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세법개정안에서 ‘전자신고세액공제’가 폐지됐다. 이에대해 세무사들이 “서면신고하여 세무 행정을 마비 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다가 통하지 않자, 이제 모자 바꿔쓰기로 전략을 수정하여, ‘납세협력비용공제’를 들고 나왔다고 전해진다. 실제는 전자신고 세액공제를 이름만 바꿔서 계속 유지시키겠다는 얕은 수작이다. 우리는 이런 경우 흔히 朝三暮四(조삼모사)의 고사를 떠올리게 된다. 납세자와 세무당국을 농락하는 것이다. 정도를 넘어 비난받아할 행태다. 납세자들이 원숭이도 아니고 세무당국이 비조리 핫바지가 아닌 이상 저들의 주장이 정상으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납세자는 세무사들을 먹여 살리는 수입의 원천이며, 따라서 주인으로 받들어 모시는 것이 당연하다. 세무사들이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세무사법에도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납세자를 받들어 모시는 것이 세무사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세무사의 직무는 반드시 ‘납세자의 위임’에 의해서만 발생하게 된다(세무사법 제3조). 그럼에도 조삼모사나 다름없는, 전자신고세액공제를 납세협력비용공제로 바꾸어 계속하여 지속적으로 납세자의 주머니를 노리는 것은, 도리를 벗어난 동물적 먹이에 대한 욕심 이상은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다.
조삼모사의 고사는 우리 인간의 어리석음을 깨우칠 때 흔히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례는 대체로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고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아는 어리석음을 가리킨다. 고사에 따르면 송나라에 '저공'이라는 사람이 원숭이를 길렀는데, 그 숫자가 너무 많아져 먹이가 부족해지자 저공은 고민 끝에 원숭이들에게 줄 먹이를 줄이기로 했다. 저공이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아침엔 3개, 저녁에 4개 주겠다고 했다. 원숭이들이 화를 내자, 저공은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면 어떻겠냐고 말했더니 원숭이들이 기뻐했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따라서 조삼모사는 '동일한 것을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말하는 것으로 거의 의미가 만들어져 있다. 원숭이의 입장에서 보면 어리석음이지만, 저공이 잔꾀를 부려서 원숭이들을 속인 것으로 보면 지혜로움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세무사들이야 당장 전자신고세액공제가 사라지게 되니 비상시국이다. 눈 뜨고 코 베인 듯이 당연히 보장되었던 수입이 없어지게 생겼으니, 당연히 분노할 일일 것이다. 한국세무사회는 회원들의 분노를 진정시킬 아이디어 즉, 지혜가 필요했을 것이다.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방책이 납세협력비용공제로 명칭을 바꾸는 것이었다. 한국세무사회 지도부가 지혜를 짜낸 납세협력비용공제는 패착 중의 패착이라는 생각이다.
먼저 “납세협력비용공제는 전자신고세액공제와 뭐가 다르냐”며 당국자들로부터 조삼모사라는 비난에 봉착하게 됐다. 당국의 시각은 당초 전자신고세액공제를 세무사들에게 해준 목적이 완성되었으므로 더 이상 존속시켜야 할 가치도 명분도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납세비용공제로 해주세요”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를 가져다 붙여봐야, 결국 조삼모사라는 것을 세법을 만드는 담당자가 봉사가 아닌 이상 모를 리가 만무한 것이다. 무엇보다 전자신고세액공제를 폐지하는 근본적인 취지를 이해한다면, 자신들의 수입(납세협력비용공제)을 주장하기에 앞서 납세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나를 생각해 보는 것이 최소한의 양심일 것이다.
다음으로 납세자를 ‘봉’으로 보는 세무사들의 권위 의식이 팽배해 있음이다. 항간에 세무사가 납세자들에게 세무서보다 무섭다는 말이 횡횡한다는 소문을, 헛소문으로 치부해 버린 당국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세무사들이 단체를 조직하고 이를 통해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짠 각본대로 움직이는 소리는 자주 들리고 가깝게 들린다. 뿐만 아니라 자기들이 납세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양 늑대의 본심을 숨기고 양처럼 순한 태도로 굽신거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정작 당국이 귀를 기울여야 하는 대상은 납세자이다. 세무사에게 납세자는 고객일 뿐이다. 자신들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한푼이라도 더 끌어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처음에 기장료를 아주 헐값에 해준다기에 장부를 맡겼는데, 한 10년 넘으니까 세무사 얼굴은 보기도 힘들고 직원이 전화해서 뭐 해야 한다. 세무조사 나올 수도 있다. 등등 이런저런 이유로 맨 돈 달라는 얘기에 미치겠다”며 “세무사를 바꾸고 싶어도 뭔 꼬투리나 잡아서 해코지하면 어떻게 하나 겁나서 ‘울며 겨자 먹는’ 심정입니다.” 이런 납세자가 없을까? 당국이 진정 납세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납세비용을 줄이겠다면 조삼모사나 다름없는 세무사들의 얄팍한 잔꾀에 속으면 안 된다. 아무도 말못하는 진실을 한번 말해보자. 사업자 그것도 영세한 사업자 한 사람이 세무사에게 가져다주는 납세비용이 얼마인지는 며느리도 모른다. 세무사마다 다르고 사업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내는 비용의 종류는 비슷하다.
어떤 영세사업자가 세무사에게 장부를 맡긴다고 가정하면 기장료, 각종 신고 수수료(부가세 4회, 소득세 2회, 법인세 2회, 원천징수 보고), 세무조정 수수료, 성실신고 확인 수수료, 등은 소위 법정수수료이다. 이밖에 4대보험 신고 수수료, 세무조사 진술 비용, 세무서 방문 여비, 세무서직원 상담비 등은 정해지지 않은 비용이다. 이에대해 세무사들은 “과당경쟁으로 덤핑이 판치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냐”며 항변 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코 이런 경우도 있다. 납세 비용의 원죄가 세무사에게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세무사는 납세 비용을 줄이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그럼에도 납세 비용의 일부를 자신들의 호주머니에 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전자신고세액공제를 대신해 납세협력비용공제로 납세 비용이 증가해도 자신들의 수입을 지키겠다는 의지이다.
솔직히 세무사들이 세정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납세자들의 납세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임도 또한 부정하기 힘들다. 당국은 전자신고세액공제가 그 역할이 끝났다고 본다. 세정환경에 기인하지만 전자신고세액공제의 폐지가 당국이 납세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근본적인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봐야한다. 신고납부제도 하에서는 납세 비용을 줄이는 것이 최대의 과제인 동시에 성실납세의 첩경이기 때문이다.
AI의 등장으로 세무사의 업무가 획기적으로 수월해지고 시간비용과 인건비가 크게 개선되는 현 상황은 납세자의 비용이 획기적으로 개선됨이 바람직하다. 납세 비용이 줄어야 한다는 당위성이다. 전자신고세액공제의 폐지만큼 납세자의 납세 비용이 개선돼야 한다. 어떤 명분도 이를 막아서는 안된다. 세무사들이 납세자에게 납세협력비용을 절감해 준 공로가 없는데 왜 납세협력비용공제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전자신고세액 공제의 ‘모자 바꿔쓰기’일 뿐이다. 朝三暮四라는 비난이 당연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