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여정중, 인생 후반부에는 여행과 청춘만이 가장 아름답게 반추된다"고 했던가.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설렘과 끌림 중 일부 부분만 경험하고 살아간다면 나머지 수많은 크고 작은 설렘과 끌림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여행을 떠날 때마다 늘 되뇌어 보는 말이지만 그 설렘과 끌림이라는 단어도 세월이 깊어짐에 따라 이제는 안개속의 희미한 형체처럼, 모자이크 처리된 사물처럼 뚜렷하게 느낌이 다가오지 않는다. 끌림과 설렘의 선명성이 점점 무뎌져 가는 느낌이 든다. 습기없는 단풍처럼 허한 이 느낌, 가슴속에 그런 것이 과연 있기는 있는 것인가.
흔하게 하는 시쳇말(時體말)로 "여행은 다리 떨릴 때 가지 말고 가슴 떨릴고 설렐 때 가라"는 말도 있듯이 '끌림도 설렘도' 나와는 거리가 점점 멀어져 가는 정서적 언어가 되어 가는 것 같다. 감성이 그만큼 메말라 가는 가 보다. 감성의 촉촉함과 예민성이 둔탁해져 가기 때문일 것이다. 자연스런 현상 이기는 하지만 좀 아쉬워 지려한다. 나이들어감 이리라, 세월 탓이리라.
또 여행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순간 언제나 불쑥 떠오르는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 Night train to lisbon', 그리고 그 주인공 그레고리우스, 그는 빨간 재킷을 걸친 미지의 여인이 두고 간 책 한 권과 곧 출발하는 리스본행 열차표를 손에 쥐고 눈 내리는 새벽, 스위스 베른역을 홀연이 출발하여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싣는다. 문자 그대로 그는 학교와 제자들을 뒤로 한채, 아랑곳 하지않고 무엇에 홀린 듯 홀연이 휙 교실을 떠난 것이다.
그 어떤 강렬한 끌림과 설렘에 속절없이 몸을 던져 그가 제자들을 뒤로하고 홀연히 여정에 나서게 한 것일까. 나는 늘 여행의 본질은 그레고리우스와 같이 내면의 끌림에 끌려가야 여행의 찐맛을 느낄 수 있고 충실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야만 전률까지는 아니더라도 여행의 설렘과 감동, 경이와 감격도 그만큼 크게 다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 또한 말과 같이 용이한 것은 아니다.
그레고리우스가 그랬듯, 젊은 날의 푸릇푸릇하고 싱싱한 설렘은 아닐지라도 나도 가슴 한켠 저편에 아직은 편린처럼 도사리고 있는 희미한 설렘을 안고 출발하였다. 지리적으로 인도차이나 반도의 중심적 위치에 있는 동남아시아, 태국의 칸차나부리의 아티타야 리조트로 향한 것이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되버린 초겨울 한철 여행이지만 호기심과 설렘이 발동함을 억제할 수 없었다.
당연히 나와 친구 세 명과 함께 동행하는 여정길이었다. 추위에 시달린 캐나디언들이 매년 태양 볕을 찾아 플로리다로 향하듯 자연스럽게 추위로부터의 엑소더스다. 또 골프 라운딩이 주 메뉴인 여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직접 날아는 못가고 비행기 타고 날아가는 인간 철새가 된 기분이다. 그러나 한국도 여행 기간중 낮에는 20여도의 기온을 보이니 추위로부터의 엑소더스는 좀 과한 엄살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친구 세명과 함께 하는 여행은 이제 익숙한 일상처럼 느낄 정도로 많은 여정이 있었다. 모임 명칭은 네 명 모두 서해안 연안에 고향을 두고 있어 '서해 벨트 포럼'이다. 구성원 스스로 명명한 소소하고 정감이 깃든 모임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이 친구들과 싸이판, 말레이지아, 베트남, 일본, 태국 등의 골프여정이 있었다. 모두 멋진 순간, 멋진 친구들이다.
국내에서 모이면 골프, 노래방, 당구장, 가끔은 케케묵은 민족 전통문화 고스톱 등 4종을 세트로 놀이하며 즐기는 특화된 모임이다. 그러니 이젠 굳이 말로서의 대화가 아니더라도 눈빛만으로도 어느 정도 서로의 내면을 훤히 파악할 수 있는 친숙한 관계가 되었다. 그러나 만나면 또 다른 느낌과 새로운 대화들이 꽃을 피웠다.
