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장면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 세제실발(發) 폭탄으로 전전긍긍했던 세무사들이 새해 들어 휴~ 한숨을 돌리면서 얼굴에 한껏 홍조를 띄고 있음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연말 세무사들의 연 수백만 원의 수입과 직결되는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가 폐지될 운명에서 극적으로 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은 일이 있으면 그 공에 대한 치사가 따르기 마련이다. 세무사회도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의 폐지를 저지한데 대한 공치사(功致辭)가 한창이다.
세무사회는 최근 발간한 세무사신문과 팩스전송문, 핸드폰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제도의 존치를 기쁜 소식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리고 최근 세무사업계에는 한통의 문자메시지가 돌았다. “이번에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를 저지한 것은 세무사회와 국회 기재위원들, 그리고 소위위원들 뿐인데 (어떤 이가)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이야기 하며, 정치 후원금을 요청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면서 “회원들께서는 현혹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이 문자는 세무사회의 한 임원이 회원들에게 보낸 것이었다.
이 정도면 전자신고세액공제폐지를 막았다고는 하지만 시행령 개정과정에서 그 한도가 얼마큼 줄어들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김칫국 마시는 격’이라고 꼬집기도 전에 이미 공치사를 넘어 우려했던 ‘부작용’으로 까지 번진 것이다.
기자가 알고 있는 전자신고세액공제폐지 저지를 위한 세무사회의 노력은 이랬다. 당초 정부에서 폐지안이 발의되자 세무사회는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한 복지재원학보 방안으로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가 포함된 것이어서 막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폐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신명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알려진 대로 정구정 회장이 직접 나서 폐지의 부당성을 정부에 건의하는 한편 국회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면서 국회의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정구정 회장 특유의 업무추진 스타일인 ‘신비주의’로 인해 회원들은 조마조마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세무사고시회, 세무사미래포럼 등이 나서 폐지 불가를 담은 건의서와 성명을 내기도 하고, 또 세무사들의 속마음을 요로(要路)에 전달하는 등 행동에 나서면서 회원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 세무사 출신 선량인 백재현 의원이 직접 2014년 세제개편간담회를 열어 조세소위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 존치의 희망을 찾아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궁금하고 답답했던 부분이 해소되기도 했다. 그리고 백 의원 측은 이번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가 존치되기까지의 과정에서 국세청의 의견과 관련 일정한 역할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한 이번 국회에서 전자신고세액공제를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은 이용섭 의원의 힘도 컸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구간의 하향조정(3억 원 초과에서 1억5천만 원 초과)안이 받아들여지면서 전자신고세액공제 유지로 날아가는 세수보다 더 큰 세수가 확보되는데 따른 ‘딜’로 작용했다는 것.
물론 누구보다 역할을 많이 했고, 고생을 한 사람은 3개월가량 국회 문턱을 넘나든 정구정 회장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또한 칭찬 받을 일이다. ‘막아내지 못하면 회장 자리를 내어 놓아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던 사람들도 기꺼이 박수를 쳐야 할 일이다. 그리고 제도가 유지된다면 세액공제 금액의 절반을 기부금으로 내놓겠다고 한 지방세무사회들도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세무사 집행부의 공로에 대해 분명 다른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지난해 초부터 6월까지 세무사회는 ‘3선정국’으로 혼돈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기간 세무사회와 가장 가깝다고 했던 세제실에서는 ‘전자신고세액공제제도의 폐지안’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즉 세제실에서 개정안을 만들지 않았다면 국회의 문턱이 닳도록 넘나들지 않아도 되었을 일이라는 것이 다른 시각의 요체다. 한 회원은 “초기대응 미숙으로 일을 키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아놓고 공치사하는 것은 큰 착시(錯視)에 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뜨끔했다.
왠지 공치사 한 것이 부끄러워진다. 그리고 시행령 개정 작업이 아직 남아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