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겨울일까? 아니면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는 표현이 맞을까? 국세청 1급들의 인사가 마무리되었다.

청장을 제외한 1급 전원이 특정지역(TK, 대구?경북)출신들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특히 6개지방국세청장 자리 중 광주를 제외한 5곳의 청장을 TK출신들이 차지했다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12월 27일까지 국세청 고위직 인사가 그랬다.

지난 10월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의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장. 민주당의 이낙연 의원이 국세청의 1급 및 지방청장들의 ‘TK독식’ 문제를 지적했다. 뒤이어 같은당 최재성 의원이 바통을 이어 같은 문제를 놓고 아주 매섭게 국세청을 몰아부쳤다.

최 의원은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와 인물정보 분석을 통해 확인한 결과 “국세청 고위직(2급 이상)34명 가운데 41.2%(14명)가 TK(대구,경북)출신인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같은 지역편중 인사는 이명박 정부 등장이후 급속히 진행되어 박근혜 정부출범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은 “어떻게 41%가 대구, 경북이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이런 경우는 대한민국 어느 부처에도 없는 일”이라면서 “국세청이 무슨 TK근거지냐”고 쏘아부쳤다. 이어 최 의원은 “(국세청의 답변이)원래 모집단이 커서 그런 것이라고 하는데 거짓말이다. 국세청은 조폭 같은 인사를 한 것”이라고까지 목청을 높였다.

이런 지적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공교롭게 지난 연말 TK출신 고위직들이 무더기로 명퇴를 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1급 승진 하마평이 나오던 사람마저 미련없이 사직서를 내던진 경우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안타깝다는 지적을 했지만 결과는 돌려지지 않았다. 결국 연말 국세청을 퇴직의 줄에 선 고위직 6명중 5명이 TK출신이었다.

이종호 중부국세청장, 이승호 부산국세청장, 신세균 대구국세청장의 경우는 국세청 관행에 비추어 후진들을 위해 물러나는 ‘용퇴’에 해당하는 퇴임이지만 제갈경배 대전국세청장과 김영기 조사국장이 퇴직수순을 밟기로 한 것은 갑작스럽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모수가 많아서인지 아니면 이전 인사권자의 특정지역인사에 대한 편애(偏愛)가 남달라서 그런것인지는 좀 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아무튼 지난 연말 연초까지 이어진 TK출신들의 대거 명퇴행렬은 ‘TK몰락’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1급 하마평이 나오던 두 TK출신 인사들에게는 ‘관운’을 넘어 ‘역차별’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도 나왔다.

지난해 3월 지금의 김덕중 청장(행시 27회) 대신 조현관 전 서울국세청장이 국세청장에 발탁되고, 이어 ‘차장 김덕중, 서울청장 이전환, 중부청장 임창규, 부산청장 이승호’ 뭐 이런 정도의 인사가 이뤄졌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지금의 ‘인사파동’이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그렇다면 왜 조현관씨는 청장에 오르지 못했을까? 일반인들이 모를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상황은 두 가지 정도였다. 당시 세간을 떠들썩하게 흔들었던 서울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의 ‘집단뇌물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아직도 재판이 진행중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국세청장직이 ‘세습하는 자리냐’는 지적이었다. 조현관 전 서울청장이 수학한 교교와 대학이 이현동 전 국세청장과 같다는 데서 나온 정치적 견제구였다. 조 전 서울청장과 이현동 전 청장 역시 TK출신이었다. 이것이 이유였다면 이 또한 엄밀히 말하면 역차별이었다.

당시 차기 청장으로 가장 유력해 보이던 조현관 전 서울청장은 그렇게 해서 신문지상에 ‘유력’이라는 발령을 끝으로 공직생활을 접어야 했다. 조 전 서울청장과 이현동 청장, 그리고 제갈 청장까지 합치면 정권이 바뀐 후 지금까지 국세청 고위직 TK출신 7명이 줄사퇴를 한 것이다. 이 정도면 가히 TK를 향한  ‘인사폭탄’이라는 표현도 넘치지 않을 듯 싶다.

소위 다시 TK정권이 들어섰는데 이렇게 TK출신들이 대거 퇴진을 당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그동안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어려울 것 같다, 특히 자신이 TK라는 지역적 정서를 내면에 가지고 있다면 아마도 ‘열불’터질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전히 국세청 주변에서는 “전 정권시절 너무 과했다. 올 것이 온 것일 뿐”이라는 정서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최재성 의원이 지적했듯이 전 정권시절 국세청 고위직에서 영남도 아닌 TK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40%를 넘었다면 솔직히 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또 그렇게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TK 고위직의 싹쓸이 명퇴현상은 자초한 면이 크다고도 볼 수 있다. 자승자박인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2인자인 차장(이전환), 서울청장(임환수), 부산청장(김연근) 등 1급 4자리 중 3자리는 TK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렇게 폭탄 맞은 일로만 치부할 수도 없다. 솔직히 ‘비정상의 정상화’로 가고 있다고 말하는 직원들이 더 많은 것 같다. 권력무상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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