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24년 세법개정안이 발표된 가운데, 납세자 권익제고를 위한 조정제도 도입안이 결국 부처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무산됐다.

조세심판원이 올초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조정제도(안)’은 작년에 이어 심도있는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한채 사문화됐다.

조정제도는 세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았다. `24년 세법개정안 발표에 앞서 지난달 14일 열린 ‘조세심판원 정책자문위원회’에서는 조정제도 도입과 관련 세법 전문가들의 의견이 수렴됐다.

위원회는 조세심판제도 개선을 자문하기 위해 학계‧연구기관‧전문자격사 단체의 대표 등 조세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가운데, 회의에서는 납세자 신속구제 방안 일환으로 조정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제도도입과 관련, 조세심판원과 국세청, 기획재정부간 정책 협의는 부재했던으로 드러났다. 제도도입에 이견을 보인 조세심판원과 국세청은 작년 연말 한 차례 협의가 있었을 뿐 올해는 접촉이 이뤄지지 않았다.

조정제도 도입을 추진한 조세심판원은 상속‧증여된 부동산의 시가 평가 및 신고 누락된 사업소득 수입금액 범위가 불분명한 청구건 중, 과세액 5000만원 이하의 소액사건에 한해 상호합의 조정으로 사건을 마무리하자는 논리를 폈다.

기재부, 심판원, 국세청, 민간인 등 4~5명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에서 다툼이 있는 과세액을 조정해 청구 건을 상호조정으로 마무리하자는 것이다.

심판원은 상속‧증여 관련 부동산 감정평가 등 가액평가에 있어 청구인과 과세기관인 국세청이 각자 다른 감정평가액을 제시하는 경우, 개인사업자의 수입금액 산정에 차이가 있는 경우 조정위원회의 조정을 통해 청구인의 비용 절감과 신속한 사건처리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같은 제도도입을 위해서는 국세기본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국세청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기재부의 판단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관련 일각에서는 5000만원 이하 소액사건의 조정에 대해 국세청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제도가 도입된 후 조정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 자체를 반대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제도가 도입될 경우 세금불복 심판청구에서 막강한 힘을 가진 조세심판원의 권한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견제론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양 기관간 입장차가 지속되자 기재부 역시 조정제도 도입안을 관망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양 기관간 이견이 있는 제도도입안에 기재부가 주도적으로 나설수 없는 상황”이라며 제도도입 무산 배경을 밝혔다.

이에따라 조정제도 무산은 납세자와 과세관청 양측이 합의를 해야만 사건이 종결될 수 있는 보완장치 마련에도 불구, 납세자 권익은 뒤로 한 채 밥그릇 챙기기 싸움의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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