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매년 다가오는 국정감사 시즌이다. 국세청은 오는 16일 국회의 국정감사를 받는다. 연간 최대의 정치행사인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세청은 정치의 한복판으로 들어가고 있다. 소위 정치적 세무조사 논란 때문이다.

지난 7월 강민수 국세청장은 후보자 신분으로 인사청문회를 받으면서 국세청의 ‘정치적 세무조사’와 관련한 많은 질문을 받았다. 강민수 청장이 2년간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역임하는 동안 서울청 조사4국이 비정기 조사를 나섰다고 알려진 업체들이나 정치적 이슈가 있던 업체들에 대한 조사를 서울청장 시절 결재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세무조사 의심받은 '쌍방울 세무조사'

대기업 정기조사를 담당하는 서울청 조사1국장, 비정기 조사를 진행하는 서울청 조사4국장에 이어 본청 조사국장을 역임한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행시38회)도 강민수 청장과 공직 생활을 함께했다. 임광현 의원은 강민수 청장의 인사청문회에서 “쌍방울에 대한 세무조사를 서울청장이 결재했죠”라고 물었다. 임 의원은 국세청이 개별 납세자의 정보라는 이유로 국정감사는 물론 어떠한 상항에서도 개별기업에 대한 조사 착수 여부를 언급할 수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 의원은 쌍방울 조사가 정치적 조사일 수 있다고 따졌다. 서울청 조사4국에서 나서는 비정기 조사는 본청에서 지시하거나 서울청 직원들이 직접 분석해서 조사하는 두 가지 중 하나다. 하지만 당시 쌍방울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고,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면 국세청은 하던 조사도 중단하고 관련 자료도 검찰로 넘어가 있어서 세무조사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분석해서 조사에 나섰다’는 것은 불가능 해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본청에서 ‘쌍방울을 세무조사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는 선택지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이 임 의원 질의의 골자였다.

이에 대해 강 청장은 ‘분석팀에서 가져왔고, 국장이 선정해서 본인이 결재했다’고 딱 잘라 답했다. 그러자 임 의원은 “그러면 이재명 대표를 표적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 쌍방울 조사와 네이버 조사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국세청장, 본청 조사국장, 서울청장, 서울청 조사4국장밖에 없는데 본청에서 내려온 것도 아니고 서울청장도 아니면 서울청 조사4국장이 선정한 것으로 이해하면 되느냐”고 다그쳤다.

또한, 임 의원은 “검찰이 이재명 대표 수사를 위해 성남FC 후원 혐의로 `22년 9월 네이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고, 국세청이 이례적으로 검찰 압수수색 직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도 지적했다. 네이버는 판교에 소재하고 있어 세적지가 중부청이지만 서울청에서 교차조사를 실시했다.

​정치적 뇌관 '대장동 의혹'의 기업들 세무조사

이 외에도 청문회에서는 MBC, YTN, KBS, 화천대유, 현대오일뱅크, 이스타항공, 유창이앤씨, 호반건설, 동국제약, 카카오, 대형 입시학원 등 많은 기업들이 언급됐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결의 질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문회에서는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화천대유는 세무조사 했느냐”고 물었고, 강민수 청장은 “서울청 관할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한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22년 성남의뜰이라는 대장동 관련 탈세 제보가 있었고, 그해 4월 ‘탈세제보전담관리반에서 분류 처리 검토 중’이라고 회신했는데 벌써 2년이 지났다”며 “국세청에서 제보자에게 회신을 해주든 세무조사를 통해 탈루액을 징수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화천대유, 성남의뜰에 대한 세무조사는 지난 `21년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사항이다. 당시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이들의 세무조사를 하고 있지 않다”며 오히려 ‘특혜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성남의뜰, 화천대유, 천화동인 법인이 `15년 설립이므로 세무조사를 할 시기(5년 정기조사)가 됐다"는 질의를 했다.

즉 국세청은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도 ‘정치적 세무조사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을 것이고, 세무조사를 하지 않아도 정치적 고려에 의해 ‘(조사를 피하는)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냐’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또다른 정치적 뇌관 '노대우 전 대통령 비자금' 

여기에 더해 국세청은 흘러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세무조사 여부도 밝혀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을 맡은 2심 법원이 지난 5월 판결문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종현 전 SK그룹 회장 쪽으로 흘러 들어가 선경(SK)그룹의 종잣돈이 됐고 그룹 성장에 노 관장이 기여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선경 300억’ 메모는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됐고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에 사건이 배당된 상태다. 고발장에는 최 회장과 노 관장,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와 동생 재우 씨, 아들 재헌 씨 등의 비자금 은닉 혐의와 조세포탈 혐의가 기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강민수 청장 인사청문회에서 김영환 의원은 “이혼 소송에서 김옥숙 씨 메모가 나왔고 현금 채권 다 포함해서 904억5000만원”이라며 “이게 어떻게 생성됐는지 우리는 유추가 가능하다. 국세기본법 26조의2(국세의 부과제척기간) 5항에는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세, 증여세를 포탈하는 경우 해당 재산의 상속 또는 증여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상속세 및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라고 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음지에서 양지로 처음 나온 돈이고 이제까지, 과거에 확인되지 않은 돈들”이라며 “이게 불법 자금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자금이다. 국세청에서 단호하게 환수 조치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강민수 청장은 “시효라든지 또 관련 법령을 조금 더 검토를 해 봐야 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강민수 청장은 지난 7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 "특정 건에 대해 과세하겠다고 말씀은 못 드린다"면서도 "재판에서 나온 것이든 소스(출처)가 어디든 과세해야 할 내용이면 과세해야 한다"고 했다.

이같은 상황이 전개되면서 많은 조세전문가들은 조세정의를 세우는 일 잘하는 국세청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세무조사 오해가 두려워 소극적으로 나설 것이 아니라 정치의 한복판에 서더라도 사회정의를 위해 탈루 혐의가 있는 곳에는 세무조사 칼날을 휘둘러야 한다는 의견들을 전하고 있다.

한 전직 국세청장은 “누가봐도 정치적 세무조사라고 오해할 수 밖에 없는 태광실업(2008년 조사)에 대한 세무조사 케이스가 아니라면 과거 김대중 대통령 시절 중앙언론사 23곳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했던 것처럼 국세청은 정치적 오해를 받더라도 조세정의를 위해서는 반드시 세무검증이라는 차원에서 세무조사를 아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들의 탈세수법이 대담‧교묘해지는 상황에서 세무조사의 칼을 전가의 보도로만 간직한다면 국세청의 존재이유가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조세전문가도 “국세청이 정치적 세무조사라는 오해 때문에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연간 1만4천여 세무조사 대상자들은 ‘재수 없어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라면서 “세무조사는 권력자든 권력집단이든, 정치적 힘이 있든 없든, 누구나 때가되면 받는 것이라는 시그널을 주어야 ‘성실신고가 최고의 절세’라는 국세청의 캐치프레이즈가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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