우리 일행 네 명을 포함, 500여명을 태운 대한항공 K651, 작년에 타고간 똑같은 편의 비행기였다. 비행기는 은빛 날개가 눈부신 가운데 창공을 가르며 검은 밤하늘을 미끄러지듯이 질주한다. 다섯 시간여의 비행 후, 태국의 방콕 스완나 폼 국제 공항에 도착하였다. 스완나 폼 공항도 이젠 익숙한 곳이 되었다. 우리 대한민국보다 두 시간 늦은 태국 시간, 이십일시 삼십분 즈음이었다. 국내보다 따뜻하나 다소 습함을 느낄 수 있는 날씨였다.
공항에서 세 시간여를 달렸다. 기사가 예쁘게 운전해줘서 편안하게, 가끔 눈을 붙여 잠을 청하면서 여행을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여행자 심정을 배려 해주는 것 같아 고마웠다. 거의 새벽에 도착한 목적지 칸차나부리 아티타야 리조트, 골프장은 Liver, Lake, Mountain, Vally 코스로 36홀, 리조트, 호텔, 사우나, 수영장, 맛사지 룸, 까페 등 다양한 시설로 소일할 수 있는 채비가 되어 있었다. 작년에 준비하고 있던 Vally 코스는 금년에 준공 된듯 하였다.
칸차나부리 리조트는 방콕, 치앙마이 아티타야 리조트와 마찬가지로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었으며 캐디와 운영요원 일부를 제외한 고객들은 99% 한국 사람인 듯 하다.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했다. 역시 우리 한국인은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노는 민족인 듯하다.
고객의 연령층은 오고가는 고객들을 일견 스캔해보니 주로 나의 연배가 대종이었다. 그러나 나보다 10살 내외의 위분들로 보였다. 식사하는 모습을 보노라니 마치 한국의 실버타운을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치앙마이나 방콕 아티타야 리조트 왔을 때와는 다르게 30~40대 연령층은 좀 줄어든 것 같았다. 그러나 간간히 젊은 부부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예년에 비해 젊은층이 다소 줄기는 하였지만 대개 은퇴 후에 좀 쉬기 위해 가는 곳으로 알려졌던 그곳이 이제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일반인들의 놀이터로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순간 노인을 위한 공간마저 젊은 층에게 점점 잠식당하고 있음을 느꼈다. 물론 노인을 위한 곳이라고 명명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를 요즘 젊은 사람들은 십분 잘 실천하고 있음과 인생사용을 잘하고 있다는 느낌을 동시에 받았다.
일할 때는 열심히 집중해서 일하고 놀 때도 집중해서 잘 놀면서 심신을 재충전하고 힐링도 하면서 일상생활에 큰 에너지와 활력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여가 생활을 활용한다면 전체 사회도 건강해지고 각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효율도 높아질 것이라는데 한 표를 던지고 싶다.
"가장 좋은 습관은 재밋게 노는 습관"이라 하지 않던가.
평생 미래를 위해 준비만 하고 잘 놀 줄 모르는 우리 같은 기성세대와는 달리, 요즘 젊은 세대는 한층 진보한 세대임을 느낀다. "잘 놀 줄 아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 라고 하지 않던가. 필자의 논리가 노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하는 말만은 아닐 것으로 이해하리라 믿어 본다. 일보다 노는 것이 우선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노는 것에 대해 등한시 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곳 칸차나부리의 날씨는 한국의 여름보다 더 덥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특히, 아침 저녁 때에는 다소 쌀쌀하였다. 오후는 물론 더웠다. 아침 저녁에는 얇은 패딩이 필요할 정도였고, 공기는 먼지 한톨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맑고 상큼했다. 바람도 간간히 상큼하게 피부를 살포시 애무해 주었다. 산들바람같이 부드러웠다. 늘 코와 목이 호강이었다. 맑아서 좋았다. 체류기간 동안 오전에 한차례외 비는 내리지 않았다. 날씨로 봐서는 지상낙원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듯 했다.
그리고 낮에 그늘로 들어가면 확연히 시원함을 느낄수 있었다. 아열대 지방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건조기라서인지 하루에 한번 꼴로 더위를 식히며 꼭 스쳐 가는 동남아 특유의 스콜(squall)현상도 없었고 단 한차례 조금의 비(rain)만이 있었다. 우리 일행들의 '놀 팔자'는 가히 늘 천부적인 듯하다.
