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수 국세청장은 취임 후 ‘고가 부동산 감정평가 제도’를 확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부동산 감평사업 추진을 줄곧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평가대상에 꼬마빌딩 등 비주거용 부동산뿐만 아니라 초고가 아파트, 단독주택, 상가겸용 주택 등이 신규 대상으로 추가된다.
일각에서는 감정평가 제도 대상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세수 확대’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성실신고 유도 효과가 크고, 신고 가액보다 감정가액이 약 70% 이상 높게 나타나면서다. 그러나 단순히 세수 확보만을 위한 제도는 아니라는 게 세금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적은 비용의 투입으로 활용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데다 자발적인 신고 비중도 늘고 있고 국세청의 공평과세 실현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가장 강력한 패라는 것.
특히 부자들의 세금 없는 ‘빌딩 대물림’에 칼을 뺐다고도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십억~수백억 단위의 부동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증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절세’라는 이름으로 자산가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것이 문제다. 상속이나 증여는 하되, 세금은 제대로 내고 물려줘야 한다는 조세정의가 바로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 상속‧증여세 줄이는 재테크 수단 ‘꼬마빌딩’
자산가들의 재테크 대상이자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활용돼 온 이른바 ‘꼬마빌딩’은 시장에서 실제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아파트 등에 비해 과세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예를 들어 50억원짜리 꼬마빌딩을 임대보증금을 끼고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고 구매한 뒤, 취득 2년 후 자녀에게 증여하면 기준시가보다 낮게 평가돼 세금을 대폭 깎을 수 있는 절세 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유사한 재산의 사례가액이 있어 시가에 적합한 가액으로 과세할 수 있었던 반면 일반건물은 시세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기준시가로 상속‧증여세가 부과돼 왔다.
이에 국세청은 공평과세 실현을 위해 시가를 확인하기 어려운 소형 비주거용 건물에 대한 감정평가 제도를 지난 `20년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모든 고가의 비주거용 부동산이 감정평가되는 것은 아니다. 당시 국세청은 조세회피 우려가 있다며 자세한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시가와 신고가액의 차이가 큰 물건을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다.
첫 시행이 있던 해인 `20년, 국세청은 비주거용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에 19억3900만원의 예산을 들였으나, 이듬해에는 51억200만원의 예산을 들여 163.1% 증액하기도 했다. 감정평가에 드는 수수료를 나라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예산을 타 쓰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45억2300만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 부동산 감정평가, 세무공무원의 자의적 행정이라는 지적도
감정평가 제도와 관련한 납세자의 반발도 있었다. 조세심판원 심판결정례(2022서2720)에 따르면 납세자 A씨는 감정평가 사업이 세무공무원의 재량 한계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무공무원이 감정평가 대상으로 정해 평가업무를 시행하는 경우 100% 세금의 추징이 일어나게 되고, 감정평가 사업을 하지 않은 경우 세금추징이 일어나지 않는 심각한 조세의 불평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반면 국세청 측에서는 A씨를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에 대해 재개발 예정지역에서 유사매매사례가액 산정이 어려운 단독·다가구(다세대)·빌라 등을 당초 부모가 취득한 이후 2년이 경과한 시점에 취득가액 보다 현저히 낮은 공시가격으로 자녀에게 저가 편법 증여하는 사례가 최근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 증가해 예상 감정가액과 공시가액 차이가 큰 부동산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해 조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심판원도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감사원이 감사한 결과, 감정평가 제도에 문제도 많았다. 시행 첫해는 사업예산이 조기 소진되면서 특정 기간 감정평가를 진행하지 못해 형평성 문제가 발생했고, 이듬해 감정평가 선정 기준을 완화하고 개정된 선정 기준을 소급 적용하는 등 자의적으로 운영돼 온 사실이 적발됐다.
뿐만 아니라 비거주용 부동산 외의 주택 등 다른 종목의 부동산으로도 감정평가 사업 대상을 확대해 실시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국세청은 결국 비주거용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 대상이 되는 부동산의 기준을 공개했다.
결과적으로 납세자의 자발적 감정평가 신고 비율은 `20년 9%에서 `21년 15.1%, `22년 18.5%, 지난해 21.3%까지 증가했다. 자발적 감정평가를 실시하면 과세가액에서 최대 500만원 공제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국회예산정책처도 `20년부터 `23년까지 신고 가액 대비 감정가액은 68%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감정평가 실시에 따른 세수 확대 및 과세 형평성 제고가 인정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강민수 국세청장이 취임사에서 “고가 부동산 등에 대한 감정평가와 같이 투입에 비해 정책 효과가 큰 업무는 보다 확대 운영될 수 있도록 관련 예산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한 의지를 내비친 만큼 향후 부동산 감정평가와 관련된 상속‧증여 이슈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국세청의 감정평가 제도의 확대 만큼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이라는 ‘불공평’도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