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국세청]
[그래픽: 국세청]

세금포인트 폐지론이 등장했다. 우려하던 바가 현실로 표면화된 것이다. 안타까움을 넘어 비통한 심정이다. 행정이라는 것의 속성상 대단한 아이디어인 것처럼 야심차게 내놓았다가 용두사미 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담당자나 관리자가 바뀌면 하루아침에 용도폐기되는 폐단의 빙산일 뿐이다. 그래서 국회예산정책처의 ‘세금포인트’폐지 지적은 아주 시의적절했다. 내용의 적합성도 훌륭한데다 새로운 청장을 맞이한 국세청에 대한 주문으로는 타이밍도 절묘했다는 느낌이다. “국세청은 세금포인트 제도의 폐지를 포함해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점잖은 지적이다. “‘세금포인트’ 제도가 성실 납세라는 목적 달성에 효과적이지 않은 반면, 제도의 운영으로 상당한 행정력과 예산이 소모되고 있다”는 지적은 예우했으나 국세청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자고로 현대는 포인트 시대라 할만하다. 2030은 물론 4050세대도 신용카드에 쌓인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하는데 익숙하다. 커피전문점이나 빵집에서 포인트로 현금처럼 사용하는 신세대들을 보면 마치 화성에 온 느낌이다. 한없이 부럽고 살기 좋은 세상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매년 초 공무원들 인사이동 때면 포인트 피크시즌 인듯하다. 서로 헤어짐이 아쉬워 조그만 이별의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에서도 포인트 사용이 자연스럽다. 포인트를 이용하여 모바일로 커피나 아이스크림 등 생활주변의 용품을 선물한다. 심지어 화장품이나 건강식품 등 명절 선물도 모바일로 한다. 이런 행위들이 모두 포인트 쌓기나 포인트 사용하기로 연결된다. 통화요금 주유 상품구매등 대부분의 상거래에 포인트가 필수인 시대에 살고 있다. 이 포인트를 현금처럼 물품을 구매하는 것을 보면 왠지 시대에 뒤떨어진 노인이라는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이야기인즉 포인트가 곧 돈이라는 개념이다. 그래서 포인트는 현대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국세청의 세금포인트는 성숙한 납세문화 조성을 위해 2004년 4월 도입된 제도다. 법인은 10년 뒤인 2014년 3월부터 시행됐다. 개인 또는 법인(중소기업)이 납부한 소득세와 법인세에 따라 세금포인트를 준다. 자진납부세액은 10만 원당 1점(개인·법인)이 주어진다. 고지납부세액 10만 원당 0.3점(개인)을 준다. 나의 세금포인트는 얼마인가? 국세청 홈택스에만 연결하면 쉽게 확인 가능하다. 세금포인트 조회는 홈택스 또는 손택스(모바일앱)의 ‘조회/발급’ 화면에서 ‘세금포인트 조회’ 항목을 검색하면 된다. 세금포인트를 이용하여 납부기한 등의 연장시 납세담보를 면제하거나 우수 중소기업 제품의 할인 구매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얼핏 봐도 매우 유용하고 훌륭한 제도로 보인다. 그런데 무용지물이라니. 그 원인은 무엇일까?

