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조세지출 예산 2천억대 vs 세무사회 오히려 ‘한도 늘려달라’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소득, 법인, 부가가치세의 전자신고율이 97%를 상회하고 있어 정책 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고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폐지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다만 아직 50%대의 신고율을 보이는 양도소득세는 2만원의 세액공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공제한도는 세무대리인 200만원, 세무법인 500만원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올해는 전자신고세액공제가 20여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그간 갑작스러운 폐지가 아닌 ‘단계적 폐지’를 주장해 온 업계의 의견이 수용될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현행 전자신고세액공제는 전자신고 방식으로 과세표준을 신고하는 자에게 종합소득세, 법인세, 양도소득세는 2만원, 부가가치세는 1만원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이다. `19년 기준 24.2%에 불과했던 양도세 전자신고세액공제는 `21~`22년까지 한시적으로 도입했지만 현행 유지 중이다.
세무대리인은 300만원, 세무법인은 750만원 공제한도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세무대리인은 전자신고를 대리해 준 대가로 연간 세무사는 연간 300만원(세무법인 750만원)의 세금 혜택을 받는다.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는 박근혜 정부에서부터 추진됐지만 세무사 업계의 반대로 국회의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증세 없는 복지’ 실현을 위해 비과세 감면제도를 줄이고 지하경제 양성화로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목표였는데 여기서 거론된 것이 전자신고세액공제의 폐지였다.
전자신고세액공제는 `04년부터 도입돼 이미 20년 이상 연장을 계속해 왔다. 영국이나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은 비슷한 제도를 한시적으로만 운영(1~6년)하고 제도 정착 이후에 폐지했던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굉장히 오래 유지된 셈이다.
이 배경에는 세무사 업계의 반대가 있었다. 전자신고세액공제가 폐지된다면 국세청이 세액공제로 비용을 보전해 줘서 영세납세자의 납세협력비용이 줄었던 것인데 이를 납세자에게 전가한다는 논리였고, 국회의원들도 세법심사과정에서 이를 수용했다. 납세자가 전자신고를 기피하면 과세관청이 직접 전산에 입력하는 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비용 보전 측면이 강하다고 봤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 납세자들은 오히려 홈택스를 이용한 전자신고를 더 편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도 폐지 이유에 한몫하고 있다. 지금은 미리채움, 모두채움 서비스 등으로 전자신고가 수기 신고보다 훨씬 편해지기도 했다. 이렇듯 세법심사 과정에서 납세자들은 수기보다 전자신고가 더 편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전자신고세액공제는 납세자의 성실신고 정착에 기여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해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전자신고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것은 세액공제 덕이라는 분석이었다.
세무사대리인에게 수백만 원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이유도, 세무대리인이 장부를 전자로 신고하는데 드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오류를 체크하고 파일을 만들어야 하며 이를 전송하는데 부가세, 소득세, 법인세, 원천세 등 신고 횟수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드는 인건비, 임차료, 직원교육비, 인터넷 비용 등 드는 부대비용이 세액공제받는 액수보다 크다는 목소리도 있다.
세액공제 한도 연혁을 살펴보면, `04년 시행 당시에는 세무사에게 연 1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했고, 이듬해 세무법인에 연간 300만원까지 확대했으며, `08년에는 건당 1만원의 세액공제를 2만원으로 인상하고 세무법인은 연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확대, `12년에는 세무사 연 400만원, 세무법인 연 1000만원으로 확대했다.
`13년 박근혜 정부는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 135조원의 재정확보가 필요하다며 전자신고세액공제(`12년 기준 650억원 공제) 폐지를 언급지만 통과되지 못했고, 문재인 정부(`17년) 세법개정안 발표로 `19년부터 세무사 연 300만원, 세무법인 연 750만원으로 축소, `21년 이후부터 세무사 연 200만원, 세무법인 연 500만원으로 축소키로 했다. ‘단계적 축소’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19년 세법개정안 심사 과정에서 전자신고세액공제 연간 한도를 오히려 법률로 상향하는 개정안(유승희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축소가 아닌 대통령령에서 법률로 상향돼 현재까지 유지 중이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감세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지난해 56조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데다 올해에도 세수 결손이 확실시되면서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 추진에 힘을 실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22년 기준 전자신고 건수는 원천세 1540만6589건(전자신고율 99.7%), 법인세 96만4947건(전자신고율 99.6%), 종합소득세 1204만3461건(전자신고율 99.5%), 부가가치세 1509만1828건(전자신고율 97.1%)이다.
전자신고세액공제의 조세지출 규모는 `17년 처음으로 1000억대를 넘어섰고, 지난 `22년에는 1544억원, 작년에는 2010억원으로 2000억원대를 돌파했다. 올해는 2107억원이 세액공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