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재정연, “국민들 성숙한 납세의식 결정요인은 국세청 신뢰도”

우리나라 납세자들의 국세행정에 대한 신뢰도는 어느정도일까. 대강의 지표를 알 수 있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세청을 신뢰하고 있는 납세자는 10명 중 1.3명꼴로 한마디로 ‘바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는 박명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장기재정전망센터장이 ‘납세자의 심리적 요인이 납세순응 행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전국 16개 시도 내에 거주하는 만 25~64세 성인 남녀 229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조사기간:2015.11.23.~12.16.)를 실시한 결과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또 절반 이상의 납세자들이 세금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으며, 세금에 대한 객관적 이해도도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세금 안 내는 사람 없지만…“세금? 잘 몰라요”
설문결과에 따르면 먼저 각종 세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대해 알아본 결과, ‘모른다’고 대답한 사람이 58.6%(대체로 잘 모른다 56.8%, 전혀 모른다 1.7%)로 절반 이상의 응답자들이 세금에 대해 잘 모른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 ‘대체로 잘 알고 있는 편이다’는 39.3%, ‘매우 잘 알고 있다’는 2.2%였다.
◆ 부가가치세율은 얼마일까요?
이와함께 우리나라에서 단일세율을 적용하고 있는 부가가치세(세율 10%)에 대해 질문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3.8%는 부가가치세율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었지만 “모른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9.7%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세율이 15%라고 응답한 자는 2.3%, 5%를 선택한 응답자는 2.2%, 20%를 선택한 응답자는 1.9%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동국대 김갑순 교수는 부가가치세율이 10%라고 응답한 비율이 83.8%여서 높다고도 할 수 있지만 고정돼 있는 소비세 부담비율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 현금영수증은 얼마부터 발급될나요?
이어진 설문은 납세자들은 현금영수증의 최저발급금액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하는 것.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현금영수증제도는 지난 2005년 1월 1일 이후 시행돼 올해로 11년이 지났다. 현금영수증은 거래건당 1원 이상의 현금을 받는 경우 발급 받을 수 있다.
설문결과 정답인 “금액에 상관없이 모든 거래 금액에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한다”를 선택한 응답자는 전체의 50.6%로, 절반 정도만 올바르게 인식하고 절반 정도는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1000원’을 선택한 응답자가 24.2%, ‘5000원’을 선택한 응답자가 11.9%, ‘모른다’를 선택한 응답자가 10%, ‘1만원’을 선택한 응답자가 3.3%로 집계됐다.
이 설문하나로 국민들의 세금에 대한 객관적 이해도로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이 설문결과 국민들의 세금이해도는 50점이었다.
◆ 납세자, “정기적으로 탈세해도 국세청은 모를 것…처벌수위도 낮아”
다음 설문은 납세자가 소득세를 정기적으로 탈세했다고 가정하고 과세관청에 발각될 가능성에 대한 것이었다.
10명 중 8명이 탈세사실에 대해 적발될 가능성이 낮거나 매우 낮을 것이라고 응답하면서 많은 납세자가 과세관청의 세무조사 등을 통한 탈세적발 수위를 높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탈세 후 적발됐을 때의 벌금 등 처벌수준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사업소득을 미신고한 부분이 있음을 가정하고 과세관청이 적발했을 때 처벌수준이 낮을 것(매우 낮을 것 8.2%, 대체로 낮을 것 37.8%)이라고 응답한 자가 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적당한 수준일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7.9%였으며, 높은 수준일 것이라는 응답은 26%에 머물렀다.
결국 탈세 적발시 처벌수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는 '바닥' 수준이었다.
또한 불성실 납세자에 대한 과세관청의 대응강도와 관련한 질문에서도 10명 중 7명은 과세관청이 불성실 납세자에 대해 과거보다 더욱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납세자는 10명 중 3명꼴이었다.
◆ 연말정산, 종합소득세 신고 등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 많아
납세자들은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의 양에 대해서 42.7%가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납세 협력을 위해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의 양이 많다고 대답한 사람은 무려 41.5%에 달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납세 협력비용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의 양이 적다고 응답한 비율은 15.7%에 불과했다.
◆ 납세자들의 국세청 신뢰도, ‘바닥’
이어 우리나라 과세관청인 국세청에 대한 신뢰정도는 묻는 설문에 납세자의 43.9%는 국세청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또한 보통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42.4%에 달했다.
반면 국세청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자는 13.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전적으로 신뢰한다: 1.1%, 약간 신뢰한다: 12.6%)
결국 국민들의 국세청에 대한 신뢰도는 ‘낙제점’ 그 자체였다.
박명호 센터장은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일반 국민들로 하여금 국세청에 대한 신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일반 국민들에게 조세회피 또는 탈세와 관련된 상황에 대해 홍보를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