라운딩은 투카트, 투캐디, 하루에 18홀, 27홀 등 그 이상의 라운딩도 허용되었다. 그러나 우리 일행들은 날씨와 체력 등을 감안하여 하루에 18홀 라운딩을 주로 하였다. 그리고 작년에는 격일제로 27홀 라운딩을 하였는데 이번에는 두차례 9홀을 추가했다. 해외 운동시 빼놓지 않고 해오던 36홀 라운딩을 하지않은 것은 재작년, 지난해 이어 이번도 하지 않았다. 하루 54홀도 도전했던 때를 생각해보면 사뭇 금석지감과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아직 하드웨어적인 육체적 상태로 봐서는 가끔 36홀 라운딩도 어느 정도 해낼 수 있을 듯한데 서로 망설이며 절제했다. 열정과 체력이 과거와 같지 않음을 느낀다. 혹여 몸보다는 마음부터 노쇠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그러나 이렇게 활동할 수 있으니 아직 마음만은 청춘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나는 여행 떠나기전 오른쪽 어깨가 스케이팅시에 너머져 고장상태였다. 골프스웡이 제대로 뒬지 걱정이 있었으나 다행히 그런대로 되어 더욱 즐거웠다. 특히 내 주특기인 드라이버는 전성기 때의 거리에 육박하여 나와 동료들이 놀랄 정도였다. 일년여 가끔 파크골프를 통해서 유연성과 체력이 단련되었을 것이라는 요인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그리고 우리 일행들의 이곳 칸차나부리CC 라운딩 중, 마지막 라운딩을 공식 카운트했다. 네명의 평균 스코어는 85타로 작년 86타보다는 좀 향상된 기록이었. 재작년 치앙마이 아티타야cc 에서는 평균 91타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매우 양호한 성적이었다. 골프장 상태의 난이도에 영향이 있는 것 같았다.
골프를 잘하기 위해서는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아마추어로서 개인적 경험으로 말해보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세와 기술이 물론 중요하지만, 유연성과 감각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야 의도한 바대로 원할한 회전량과 정확한 그립감과 함께 정확한 스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니어로 깊어 갈수록 스윙 폼이 엉성하고 그 궤도가 흩어지게 되는 이유는 유연성 부족에 기인 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 점이 가장 달라짐을 느낀다. 스무스하게 되어야 할 스웡이 우두둑 거린다고 표현해야 할까, 기름치지 않은 기계, 모래가 낀 톱니바퀴 마냥 부드럽거나 유연하지가 못하다. 몸 상태가 점점 경직 되어감을 느낀다. 그리고 퍼팅이야말로 감각 내지는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인데 점점 거리감이 떨어짐을 느낀다. 그러니 스코어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시니어로서 그런대로 만족스런 스코어라고 자부해본다.
골프장은 한국의 지형과는 다르게 전반적으로 플랫트하였으며 홀과 페어웨이가 아름답게 배치및 설계되어 있었고 페어웨이 주변에는 숲과 큰 나무들이 많았다. 골프 코스 역시 한국 골프장과 유사했다. 방콕이나 치앙마이 지역보다 페어웨이의 잔디 상태 등은 좋아 보였다. 전반적으로 페어웨이가 길고 넓어서 좋았다.
역시, 칸차나부리 아티타야 리조트는 치앙마이 아티타야나 방콕 아티타야 리조트 만큼이나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 무릉도원(武陵桃源) 혹은 별천지(別天地), 지상낙원(地上樂園)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야자수 나무 등 경관도 빼어났으며 미세먼지 없이 공기도 맑았고 좀 이른 시간의 라운딩시 골프장을 에워싼 안개는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음식의 메뉴나 음식의 맛이 나에게 잘 맞았으며, 수도꼭지에서는 시원하고 맑은 물이 콸콸 잘 쏟아져 나왔다. 에어컨도 빵빵 잘 터졌고, 침구류도 매일 뽀송뽀송하게 구비해 주었다. 건강하게 잘 놀기만 하면 되는 환경이었다. 다만 밤에 숙면시에는 다소 쌀쌀하였다. 그러나 열대 지방이니 온풍기는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음식은 한식이 주 메뉴였으며 거기에 빵과 우유 햄 소세지 계란 후라이 등 양식이 가미 된 뷔페식이었다. 특히 야채와 과일이 싱싱하고 맛있었으며 야채 중 일미는 로메인 상추였다. 필자는 매끼마다 로메인 상추에 밥과 기타 찬들을 싸서 먹는 맛을 樂으로 즐길 수 있었다. 아삭 아삭하고 신선하고 달콤함마저 감도는 상추였다. 온갖 과일의 맛을 음미할 수 있어 좋았다.