납세자들에게 거창하게 무슨 은전이나 되는 냥 9가지나 혜택이라고 열거하고 있다. 그 면면을 보면 기가 찬다. 국세청이 무슨 은전이나 베풀 듯이 자랑하는 그 혜택들을 한번 살펴보자. 첫째, 납부기한 등의 연장 신청 시, 세금포인트 사용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담보면제 신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보유한 세금포인트 × 10만원만큼 담보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사용조건’이다. 신청일 현재 체납액이 없어야 한다. 최근 2년간 체납 사실 여부 등을 고려하여 조세 일실의 우려가 없어야 한다. 납부기한 등의 연장 승인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세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포인트 사용이 가능하다. 세금포인트가 아무리 많아도 조건에 합당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짓거리가 된다. 둘째, 세금포인트를 이용한 할인 쇼핑몰 이용이다. 국세청은 세금포인트를 사용하여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을 5% 할인하여 구매할 수 있다고 자랑한다. 10만원이하 구매 시 세금포인트 1P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2P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10만원이상 20만원이하의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과소비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면 세금포인트 사용하지 말라는 얘기를 이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그밖에 납세자세법교실 우선 수강, 인천국제공항 내 위치한 모범납세자 전용 비즈니스센터 이용, 국립중앙박물관(서울) 관람료 10% 할인(1P 사용), 국립세종수목원(세종) 입장료 1천원 정액 할인(1P 사용),국립백두대간수목원(경북 봉화) 입장료 1천원 정액 할인(1P 사용), 국립생태원(충남 서천) 입장료 1천원 정액 할인(1P 사용), 국립해양생물자원관(충남 서천) 입장료 1천원 정액 할인(1P 사용), 경주시 사적지(경북 경주)* 입장료 1천원 정액 할인(1P 사용), 한국무역보험공사의 국외기업 신용조사 서비스 등 있으나 마나한 것들이다. 이것뿐 아니다. 타 할인과 중복할인은 불가(행복한 백화점 할인정보를 반드시 확인 후 발행)하다. 임대매장(까페, 영화관, 식당 등)과 일부매장에서는 사용 불가할 수도 있다. 세금포인트 보유자가 물품 구매 시에만 세금포인트 사용이 가능하다. 수량 소진 시 마감될 수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제약이 많아도 너무 많다. 악용사례를 막겠다는 취지를 모르는바 아니지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다. 포인트 사용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원천적으로 못쓰게 막아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포인트를 이용해 성공적으로 정책을 이끈 자치단체들의 사례가 더욱 돋보인다. 어떤 자치단체는 시민들 건강을 지원하는 정책으로 ‘걷기 앱’을 이용하여 걸음 수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고 쌓인 포인트를 지역화폐로 전환하여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걷기운동으로 건강도 챙기고 소액이지만 돈도 번다는 개념이 접목되어 호응도가 높다고 한다. 지역화폐지만 현금처럼 사용한다는데 매력을 느끼고 마치 포인트를 적게 받으면 시 예산에서 “나만 적게 탄다”는 경쟁을 유발하여 인기리에 매년 예산이 조기종료 될 정도라고 한다. “걷기만하면 돈을 준다”에 반대할 사람도 싫어할 사람도 없다. 자고로 포인트가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는지, 정책의 성공이 어디에 좌우되는지 우리에게 길을 알려주는 것 같다.

국세청의 세금포인트 제도가 실패한 요인은 애초에 포인트 대상과 포인트가 너무 적었다. 거기에 더하여 누적 포인트의 사용이 불편했다. 성실납세 유도라는 정책적 목적의 크기에 비해 포인트가 부실하게 적용되고 운영의 묘도 살리지 못했다는 아픔이 뼈저리다. 관리행정의 부실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개선 아이디어를 찾을 때다. 누구나 열심히 성실하게 세금을 잘 내면 포인트가 쌓이고 이 포인트를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살 수 있어야 기능을 제대로 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지금처럼 할 요량이면 없애는 것이 옳다. 없는 포인트도 만들어야 할 판에 있는 포인트 마저 없애야하다니 말도 안 된다. 포인트 시대 조류에도 한참 벗어나는 것이라는 질타가 나올 것이다. “세금포인트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국세행정의 어설픈 현주소라면 지금이야말로 성찰이 필요할 때인지 싶다. 세금 포인트로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라도 사먹는 것이 국민들이 바라는 바이다. 이런 소소한 행복에서 세금 내는 보람을 느낀다면, ‘세금포인트’가 제대로 성실납세의 저변을 넓혀나가는 첩경일 것이다. 잘만하면 ‘세금포인트’가 국세청이 국민들에게 보내는 (성실납세에 고마움을 담은) 행복한 선물이 될 것이다. 찾아보자고 맘먹으면 비단 ‘세금포인트’뿐일까? 안타까움은 처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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