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서는 금년도 종합소득 과세표준 확정신고에 앞서, 수입금액부터 환급세액까지 미리 계산해 주는 모두채움 안내문을 총 700만 명의 납세자에게 보낸다고 발표했다. 이 모두채움 서비스 안내문은 단순경비율이 적용되는 소규모 자영업자, 근로소득 이외의 다른 소득이 있는 직장인, 주택임대소득자, 연금생활자, 인적용역 소득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특히 배달라이더, 대리운전기사, 행사도우미, 학원강사, 간병인 등 인적용역 소득자 460만 명에게 환급예상액 1조 350억 원을 신청할 수 있도록 ‘모두채움(환급)’ 안내문을 발송한다고 했다.
국세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종합소득세 정기 신고 기간 동안 국세청에 접수된 세금 환급신고 건수는 460만 건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블라인드 국세청 게시판" 내용을 인용하면서 삼쩜삼, 토스 세이브잇 등 세무대행 서비스의 광고 효과에 따른 것으로, 일선 세무서에서는 환급신청이 급증함에 따라 공무원 1인이 1300건 이상의 환급처리를 맡고 있어 납세자별로 환급 신청 내용의 적정성 검토 없이 일괄결의를 통해 환급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한국세무사회는 종합소득세 신고환급 유도 광고 등을 통해 납세자의 불성실 신고를 조장하고 있다는 이유로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를 국세청에 고발했다. 세금환급 대행서비스를 통해 납세자가 신고한 내용을 개별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일괄 처리하는 경우, 공제금액이 과다 신고되거나 다른 소득이 누락되더라도 이를 검토하지 않고 환급하는 것이 납세자들에게 불성실한 납세가 가능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환급세액은 원천징수와 같은 방법으로 미리 납부한 세액이 결정세액을 초과할 때 발생한다. 원천징수제도는 국가가 필요한 재원을 시의적절하게 조달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이렇게 환급해야 할 세액이 1조 원을 넘는 상황에서는 과세당국의 원천징수제도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금년도 상반기에 세수 결손이 3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환급신청 내용에 대한 검토 없이 세금을 돌려주고, 이후에 가산세를 포함하여 추징한다고 하면, 국세행정의 신뢰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환급제도에 대한 재점검의 필요성은 국세통계자료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종합소득세 신고 인원 중 납부세액 신고 인원은 2020년에 344만 명에서 2022년에 454만 명으로 32% 증가한 반면, 환급신청 인원은 같은 기간 315만 명에서 457만 명으로 46% 증가했다. 국세징수를 목적으로 하는 세목의 확정신고에서 환급신청 인원이 납부신고 인원보다 더 많은 상황은 원천징수제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는 배달라이더, 대리운전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사업소득 원천징수 세율은 1998년까지만 해도 1%였으나, 신고납부세목으로 전환하면서 현재의 3%로 인상되었다.
정부는 변화된 사회 환경을 반영하여 원천징수세율 3%를 조정했어야 한다. 그러나 3.3% 세율을 유지함으로써 불필요한 환급 서비스 사업이 발생하고, 관련 기업들이 불필요한 사업을 영위하게 되었다. 국세청은 전산시스템을 통해 쉽게 환급 대상자를 찾을 수 있었으나, 실제로 460만 명의 환급 대상자는 3.3% 환급서비스가 시작된 후에야 처리되었다.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3% 세율을 고집하고 환급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불필요하며,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 소득세 원천징수제도는 세수 증대 효과 없이 과세관청이 불필요한 환급 절차를 시행하게 하여 국세행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납세자가 세금환급 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수수료로 인해 납세협력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라이더 등 프리랜서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을 과거와 같이 1%로 조정하여 과세당국의 행정비용과 납세자의 비용을 함께 줄여야 한다.
한국세무사회와 필자는 정부가 올해 세법 개정안을 발의하기 전에 사업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을 1% 이하로 낮추는 입법 조치의 필요성을 건의했으나, 이번 개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세법 집행의 엄중함과 국세행정의 신뢰를 유지하고, 납세자들의 성실납세 의식과 세무업계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되어야 할 사안이다.
끝으로, 한국세무사회가 세무환급 대행서비스 기업들과 대결하는 모습이 자칫하면 기술에 저항하는 이미지로 비칠 수 있다. 시장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좋다. 그러나 저항의 이미지는 피해야 한다. 서점가에서 'AI 기술 혁명'과 '저항'이라는 프레임으로 경고하는 책들을 보면, 기술 혁명이 우리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받아들이고, 이를 사업에 어떻게 적용할지, 새로운 먹거리와 대안을 모색하는 논의로 프레임을 전환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그러했듯이, 업역 확장과 혁신을 위한 대전환이 필요하며, 다른 분야 전문가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기술기업과 연대하여 이 변화의 시대에 함께 나아가야 한다. 곧 국회가 열린다. 힘을 발휘할 기회가 온 만큼, 한국세무사회는 다가오는 정기국회에서 관련 개정안과 입법 조치를 추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