또한 오전 라운딩 후 오찬시에 가끔 진상된 월남 국수라든지 짜장면, 시원한 김치국수 등의 특식도 일품 맛이었으며 김치찌개, 미역국, 꽁나물국도 일미였고, 꽃게와 조개류 등 해조물을 넣어 끌인 국도 칼칼하고 상큼하였다. 가끔 똠야꿍 등 태국 전통요리도 진상되었다. 음식에 애로 사항이 없었으니 더욱 지내는 데 문제가 없었던 듯하다.
그리고 그날 그날 땀에 물신 밴 골프복 등은 매일매일 세탁하여 줌은 물론, 몸에 걸쳤던 실오라기까지도 몽땅 깨끗하게 세탁해 주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쾌식(快食) 쾌면(快眠) 쾌변(快便)' 그야말로 노신의 三樂을 액면 그대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잘 구비되고 운영되는 것 같았다. 방콕, 치앙마이, 칸차나부리, 세곳 모두 같은 시스템이었다.
라운딩 도중 땀을 흠뻑 흘리고 그늘 집에서 매일 매일 마시는 코코넛 맛은 지금도 생각만 해도 입속에 군침이 돌 정도였다. 시원하고 상큼한 맛이 현장 맞춤형 음료였다.
그리고 저녁 식사후에는 리조트내에 있는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며 맑은 밤하늘의 수많은 별과 함께 차(tea)를 마시는 것도 낭만적이었다. 한국인이 대종을 이뤄서인지 카페에서 들려주는 노래도 우리 가요였다.
라운딩시 캐디들의 경우 경제적으로 풍부해 보이지도 않고 혹자는 이혼 상태의 그들였지만 무엇이 좋은지 늘 미소를 잃지 않는 낙관적 삶의 태도에서 활기를 더했다. 안빈낙도(安貧樂道)와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전형을 보는 것 같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로 골프 선수였던 아놀드 다니엘 파머( Arnold Daniel Palmer)는 "골프에서 경쟁이라는 두 글자를 빼버리는 순간 재미라는 것도 사라진다.(In golf, as soon as the two letters of competition are removed, the fun disappears.)"라고 갈파하였다.
또 골프의 황제라 불리는 타이거 우즈(Tiger woods)는 "골프의 유일한 단점은 재미있다라는 것이다.(The only downside to golf is that it's so much fun)"라고 역설적으로 표현하였 듯 골프와 경쟁, 재미는 바늘과 실의 관계처럼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태양이 작열하는 불땡볕 아래, 허허벌판을 경쟁의 맛과 쏠쏠한 재미가 결여된채 맹목적으로 다섯 시간여를 혼자 걸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골프 라운딩이 광야를 헤매이던 예수나 석가모니처럼 득도를 하기 위함도 아니지 않는가.
결국은 페어웨이 끝단 동그란 그린 위의 108cm의 구멍에 공을 넣기위한 것이 아니던가. 그것이 무슨 나라를 구할 일도 아닌데 그렇게 열심히했나 싶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생여정에서 재미라는 덕목도 무시할 수 없지 않은가. 타어거 우즈도 갈파했듯 골프라는 운동은 재밋음에 틀림없는 운동이고 여기에 체력도 건강하게 단련하고 관광과 힐링도 되니 일석삼조의 운동이 아닐까.
