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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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란 물건, 아니 인간, 쿠팡에서 물건 구입 후 하자 등이 있으면 반품하듯이 남편도 하자가 발생하면 반품이 가능할까?

나는 이 영화 시작 전에 감상에 임하는 동호인들에게 몇 가지 제안을 하였다. 그리고 그 제안, 퀴즈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 퀴즈를 맞히면 상품을 시상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취지는 영화 감상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모티브 제공 차원이었다.

퀴즈1) 영화 속에 등장하는 릴리라는 아이의 진정한 아버지는 존 혹은 가이, 누구일까?

퀴즈2) 매기에게 시험관 아이를 위해 정자를 기증한 가이라는 등장인물은 영화에 몇 번 등장할까?

퀴즈3) 매기의 남편 존을 본처 조젯에게 반품할 계획은 무엇이었을까?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미모의 감성파, 여주인공 ‘매기'는 '가이'라는 천재 수학자 버금가는 사람과 만나 자신에게 정자 제공을 제안한다. 가이는 쿨하게 흔쾌히 수락한다. 매기는 조그마한 플라스틱 통을 가이에게 건네며 정자를 받아오라고 냉큼 제안한다. 이에 엉큼한 이놈, 가이는 "이왕이면 자연스럽게 제공하면 어떠냐"는 제안을 한다. 그러나 매기는 "그러면 서로 복잡해진다"며 단칼에 No, 매기의 결단력과 미혼모가 되려는 의지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가이로부터 인계받은 정자통을 가지고 매기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매기는 주사기로 스스로 정자를 스스로의 몸속에 주입하려는 순간, 매기와 사랑에 빠진 소설가를 꿈꾸는 어른아이 같은 철부지 대학 교수 ‘존’이 들이닥친다. 아뿔싸 매기는 정액이 흘러 떨어지지 않도록 스파이더 걸음으로 화장실에서 나와 존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그 순간 매기와 존은 침대로 직행 한몸이 된다. 질속에 정자 주입, 시험관 시술은 어떻게 됐단 말인가. 성공한 것일까, 아니면 일부만 바닥에 흘린 것일까, 아이가 태어나면 존의 자식일지 가이의 자식일지가 궁금해지려는 순간이었다. 누구의 정자가 더 빨리 안착되었을까.

한편 ‘존’은 그 순간부터 자신을 이해하고 자기 소설을 좋아해 주는 ‘매기’와 불같은 사랑에 가속적으로 빠지게 된다. 매기 또한 존을 사랑하는 것 같았다. 어린 아기가 어머니 품에 안기듯, 존은 매기를 사랑한다며 귀엽스레 품에 안긴다. 매기도 존에게 금방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서로 열렬히 사랑하고 있음에 틀림없어 보였다.

결혼은 싫고 아기만을 원하는 미혼모를 꿈꾸던 여인, 매기는 ‘존’과 눈이 맞아 급기야 결혼을 하게 된다. 서로 절절하게 "사랑한다"며 매기는 미혼모의 꿈을 접고 존은 본부인과 이혼까지 하면서 결혼과 재혼을 선택한다. 두 사람은 귀여운 딸과 함께 행복한 결혼 생활을 3년여 동안 영위해 나간다.

[사진출처: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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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는 발랄하고 성품이 착하며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가는 정체성 톱(Top)의 여성 같았다. 길 건너가는 할아버지 손도 잡아 부축해 주고 존과 조젯 사이에서 태어난 1남 1녀도 잘 돌봐준다. 물론 자신이 낳은 딸을 양육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한다. 집안 살림도 남편에게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매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존’이 자신이 그리던 남성이 아니고 변해가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매기’는 뜻밖의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다. "결혼식장에서의 케이크는 독(毒)이 들어있는 케이크" 이라는 말이 있듯, 매기는 그 케이크를 먹었단 말인가,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라도 되는 듯, 남편 반품 계획, 매기는 Plan B에 돌입하게 되는 것 같았다.

스치고, 만나고, 대화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이혼하고, 또 재결합하는 과정이 우리 사회와는 사뭇 달랐다. 쉽게 쉽게 게임하듯이 진행된다는 느낌이었다. 영화라서 그런 측면도 있으리라, 문화 쇼크(Cultural Shock)도 좀 느끼게 되는 것 같았다. 결국 Maggie’s Plan은 존과 헤어져 다시 본부인 조젯에게 남편을 '반품'하는 거였다.

존의 본처 조젯의 직업은 콜롬비아 대학교 장기 교수로 등장하는데 이 영화에서 인간적으로 대단히 성숙한 여인으로 등장하는 것 같았다. 또 존과 매기의 사랑이라는 게 불장난에 불과할 것이고 곧 그 유효기간이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는 것도 내다보고 있는 듯했다.

이혼 결심을 한 매기는 그런 조젯을 만나 존과 조젯의 재결합 의사를 은근히 타진해 본다. 그러나 조젯은 펄쩍 뛰며 부인하지만 내심으로는 존을 계속 사랑하고 있음을 관객은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과 분위기였다. 조젯은 매기와 존을 인생 조련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교수인 조젯이 캐나다로 인류학에 대한 학술발표회를 떠나게 된다. 인류학 교수인 존에게 이 회의에 자연스럽게 참여하도록 매기와 조젯은 모의를 하게 된다. 그리고 존의 전공분야에 대해 존이 발표하도록 한다. 물론 존은 조젯이 거기에 참여하는 사항은 모르게 했다.

