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올해만 일곱번의 ‘조세정의 칼’ 뺐다
세정전문가, “국세청이라도 정의로와져 다행”
국세청의 정의구현은 바로 ‘세무조사’다. 올해 국세청이 공식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횟수는 총 7회. 국세청 조사국장이 보도자료를 들고 카메라 앞에 직접 선 것만 수차례였다.
국세청의 올해 세무조사 운영 기조는 ‘선택과 집중’이었다. 소규모 납세자는 신중하게, 민생침해·불공정·역외 탈세에는 조사 역량을 집중한다는 것. 실제로 국세청이 발표한 세무조사 분야는 ▲불법사금융 ▲해상면세유 불법유통 ▲부동산 탈세 ▲온라인 기반 신종 탈세 ▲역외탈세 ▲건설‧제약 리베이트 ▲오너일가들의 탈세 등으로 구성된다.
불법사금융 세무조사에는 119명, 해상면세유 불법유통은 20명, 부동산 탈세 96명, 온라인 기반 신종 탈세 21명, 역외탈세 혐의자 41명, 리베이트 탈세자 47명, 오너일가 37명 등 총 381명이 국세청으로부터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받았거나 받고있다.
지난해 200명 규모의 조사인력의 감축 및 재배치로 조사업무 부담이 과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무색하게 국세청의 ‘탈세척결’에 대한 메시지는 명확했다. 물론 일부 조사국 직원들의 일탈 소식이 전해지면서 조세정의의 칼날이 무뎌지나 싶었지만,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AI 탈세적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해 집중력을 높이고 직원들에 대해서는 조사건수 BSC 상한을 폐지하는 등 각종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세무조사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불법사금융 세무조사는 지난해 11월 대통령 주재로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 이후 후속조치로 진행됐다. 올해 2차로 이루어진 조사에는 금융추적이나 제보 등에서 파악된 전주, 휴대폰깡 등 신종수법을 활용한 불법사채업자 들이 포함됐다. 세무조사의 절반 이상은 유관기관 정보를 분석해 대상자가 선정된 만큼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실행됐다.
곧바로 이어진 해상면세유 불법유통에 대한 세무조사는 지난해 ‘먹튀 주유소’ 세무조사에 이은 기획조사였다. 당시 조사에서 불법유통 유류 원천이 외항선박에 공급되는 해상면세유로 확인되면서, 일부를 빼돌려 브로커를 통해 해상유판매대리점에 값싸게 판매하는 불법유통자가 타깃이 됐다. 탈세 문제뿐만 아니라 가짜 석유 제조 등에 이용되는 만큼 환경오염이나 국민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
부동산 탈세 세무조사는 기획부동산 혐의자, 개발 지역 알박기 폭리자, 무허가건물 투기혐의자, 부실 법인 끼워넣기 등 악의적 탈루혐의자에 대한 세무조사로, 서민 생활에 피해를 주고 주거 안정을 저해하는 탈세 행위에 칼을 빼 들었다.
아울러 신종 탈세 중에서도 ‘벗방’ 방송사·기획사·BJ, 온라인 중고마켓 명풍판매업자, 부당세액 감면을 받은 유튜버 등이 대상이 됐다. 이들은 방송 중 시청자인 척 위장해 BJ에게 수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후원해 다른 일반 시청자가 경쟁심에 더 큰 금액을 후원하도록 부추기고, 이렇게 속여가며 번 수입으로 명품·외제 차·고급 아파트 등에서 호화생활을 누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도 거짓 세금계산서 수취 등 탈세 행위도 계속했다.
또한 국세청은 지난해 역외탈세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무려 1조3500억원 가량을 추징한 국세청은 올해에도 국부를 유출하는 지능적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해 강력 대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무대리인의 조력’ 등으로 역외탈세 수법은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되고 있다.
국적을 바꾸거나 법인 명의를 위장한 신분세탁 탈세자, 용역대가로 가상자산을 받으며 수익을 은닉한 코인개발업체, 해외 원정 진료・현지법인을 이용한 엔데믹 호황 이익 탈세, 국내에서 키운 알짜자산을 국외로 무상 이전한 다국적기업 등 종류도 다양했다.
강민수 국세청장이 취임한 이후에는 리베이트 업체, 오너일가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는데, 초점은 ‘공정과 상식’이었다. 리베이트는 최종 소비자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리베이트로 소진돼 경제와 사회 전반의 부실을 초래하는 문제를 가져오고, 오너일가 역시 서민과 밀접하게 연관된 분야에서 사업하면서 불공정 행위로 민생 경제 안정을 저해하는 공정의 가치를 훼손했다.
특히 리베이트 탈세 의심 세무조사가 발표되면서, 효성과 효성중공업 등 계열사, 대림과 DL케미칼, DL이앤씨, 제일제당 등 굵직한 대기업들에 대한 서울청 조사4국의 동시다발적인 세무조사 착수 소식이 언론을 통해 나오며 시선을 끌기도 했다.
올들어 국세청이 이같은 반사회적 탈세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세무조사의 칼을 휘두르는 것은 그간 제대로 일을 해오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세정 전문가는 “그간 국세청은 사회 각 분야에서 변종 탈세와 일감몰아주기, 리베이트, 역외탈세 등 세법을 휘젖는 행위들이 난무함에도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제대로 검증하겠다는 시도를 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치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세무조사는 직접적 탈세행위를 적발해 빼먹은 세금을 추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탈세 시도를 사전에 예방하면서 성실납세를 유인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인 만큼 국세청은 세무조사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세청은 세무조사 기능을 ‘전가의 보도’로 고이 간직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행사해 사회정의와 세금정의가 바로 설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면서 “그 길이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