그리고 푸른 초원에서 동반자와 함께 라운딩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경쟁심과 툭툭 한마디씩 내 뱉는 농담과 구찌아닌 견제구, 이런 잡담(Small talk)의 그 삽상한 맛, 또 골프는 티를 떠난 공이 창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모습은 가히 예술이다. 실수를 줄이려는 자신과의 싸움, 때에 따라서는 홀인원, 이글과 버디 등의 수확으로 오는 자기만족과 황홀감의 매력이 있는 운동이다. 이로써 이역 멀리 열대의 나라에 와서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백색, 빨간색, 노란색, 분홍색 등 다양한 색채의 공을 창공에 쳐올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또한 하루 일과의 끝 고스톱 놀이, 나이도 나이인 만큼 고스톱 게임이 치매 예방에 효능이 있다하니 그 예방 놀이를 아니 할수 없지 안은가. 눈알을 좌로 우로 옆집 뒷집 눈치를 보는 듯 안보는 듯, 표정을 감추고 심각하지 않게 리듬에 맞춰 박자에 맞춰 목표물에 경쾌하게 내리 꽂는 맛, 피먹고 돈 받고, 광팔고 돈 받고, 똥싸고 똥먹고, 싼거 먹고 쓰리고, 낙장불입, 피박 광박 씌우고 팔싸리로 상한가 획득, 월약해도 네점 못나 나가리, 흔들고 월약 싸면 상한가, 자고 고박아지, 끝도 한도 없는 경우의 수가 난무한다.
"개포 4동 노인정 타짜 할머니라구 있었단다. 떳다하면 싹쓸이" 여기도 그런 친구 한명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고스톱 타짜가 될 소질은 다분하지 못한 것 같았다. 전술 전략의 백화점 고스톱, 케케묵은 놀이로 골프시에만 유닉하게 네 사람이 즐기게 된다. 이를 통해 잊혀져 가는 우리 고유 전통 문화의 맥을 계승 발전시키는 데에도 이바지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수년여 동안 서해포럼의 구성원이 되어 태국 아티타야 리조트 뿐만 아니라 일본, 사이판,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겨울 한철 골프 여행은 물론 국내에서 한두 달에 한번씩은 하루 혹은 1박 2일동안 골프와 당구, 노래방과 고스톱, 때에 따라서는 낚시와 캠핑 등 놀이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옥의 티라면, 골프 라운딩시 내가 티샷 한 볼이 나무밑으로 갔는데 거기서 세컨샷을 하고 발을 떼려는 순간 내 양다리에 누런 개미들이 한쪽 다리에 20여마리씩 붙어 발과 다리를 마구 뜯고 물고 있었다. 붉게 부은 곳도 있고 이틀이 지난 아직까지 좀 간지럽다. 동남아에서의 골프 라운딩시에는 원숭이는 거의 함께 라운딩하고 뱀도 만나고 악어도 조우하고 페어웨이에 전갈도 기어 다닌다. 그리고 숙소는 도마뱀들의 운동장이다. 불개미는 아녔던 듯하다. 다행이었다.
귀국하여 도착한 인천 국제공항 제2터미널 대합실, 다소 많은 인파들로 북적됐다. 출국하는 자, 입국하는 자, 배웅하는 자, 마중 나온 자, 홀로 떠나는 자, 함께 떠나는 자, 슬리퍼에 반바지 반팔 캐주얼 차림의 남성들 여성들, 다양하고 다채로운 모습들이었다. 떠나는 목적지에 따라서 공항 패션도 각양각색으로 다양해 보였다. 그래서 공항은 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욕망과 로맨틱한 분위기를 잉태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네 친구 중, 나는 주차장에 위탁해 놓았던 검정색 애마로, 또 한 친구는 마중 나온 아내의 픽업으로, 다른 두 친구는 공항버스에 몸을 싣고 가족이 있는 스위트 홈(Sweet home)으로 향하였다. 나는 또 내년에 다른 곳에로의 여정을 꿈꾸며 아침 햇살을 듬뿍 머금으면서 잉태한다. 인천대교를 경유, 귀가길을 신나게 달렸다.
"모두 즐겁고 행복하고 보람찬 여정이었으며 다음을 기약하자. 그대는 나의 고귀한 동반자", 네명의 단톡방에 우렁차게 합창하며 무사히 귀가하였다. 흐린 날이나 갠 날이나 가끔 인생 여정을 함께 동반하는 멋진 친구들, 농담하며 소소한 수다거리로 온갖 세상의 정보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자체가 환희요 기쁨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여행은 떠날 때는 끌림과 설렘을 주고 현지에서는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자아를 다시한번 뒤돌아 보게함과 동시에 돌아와서는 수많은 추억을 잉태하게 된다. 또 먼 훗날 그 추억을 아름답게 회상하게 된다. 여행은 어디를 가든, 어느 때에 가든, 나쁘거나 늦은 때가 없었다. 자, 언젠가 어디로든 또 떠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