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성 시인
김대성 시인

가로로 드러누운 대지를 세로의 비가 때린다

거센 빗방울이 아파서

땅 위에 발을 붙인 호흡들이 세로로 서 있다
 

바다가 그리운 나는 가로로 누워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고

심연이 대지 아래로 침잠해간다
 

이 비가 지나고 청명한 공기를 사선으로 지르는

따가운 햇볕 한 줌으로 다시

세로로 우뚝 설 수 있을까
 

[박정원의 시에서 시를 찾기]

시인 박정원
시인 박정원

   삶의 기저엔 곡선이 받들어주고 있습니다. 인간이 세상을 지배할 때부터 직선이 창궐했습니다. 모두가 쇠창살 같은 “가로와 세로”가 아닌, 좀 더 양보하고 배려하는 인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이 과연 우주의 중심일까요. 가로와 세로의 은유는 바야흐로 ‘빨리빨리’ 문화를 앞에 두고 달려온 현대 한국 문화의 민낯입니다. “세로로 우뚝 설 수 있을까.” 속엔 “따가운 햇볕 한 줌”이 늘 자리 잡고 있습니다. 김대성 시인은 소설집 『라떼 카르멘』을 펴낸 소설가입니다. 현 「국세청문인회」 회장이기도 하고요. 2024년 국세청 문학인의 밤 개최와 더불어 발간된 연간지 《국세문학》에서 골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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