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흘려 번 돈은 45%, 무상취득한 상속세는 40%…국민 수긍할까?"
정부가 어려운 세수여건과 재정여건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세제혜택을 도입하고 있는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이와 크게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는 상속세를 중심으로 5년간 무려 18조6459억원의 세입을 감소시키는 가히 ‘역대급 감세’ 세법개정안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세무사회(회장 구재이)는 25일 정부가 발표한 `24 세법개정안에 대한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세무사회는 먼저 “통합고용세액공제 등 고용지원세제의 경우 과거 난수표같은 감면세액 산정방식과 고용인원 감소에 따른 추징으로 적용조차 꺼려했던 것을 감안하면 산정방식을 단순화하고 인원감소시 추징제도를 폐지하는 등 납세자 편의를 극대화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번 세법개정안의 핵심 화두였던 ‘상속세 인하’에 대해서는 “사회와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자녀공제 1인당 5천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인상 ▲상속세율 과표 30억원을 초과하는 상속자에 대해 적용받던 최고세율 50%를 40%로 낮추고, 10%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구간만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렸다. 아울러, 재계의 오랜 숙원인 ▲중견기업 이상 최대주주의 20% 할증과세를 폐지하고 ▲밸류업 기업 등에 대한 가업상속공제 대상과 공제액을 대폭 높이도록 했다.
이에 대해 세무사회는 “상속세 최고세율을 40%까지 낮추는 부분은 조세의 국제적 경쟁력 및 명목세율을 실효세율과 어느 정도 일치시키기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더라도 상속세가 피상속인의 소득세 최종적인 과세라기보다 상속인이 자신의 노력없이 상속재산을 취득한 것이라고 여기는 국민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땀흘려 번 소득에 대한 소득세 최고세율(45%)보다 무상취득한 상속세 최고세율(40%)이 낮을 때 우리 사회와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같은 상속세 개편안이 실현된다면 감세 규모는 실로 엄청날 것이고 부족한 재정상황에 감세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가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전년대비 기준으로 5년간 4조3515억원 중 4조565억원, 실제 감세효과를 나타내는 매년 감세규모 누적액 기준으로는 5년간 총 18조6459억원이 감소된다고 한다(여기에는 상속과표에 합산되지 않은 증여세 감소분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속세 감세효과의 귀착도 정부는 분석이 곤란한 항목(기타)으로 분류했지만 과표 30억원 초과 ‘고액 상속자’인 2400명에게 매년 무려 1조8000억 원의 상속세율 인하 혜택이 돌아가므로 대부분의 상속세감세 분은 겨우 1664억원의 감세귀착으로 밝힌 ‘고소득자’에 더해야 맞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정부의 상속세개편안은 세율인하 등 상속세 개편이 최근 중산층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속세 부담을 해소해달라는 국민적 요구를 수용한 대안이라 보기 어렵다. 개정안대로 시행된다고 해도 집값 상승 등으로 인한 집한채라도 있는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지, 그리고 주택소유자의 사망에도 상속인이 안정된 주거권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배우자와 자녀2인인 경우 20억원 정도 공제되지만, 주택이 대부분 시가대로 과표가 잡히고 있어 배우자가 없거나 자녀가 적은 경우를 포함해 많은 1주택자들이 여전히 상속세 부담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므로 “상속세 최고세율을 40%로 인하해 30억원 초과 고액상속자만 세율인하의 혜택을 받지 않고 모든 구간에 걸쳐 과표를 늘리거나 세율을 조정하는 방식을 통해 ‘하후상박(下厚上薄)’으로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주거권 보호를 위해 도입했지만 10년 이상 1주택 동거라는 까다로운 조건에 6억 원만 공제되는 동거주택상속공제 한도는 고가주택 기준인 12억 원까지 늘리는 등 합리적 대안을 강구해야 상속세 완화로 인한 혜택을 단 2400명이 아니라 온 국민이 누리고 집 한 채밖에 없는 중산층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속세 납세자 편입과 부담을 비로소 축소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전반적 검토 없이 일률폐지는 문제”
이 외에도 세무사회는 비상장주식을 포함한 주식의 적정한 시가과세를 위한 평가제도 합리화를 위한 재설계 없이 중소기업이 아닌 매출 5000억원 이상의 중견기업과 대기업만 적용대상인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20%할증평가 제도를 평가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나 재설계 없이 일률폐지하는 것은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또한 “투자와 고용에 파격적인 감면을 이어가거나 늘리고 있고, 심지어는 배당을 늘리면 법인세까지 깎아주는 ‘기업밸류업’조세감면까지 등장했지만 이 또한 대부분의 혜택은 대기업이나 상장기업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기업밸류업을 위해 ‘대기업혜택 몰아주기’를 하면서도 소상공인과 일반 국민 등 조세약자에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로 지원되는 합리적인 조세감면은 ‘비과세․감면 축소’하겠다는 것은 과도하게 편중된 정책목표에 매몰되어 조세제도의 합리적 운용이라는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고도 밝혔다.
◆ “금투세, 가상자산은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조세원리 무시하는 것…매우 우려”
또한 “금투세-가상자산 과세, 필요성과 시행불가 주장 오락가락하는 정부에 국민 혼란 가중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아예 폐지하고 가상자산 과세도 `27년까지 2년 늦춘 것은 조세제도 합리화라는 정책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물론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조세원리까지 무시하는 것으로 매우 우려스럽다”며 “만약 정부의 개정안대로 확정된다면 다른 누구도 아닌 정부가 입법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해 도입한 제도를 시행하기도 전에 이를 부정하고 다시 폐지의 필요성을 주장한다면 정부에 대한 신뢰훼손은 물론 국민의 성실납세의식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한 “한시적 결혼세액공제를 도입하거나 유인 효과 없는 자녀세액공제를 늘리는 등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임시변통이 아니라 배우자공제를 대폭 확대하거나 다른 외국과 같이 독신과 배우자 있는 소득자에 대한 차별적인 소득세 과세체계로 개편하는 등 가족친화적인 소득세 과세체계로 나아가는 일은 더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 “각계각층 의견 들어놓고…결국 내놓은 정책은 ‘대기업, 고소득자’에 편중”
세무사회는 “그동안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세법개정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기는 했으나 결국 내놓는 조세정책마다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편중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조세약자는 무시되는 개정안으로 귀결되고 있는 것은 아쉽다”면서 “하지만 세법개정안 발표로 끝나지않고 국민의견을 제대로 수렴해 잘못된 인식과 판단으로 말이 없지만 준엄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담지못한 부분은 국회에 제출하는 개정법률안에 충실히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회도 안정적인 재정조달이 가능하면서도 조세원리에 맞는 세제를 만드는 일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특히 이번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조세원리에 충실하고 조세제도 합리화를 도모하기보다는 특정계층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세제가 극명한 만큼 그 부담이나 혜택이 특정계층에 편중되지 않고 함께 분담하거나 누릴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는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재이 세무사회장은 “한국세무사회는 국민과 기업 현장에서 활동하는 1만6천 조세전문가로 구성된 법정단체로서, ‘국민이 원하는 세금제도 만들기’활동의 일환으로 이번 `24 세법개정안이 정부에서 충분한 재검토와 심도 있는 국회 논의를 통해 조세원칙와 조세정의에 맞고 국민이 원하는 ‘좋은 세금’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