캐나다에서 조우하게 된 존과 조젯은 같이 학술 발표에 참여하게 된다. 서로 데면데면하는 분위기이나 싫어 보이지는 않는다. 둘은 눈발 날리는 높고 깊은 산으로 하이킹을 가게 된다. 눈길과 깊은 산속 삭풍속에서 길을 잃은 두 사람,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상황, 서로 의지하여 호텔까지 당도, 그날부로 부부의 연을 잇는 행사를 치르게 된다. 매기의 불량 남편 반품계획이 현실적으로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막장 불륜 영화같았으나 구질구질하거나 상투적이지 않고 산뜻함 마저 드는 영화였다. 매기나 조젯, 그리고 존이 연기를 정말 잘하는 것같기도 했다. 역할에 딱딱맞게 메소드 연기자들이었다. 매기에게 불량 남편이라 하여 반품된 존을 다시 받아들인 본처 조젯의 입장은 뭔가. 삶, 인생 참 묘한 노릇이다.

매기의 아이 릴리의 의문의 아버지는 과연 누구일까?

매기는 스스로 가이의 정자를 몸속에 넣고 있을 때 존이 들이닥쳐 스파이더 걸음은 했지만 정자를 바닥에 흘려야 했고, 그 순간 존과 진한 사랑을 나눴다. 과연 릴리는 누구의 자식일까.

거리에서 피클을 팔고 있는 가이, 매기가 릴리를 데리고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그를 만나게 되고 존과의 결혼 선물이라며 건네는 가이의 피클을 받고 떠나게 된다. 그 순간, 영문도 모르는 꼬마 릴리는 가이를 향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대고, 가이는 눈이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릴리를 긴 시선으로 응시한다. 이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면 관객은 선뜻 직감되는 부분이 있으리라.

그리고 거의 마지막 장면, 모든 계획이 마무리되어 매기는 릴리를, 존과 조젯은 자신의 두 남매를 데리고 스케이트장에서 신나게 놀고있었다. 어느 순간, 꼬마 릴리는 "즐겁냐"는 주위 사람의 물음에 그 대답을 "200,10,3000"이라는 알수 없는 뜻의 숫자로 답하였다.

그 순간 멀리서 정자를 기증한 가이가 릴리를 보며 터벅터벅 스케이트장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유전자의 회귀 본능일까, 가이는 수학에 천재적 재능을 지닌 인물이다. 릴리와 가이가 서로 매칭된다는 생각이 안들면 영화를 심도있게 감상하지 않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순수하고 자유분방한 '매기'와 철부지하고 무책임한 '존', 그리고 사랑할 때는 너무나 여성스럽고 따뜻한 마음씨를 지녔으나 사리에는 똑부러지게 똑똑하고 출세와 성공을 추구하는 강한 '존'의 원래 부인 '조젯'사이에서 전개되는 영화로 난해한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유쾌하고 사랑스런 로맨틱 영화로 재미있고도 의미있었다. 매기와 존, 조젯, 그리고 메기에게 정자를 기증한 가이의 성격과 심리, 움직임을 보며 감상하니 전체 줄거리와 함의를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조젯은 정말 강하고 냉철하나 존과 사랑을 나눌 때는 그야말로 따뜻하고 사랑스럽고 매력있는 여성이었다. 그의 냉철함은 존이 읽어보라고 건넨 그의 소설을 읽고난후 모두 불태워 재를 비닐봉지에 넣어 반납해주는 순간이었다. 남편은 매기가 반납하고 소설은 본처가 불태워 반납하는 격이었다.

"지나치게 비유가 많고 은유적이라서 인기가 없다. 직접적이며 이론적으로 서술하면 대박 날 걸작이 될 것"이라는 충고를 잊지 않는다. 옛 남편의 정성껏 쓴 소설을 불에 태워버리는 단호함과 배짱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조젯의 단면을 보는 듯했다.

사실, 존이 쓴 소설속에는 조젯과의 지난날 결혼 생활에 대해 서술된 것이었다. 조젯과 존은 다시 재결합하는 입장에서 지난 날의 삶에 대해 미주알 고주알 말하고 싶거나 논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존의 책을 불살라 버린 것은 서로 재결합하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과거를 묻어 버리는 과거청산과 정화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이 영화를 감상하면서 "비극은 죽음으로써 끝나고 희극은 결혼으로써 끝난다"는 영국의 시인 바이런의 말이 알쏭달쏭하게 와 닿았다. 과연 그럴까?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것이 사랑하고 결혼하고 이혼하고 또 재혼하는 것이 남녀 인간들의 묘상함이고 미스터리인 것 같다. 답이 있는 듯 답이 없다.

특히 존과 매기가 이혼한 후, 매기는 꼬마 릴리와 둘이서 보내고 있었다. 매기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있는 모습이었다. 이혼을 막하였으니 마음이 온전히 편할리가 있겠는가. 그때 꼬마 릴리가 매기를 향해 말한다. "모두 잊으세요" 어린 꼬마의 이 한마디가 크게 울림이 되어 귓가를 때렸다. "아이는 어른들의 어른"이라 하지 않았던가, 일상이나 관계속에서 잊을 것은 빨리 잊는게 상수라는 의미 같았다.

"지나간 일을 쓸데없이 후회하지 말 것, 잊어 버려야 할 것은 깨끗이 잊어버려라, 과거는 잊고 미래를 바라보라"라고 갈파한 괴테의 인생 5훈중 하나가 순간적으로 뇌리를 스쳤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감상후 영화에 대해 서로 느낀 점과 감상평을 공유하고 내용파악에 대한 퀴즈 출제로 맞춘 사람에게 DVD를 선물하였다. 영화 시작 전에 낸 퀴즈 문제는 동호인들이 너무 잘 풀었다. 취지의 대성공이었다. 이래 저래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 점이 문화활동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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