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재정학회 학술대회…강철승 교수 구글세 정책방향 제시
“탈세 의혹 있는 기업들 사업구조 변경필요…세금 부담 늘 것”

전 세계적으로 구글세 도입이 추진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보다 1년 먼저 선제적으로 도입하게 되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가 재정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하루 빨리 도입돼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재정학회(회장 김정훈)는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16년도 춘계정기학술대회(대주제: 한국재정의 미래)에서 ‘한국의 구글세 도입 정책방향’이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했다.
중앙대학교 강철승 교수는 “구글은 2011년 영국에서 32억파운드(5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영국 정부에 낸 법인세는 600만파운드(100억원)에 불과하다”며 “영국의 법인세율이 20%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금을 거의 안 낸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교수는 “구글은 법인세가 낮은 아일랜드에 해외사업 총괄법인을 둬 납부해야할 세금을 일차적으로 줄이고, 특허료에 해당하는 금액은 네덜란드 법인을 통해 법인세를 한 푼도 거두지 않는 버뮤다제도 법인으로 이전한다”며 “2011년 한 해 동안 버뮤다제도로 흘러들어간 구글의 수익은 구글이 전 세계에서 벌어들인 세전 이익의 약 80%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구글세(Google Tax)는 다국적기업이 세율이 높은 국가에서 올린 수익을 특허료나 이자 등의 명목으로 세율이 낮은 국가로 넘겨 조세를 피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이에 OECD와 G20은 역외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공동 대응방안을 만들기 위해 2015년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국가 간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프로젝트’에 합의한 바 있다. 합의국은 2016년 세법개정안부터 조세회피 방안을 단계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국내 역시 2013년 기준 국내의 해외법인 9532개 중 무려 49.9%에 달하는 4752개 업체가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기획재정부는 G20국가보다 1년 빨리 구글세 도입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다.
2015년 12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는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이고 국외 특수관계인과의 거래금액이 500억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은 ’국제거래명세서‘와 함께 국내외 법인 경영 현황과 국제거래 전반에 관한 내용이 담긴 ’국제거래정보 통합보고서‘를 제출해야한다.
현행법상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은 기업의 경우 국내 사업장이 없는 걸로 간주돼 세금을 과세할 근거가 없다. 강 교수는 “구글이 국내 어플리케이션 마켓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벌어들이는 매출은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추정할 때 지난해 기준 1조59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서버를 아일랜드에 두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판매 등을 통해 막대한 수입을 올려도 국내에는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모두 내지 않아도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기업과의 역차별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해외 앱 마켓에서 판매되는 전자적 용역에 대해 오는 7월 1일 공급분부터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나, 법인세는 구글코리아가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돼 매출을 공개하지 않아 과세 근거를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은 지난해 12월 법인세법 개정안(사실상 첫 구글세)을 발의해 국내에서 소득을 올리는 외국기업에 과세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으나 국회에 상정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실제로 유명 해외기업 상당수가 유한회사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공시의무나 외부감사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기 때문에 과세자료가 합법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며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은 일정 규모 이상의 유한회사에서도 주식회사와 마찬가지로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유한회사에 대해 회계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서의 리스크는?
강 교수는 “본사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여러 해외 관계회사의 정보를 각국의 세무당국에 자료를 제공해야하므로 우리나라 기업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들어 다국적 기업A의 국가별 보고서를 제출받은 홍콩 조세당국은 베트남에 있는 A기업의 자회사 정보를 알 수 있게 되며, 국가별 보고서는 다국적 기업이 진출한 국가별로 수익, 세전이익, 납부세액 등이 모두 담겨 있다. A기업의 호주 제조 자회사의 영업이익률이 3%에 불과한데, 베트남 등에서는 이익률이 8%이상 된다면 이전가격 조작을 통한 탈세의혹이 있는지 홍콩 세무당국에서 조사가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강 교수는 “그간 거래 구조 및 가격정책이 BEPS대응방안으로는 탈세 방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거래 구조를 바꾸고 자금조달 방식을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한국은행과 국세청 등에 따르면 200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약 545조원의 대기업 자금이 조세피난처 국가로 유출됐지만 이중 200조원 가량은 국내로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대기업은 조세피난처로 4636억달러(545조원)를 내보냈지만, 돌아온 금액은 2982억달러(351조원)에 그쳤고 현재로서는 조세피난처로 송금한 것과 관련해 탈세 수단인지 사업 목적상 이뤄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세청은 국내사업 활동에 대한 정보만 알뿐 해외 사업에 대한 구조에 대해 상세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 “상법에 따라 국내 사업자들은 해외 거래에 대한 상세 정보를 공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도 해외기업처럼 비슷한 절세 방법을 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2012년 국세청은 삼성전자가 세율이 낮은 국가에 소재한 자회사 등 특수관계 법인에 소득을 몰아줌으로써 전체 납부 세액을 줄이는 방식으로 조세 회피 행위를 벌여온 사실을 적발한 바 있다.
강 교수는 “앞으로 각국이 BEPS 방지 대책을 도입하게 되면 이런 적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면서 “세계 조세당국이 다국적 기업의 영업활동 및 세금 내역 등을 모두 공유하게 되기 때문이고, 정상적인 거래를 한 기업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조금이라도 탈세 의혹이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사업구조를 변경해야하고 그만큼 세금 부담이 늘어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즉 각국이 BEPS방지대안을 도입하게 되면 다국적기업들이 세계에 여러 자회사를 두고 하는 사업에 대해 입증할 책임을 지게 되며, 계열사 간 수익을 전달한 이전 가격(transfer pricing)이 사업 활동에 따른 합당하게 책정됐는지, 아니면 조세회피방식으로 이뤄졌는지 자세하게 설명해야하는 만큼 의도적인 조세회피가 없더라도 상당히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미국의 IT기업처럼 대규모 탈세기법을 활용한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다만 별도로 각국의 세금당국에 정보를 일일이 공개하고, 사업을 재편해야 하는 부담도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구글세 기대효과, “재정적으로 국가에 큰 보탬이 될 것”
강 교수는 “각국이 구글세를 도입하면 재정적으로 나라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면서 ”현재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에 따른 세수 감소와 경기부양 차원의 대규모 재정지출로 막대한 재정적자와 나라 빚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러한 시점에 구글세가 부가되면 정부의 조세수입이 많아져 어려운 국가 재정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가 강화될 경우 공정한 국제 조세시스템의 계기도 마련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하루 빨리 구글세 관련 방안이 구체화 되고 실행되어 다국적 기업들의 세금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기 바란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