스웨덴은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며, 라트비아, 콜롬비아, 코스타리카는 ‘추가소득세'를 낸다.

반면, 비과세는 7개국으로 오스트리아, 체코, 이스라엘, 멕시코, 노르웨이,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등이다.

OECD 국가들의 직계 상속에 대한 최고세율은 일본이 55%로 가장 높고, 우리나라가 50%, 프랑스 45%, 영국과 미국이 40%, 스페인 34$, 아일랜드 33%, 벨기에와 독일이 30% 순이다.

또한, 칠레 25%, 그리스, 네덜란드 20%, 필란드 19%, 덴마크 15%, 슬로베키아 14%, 아이슬란드와 터키 10%, 폴란드, 스위스(칸톤 레벨) 7%, 이탈리아 4% 순이다.

물론 최고세율은 실효세율이나 각종 공제제도, 기존 소득세와의 관계가 있어 다른 나라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국가에서는 배우자 공제에 한도가 없고, 일본도 배우자의 법정 상속분 이하 취득 재산에 대해서는 전액 공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배우자가 실제로 상속받은 가액을 법정상속분에 따른 한도액(30억원) 범위에서 공제하며, 이 금액이 5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5억원을 공제해 준다.

◆ 상속세율 인하 찬반 논란

철강왕 카네기는 “상속세야말로 모든 세금 가운데 가장 현명한 세금이다. 평생토록 재산을 모으고 지키기만 하는 사람에게는, 그가 재산형성의 주된 원천인 국가나 사회의 정당한 몫을 차지했음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 공익을 위해 재산을 제대로 사용했더라면 그 재산은 이미 사회에 이바지했었을 것이다. 죽을 때 가서 상속재산에 무거운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이기적인 부자의 평생에 대한 국가의 정죄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역사적으로도 상속세는 소득세와 함께 부자가 세금을 더 낸다는 공평의 이념에서 이어졌다.

정부가 상속세율 인하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 들면서 정부 입법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상속세 최고세율이 2위(1위는 일본)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제적으로도 너무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세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지적되는 것이 최대주주 할증평가까지 적용되면 50%보다 더 높은 세율을 부담해 ‘경영을 포기’하거나, 기업을 ‘해외로 이전’하는 등 경제가 위축되고 고용이 감소할 우려가 있어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린다.

지난 `20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포함한 삼성가에서 부담해야 할 상속세가 전 세계 역대 최대 규모라고 꼽히는 12조원이었다.

또한, 상속세는 재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소득 탈루, 비과세·감면제도 등으로 인해 소득세 과세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최근 조세제도의 발달로 소득세 과세 공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속세의 높은 세율은 ‘이중과세’의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상속세율 인하에 반대하는 의견 또한 존재한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높은 것은 확실하지만 각종 비과세와 공제제도로 인해 실제로 상속세를 내는 인원이 약 6%에 불과하고, 실효세율은 `22년 기준 평균 41.4%인데, 상속재산 규모가 500억을 초과하는 슈퍼부자 26명(0.16%)을 제외한 상속세 실효세율은 28.9%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상속세율은 과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명목 GDP 대비 소득세 부담이 OECD 평균보다 낮은 점, 소득불평등과 자산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부의 집중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상증세율 인하는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정부의 역대급 세수결손 사태를 겪고 법인세수 절벽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추가적인 상속세 인하는 상속할 재산도, 상속받을 재산도 없는 서민들에게는 한마디로 ‘부자들의 놀음’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표, 국회 입법조사처]
[표, 국회 입법조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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