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부터 국세청 캐치프레이즈는 ‘국민이 신뢰하는 세정’

이제는 신뢰넘어 제대로 일해서 국민 인정받는 국세청 돼야

“일 하나는 제대로 하는, 국민께 인정받는 국세청을 이끌어 반드시 국민들께 인정받고 싶습니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지난달 23일 취임식에서 ‘일 하나는 제대로 하는, 국민께 인정받는 국세청'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청장으로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최근 10년간 국세청의 캐치프레이즈는 ‘신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김덕중 청장의 ‘국민이 신뢰하는 공정한 세정’부터 한승희 국세청장의 ‘국민이 신뢰하는 국세청, 국민과 함께하는 공정한 세정’, 김현준 청장의 ‘국민이 공감하고 신뢰하는 국세행정’을, 김대지 청장의 ‘국민이 편안한, 보다 나은 국세행정’ 등 ‘신뢰’가 최우선 과제였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초대 청장인 김창기 청장은 ‘국민의 국세청, 신뢰받는 국세행정’을 표방하며 국세행정에는 국민으로부터 받는 ‘신뢰’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강민수 현 청장은 ‘신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인정’받는 국세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세청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세수 확보라는 국가재원조달의 본연의 업무를 해내는 것과 더불어 세무조사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정일 것, 납세자의 아픔은 따뜻하게 감싸는 세정을 펼칠 것, 과학 세정을 펼칠 것 등을 제시했다.

부조리는 온정주의를 배격하고 엄정한 신상필벌을 약속하면서 ‘일 하나는 제대로 하는’ 국세청을 만들 것이라고도 밝혔다.

국세청장이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다. 국세청 개청 초기인 60년대에는 국세공무원에게 있어 ‘세수증대’가 가장 큰 사명이었고, 국민들이 세금을 기쁜 마음으로 낼 수 있도록 ‘명랑세정’이 강조되기도 했다.

국세청이 개청하던 66년도 박정희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금년에는 국세청을 신설해 탈세를 방지하는 한편, 음성세원의 포착과 세무행정의 쇄신 등으로 일반서민 부담의 가중 없이 경제건설의 기본이 되는 세수증대에 힘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초대 이낙선 청장은 세수증대는 물론, 조세정의를 강조했다. 특히 이 청장은 ‘웃으며 내고 웃으며 받는 명랑세정’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기도 했는데, 2대 청장인 오덕근 청장 역시 ‘밝은 세정’을 모토로 무서운 국세청의 모습이 아닌 밝은 모습을 보이려 했다. ‘참다운 봉사’, ‘기꺼운 납세’ 등의 표어가 쓰였다.

70년대 들어서는 ‘과학’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는데, 고재일 청장과 김수학 청장은 ‘세정 과학화’, ‘세무행정의 근대화’를 언급했으며, 80년대 들어서는 안무혁-성용욱-서영택 청장 등이 ‘공평과세’, ‘공정과세’와 더불어 ‘고객지향적 민원실’, ‘세정민주화’, ‘대화세정’과 같은 ‘친절’에 초점을 맞추었다.

대표적으로는 82년도의 ‘친절하기 운동’이다. 깨끗하고 신뢰받는 세무공무원상 정립을 위해 친절하기 운동을 펼쳤는데, 친절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배지를 달고 ‘납세자와의 기본대화 요령’을 담은 수첩을 만들어 배포하면서 전 직원에게 의무적으로 숙지하도록 했다. 또한 세무공무원들은 아침일과 시작 전 10분 동안은 세무서장 책임하에 집합교육을 받았다. 납세자가 방문하면 안내직원이 45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친절한 자세, 상냥한 말씨로 응대해야 했다.

90년대 들어서는 국세청의 슬로건이 좀 더 구체화된다. ‘공평한 세정운영’, ‘깨끗한 공직자’, ‘납세자위주의 세무행정’, ‘편안한 세무서’, ‘공정과세를 통한 세수확보’, ‘납세서비스 제고’, ‘조세정의 실현’ 등이다.

그리고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인사청문회 제도가 생겼고 차관급이지만 세무조사라는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던 국세청장 직도 국회의 인사청문 대상이 되면서 이용섭 청장이 첫 청문회 주인공이 됐다. 이용성 청장은 청문회에서 ‘투명한 과세, 공정한 세정, 국민의 신뢰 받는 국세청’을 언급했으며, 이는 역대 청장들의 국세청 비전으로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주성 청장은 ‘국민과 함께하는 열린 세정’을, 전군표 청장은 ‘국민이 공감하는 따뜻한 세정’을, 한상률 청장은 ‘국민 신뢰를 받는 세계 초일류 납세서비스 기관’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시기는 역대 국세청장들의 흑역사가 이어지는 시기로,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것이 드러나 기소되기도 했으며, 유죄를 선고받은 청장마저 나타났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말뿐인 ‘투명한 과세’ 또는 ‘공정한 세정’이 되지 않도록 장관급인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한 백용호 청장을 국세청장 자리에 앉혔다.

백용호 청장은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라는 표어 아래 ‘국민이 신뢰하는 선진 일류 국세청’을 기본방향으로 삼았다. 추진 전략에는 ‘성실납세자는 우대, 탈세자는 엄정과세’라는 원칙도 세웠다.

이후 국세청 내부 출신인 이현동 청장이 임명됐으며, 이 청장은 ‘법과 원칙이 바로 선 반듯한 국세청’을 슬로건 아래 무너져 내린 국세행정 신뢰를 다시 쌓고자 했으며, 정권교체 후 김덕중 청장도 ‘국민이 신뢰하는 공정한 세정’을 강조했다.

또한 임환수 청장은 ‘균공애민’의 정신을 강조했는데, 이는 “세금을 고르게 하여 국민을 사랑하라”는 뜻으로 세금을 고르게 한다는 것 역시 국민의 신뢰를 위함이었다. 또한, 임 청장은 `16년을 준법·청렴문화 정착의 원년으로 삼는 등 국세청 공무원의 ‘청렴’을 강조했다.

이렇듯 국민의 신뢰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세공무원의 비리·비위와 직결됐다. 국세청 공무원이 깨끗하지 않으면 ‘신뢰’를 쌓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10년 전부터 국세청의 캐치프레이즈는 ‘국민이 신뢰하는 세정’이었다. 이제는 국민이 신뢰하는 세정을 넘어서 제대로 일해서 진정으로 국민이 신뢰하고 또 인정받는 국세청이 돼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세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