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00여 국세공무원들이 지난 주말(12일) 각 지역의 명산(名山)을 올라 준법과 청렴을 실천하겠다면서 함성을 질렀다고 한다. 이날 행사는 과거 국세청이 부패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들고 나왔던 자정결의대회 성격의 산행이고 다짐으로 읽혔다.
실제로 이날 계룡산 정상에 오른 임환수 청장은 “국민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성공적인 세정집행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요체”라면서, “준법과 청렴의 가치를 확고히 뿌리내려 ‘공정하고 투명한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을 당부했다.
왜 국세청은 이런 이벤트를 만들어 청렴을 다짐해야 할까. 아마도 지금 전국의 법원에서 재판이 벌어지고 있는 많은 전직 국세청 간부들과 직원들이 납세자들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는 등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일로 흠집이 생긴 국세행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행사를 한다고 국세공무원들의 ‘일탈’이 완전히 없어질 수 있을까. 그렇다고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없앨 수는 없더라도 줄일 수는 있다는 ‘희망’과 그리고 우리는 이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는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그렇다면 국세공무원들의 ‘일탈과 실수’를 온전히 막아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과거 많은 전직 국세청장들은 특별감찰팀, 감사관 핫라인(워치독), 세무조사실명제, 세무조사감독위설치 등 수많은 해법들을 제시했으나, ‘돈 앞에 장사없다’는 말처럼 많은 국세공무원들은 무너져 내렸고, 과거엔 실내에서 자정을 결의했다면 이번에는 땀을 흠뻑 흘린 후 산정상에서 산신령에게 고(告)하는 형태의 ‘청렴결의’의 고함을 지른것이다.
▶채근담에서 읽은 이야기다. 옛날 한 임금이 나라에서 똑똑하고, 지혜로운 사람들(현자)을 모아놓고 모든 백성들이 고루 잘 살 수 있는 비결을 적어 오도록 했다. 그러자 현자들은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여러 날 연구한 끝에 책 열권으로 만들어 바쳤다. 임금은 그 책을 다 읽은 후 백성들이 이 책을 다 읽기에는 너무 분량이 많으니 줄이도록 지시했다.
그러자 현자들은 그 책을 다섯 권으로 줄였다. 임금은 다시 줄이라고 했고, 그 책은 세권, 한 권으로 줄어든데 이어 종이 한 장으로까지 줄었다. 그래도 임금은 더 줄이라고 했다. 현자들은 마침내 한 구절로 줄여서 임금에게 올렸다. 그제서야 임금은 활짝 웃었다는 이야기다. 그 한마디는 다름 아닌 ‘공짜는 없다’였다.
국세공무원들도 이 한마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가슴으로 새긴다면 다시는 청렴을 소리치기위해 산을 오르지 않아도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