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들이 조세를 ‘복잡하다’고 인식할수록 납세 순응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왜 세금은 복잡하게 돼 있을까.
박성태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와 정상훈 한영회계법인 세무사, 이혜영 서울대 경영대 박사과정은 지난 19일 열린 `24 한국세무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에서 ‘조세 복잡성 인식이 납세순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세금 계산이 복잡한 이유는 △정부의 빈번한 세법 개정 △금융 환경 △복잡한 과세 제도 △법조문 자체의 장황 등으로 꼽았다.
정부는 다양한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세법을 자주 변경하는데, 납세자가 최신 세법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예를 들어 최근 10년간 종합소득세율은 5차례 변경됐는데, 결과적으로 세액 계산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경제가 고도화되고 새로운 금융상품들이 등장하면서 기존 금융상품과의 과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일한 해외지수를 추종하는 ETF라 하더라도 상장 지역에 따라 해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ETF의 자본차익은 양도소득세로,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ETF의 자본차익은 배당소득세로 과세하는데 이는 납세자의 투자 결정을 왜곡시키게 된다.
또한, 금융소득종합과세 제도를 예로 들면 금융소득 합계가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소득세율로 과세하되, 2000만원까지는 14%의 세율을 적용하고 초과액 중 일부는 배당세액공제를 위해 배당가산액을 더하되, 비교과세액을 최저한으로 두는 등 복잡한 규정이 적용된다.
마지막으로, 증여세나 양도소득세 관련 법조문은 조세회피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경우를 열거하고, 예외의 예외를 붙이다 보니 그 길이가 매우 길어졌다. 세액 과정을 도표나 계산식이 아닌 서술형으로 규정하고 있어 가독성도 매우 떨어진다.
이 외에도 세금 신고는 법정 서식에 따라 기한 내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신고서에 사용되는 용어가 전문적이고 어려워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 같은 종합소득세라 하더라도 소득에 따라 신고 서식이 달라지고 작성례나 가이드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 소득 종류별로 신고 기한이 다르고 특정 상황에서는 예정신고 후 확정신고를 다시 해야 하거나, 연말정산 후 종합소득세를 추가로 신고해야 하는 점 등 절차가 복잡한 데다 이를 놓치면 가산세까지 부담해야 한다.
논문에서는 `17년 한정으로 납세자의 조세복잡성 인식이 납세 순응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납세자가 조세를 복잡하다고 인식할수록 납세 순응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발제자는 일관된 방향의 세제 개편을 위해 기획재정부 세제실이 아닌 공무원, 학계, 실무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로 이뤄진 상설기구를 설치·전담하게 하거나, 객관성과 중립성이 담보된 입법부 내 입법 지원기관을 개정 작업에 참여시키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혹은 정치·경제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세법 분야는 별도의 기관 설립과 포괄주의 세제를 도입(납세자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을 담보하는 한도 내에서), 다른 법과 구분되는 세법의 특성을 반영해 개관규정을 도입하거나 계산과정을 시각화하는 것, 조세법령 입안 체크리스트 등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