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5월 서울 중구 앰배서더호텔. 서울지방세무사회 첫 회장을 뽑는 선거가 치러졌다. 당초 서울회의 설립은 1993년에 추진되었으나 본회에서 승인이 나오지 않아 1년 늦게 치러진 선거였고, 출범이었다.

이날 선거장 인근의 한 음식점은 유달리 붐볐다. 당시 서울회장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가 점심으로 제공한 설렁탕을 먹기 위해서였다. 이 사실을 간파한 몇몇 선거관계자들은 이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미리 점을 치기도했다. 그런데 결과는 낙선이었다. 당시 식사를 제공한 이 후보가 받은 표는 설렁탕 숫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소위 밥만 먹고 표는 다른 후보에게 찍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당시 선거는 3명의 후보가 1차 선거에서 과반을 얻지 못해 결선투표를 치렀다. 2위와 3위 후보가 ‘동향’의 끈끈한 결속력으로 뭉쳤다는 이야기가 퍼졌고, 김면규 세무사가 초대 서울세무사회장에 당선됐다. 이것이 서울지방세무사회장 탄생의 시초다.

그리고 2년 후 당시 1차투표에서 1위를 하고도 낙선의 고배를 마셨던 후보는 현직 회장과 맞붙어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지금도 세무사업계를 호령하고 있는 정영화 전 서울세무사회장이다. 김면규 초대 서울회장은 연임을 하지 못했고, 2대 정 전 회장부터는 줄곧 연임해 오고있다. 3.4대 정영화, 5.6대 정은선, 6.7대 송춘달, 8.9대 이창규, 9.10대 김상철(현 회장)이 그 계보를 이어오고 있다.

▶오는 6월 제11대 서울세무사회장 선거가 다가오면서 지난해 격렬했던 본회장 선거에 이어 또다시 서울지역세무사들이 선거판으로 내몰린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서울지방세무사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토대로 서울회장 선거 시기를 본회장과 일치시키는 내용을 뼈대로하는 건의서를 본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건의서를 받은 본회는 세무사회의 단합과 잦은 선거에 따른 후유증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 다가오는 6월 정기총회에 제출될 다른 회칙개정안과 같이 내놓을 것인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회가 설문한 결과, 선거 시기를 일치시키자는 견해가 현행 유지보다 많이 나타났으나 압도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회원들의 생각도 현 서울회장의 선거시기를 다른 지방회와 마찬가지로 본회장선거시기와 일치시켜야 한다는 견해와 서울회 만큼은 본회장 선거시기와 일치시켜서는 안된다는 견해가 팽팽한 것이 현실이다.

서울회장 선거시기를 본회장과 일치시켜야 한다는 견해는 알려진대로 서울지역세무사들의 경우 매년(홀수해는 본회장, 짝수해는 서울회장) 선거판으로 내몰린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본회든 서울회든 선거가 끝나면 평소에 호형호제하던 세무사들끼리 하루아침에 삿대질을 하는 '웬수'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면서 세무사회의 단합을 저해하는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회장과 서울회장 선거시기를 일치시켜서는 안된다(현행유지)는 의견도 이 못지않게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본회의 판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본회장과 서울회장 선거시기의 ‘불일치’ 의견의 골자는 이렇다. 본회장과 서울회장의 선거시기를 일치할 경우 서울회장 직위가 본회장으로 가는 정거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현재의 경우 서울회장이 본회장에 도전하려면 임기중 중도에 사의를 해야하는 부담감으로 인해 쉽게 본회장에 도전할 수 없지만 일치시킬 경우 서울회장직은 그 날부터 본회장 도전을 위한 자리이자 수단으로 변질 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즉 서울회장이라면 솔직히 본회장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럴 경우 필연적으로 사사건건 본회장과 대립하게 될 것이므로 잦은 선거의 폐해를 줄이려다 본회와 서울회의 대립이 더 심해지면서 업계의 단합은 커녕 오히려 세무사회의 배가 산으로 가는 패망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더욱이 서울회장이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사전선거운동을 하고 본회와 대립하게 된다면 본회장은 자칫 절반 가량의 회원을 보유한 서울회장의 위세에 눌려 거꾸로 눈치를 봐야하는 웃기는 결과까지 초래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언필칭, 세무사회는 정치집단이 아니듯 서울세무사회가 본회와 의견을 달리하는 노선이 다른 단체라면 선거시기를 일치시키는 것도 일견 이해가 되지만 서울회는 오로지 본회의 기능을 보좌하는 하부조직이라는 점에서 본회장과 대립하고 본회장을 견제하는 모양이 된다면 자격사 단체의 최고의 덕목인 ‘단합’은 물건너 간다고 봐야한다. 본회에 내는 회비와 지방회에 내는 회비로 구분되어 있는 일본의 경우와 우리는 분명 달리 봐야한다는 것.

나아가 선거가 잦고 혼탁한 것은 선거시기와는 별개 문제라는 견해도 많다. 세무사 업계가 선거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은 정책대결을 못하는 후보자들이나 그것을 판단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의 우매함 때문이지 선거시기가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네편 내편을 넘어 훌훌털어버리고 다시 형님 동생하면 그 뿐이다. 그 정도 아량과 배포가 없다면 애초에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솔직히 옆 자격사회처럼 추대를 하거나 양보하는 미덕이 있다면 선거시기가 문제라기 보다는 오히려 잦은 선거가 단체를 단합시키는, 모두가 소망하고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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