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성남지원 3차 공판…사기 등 혐의로 재판

사정당국 “세금 감면·대납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양도세 전문가로 자처해온 세무사가 납세자의 세금 대납용 돈을 받아 가로채 유용하는 등의 혐의(사기죄)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허용구)는 지난 3일 세금 대납을 명분으로 다수의 피해자를 울린 장 모 세무사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사기' 혐의로 변론기일(3차)을 진행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수백명의 피해자를 양산해 놓고도 법정에 선 그의 태도나 표정에서는 반성의 기미를 보이거나 기죽은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재판정에 들어서자마자 참관하러 온 피해자들을 일일이 한참 응시했고, 눈매는 매우 날카로웠다. 이날 재판에는 이번 사건과는 상관없이 피고인에게 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당한 또다른 10여명의 피해자들이 재판을 참관하러 방청석에 있었다.

업계 및 피해자측에 따르면 피고인 장 모 세무사는 지난 2011년 세무사 사무소 개업을 시작으로 2020년 00세법연구소를 설립, 사무장들을 동원해 고객을 유치해오다, 주식회사를 만들어 부동산개발, 마스크 제조 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투자금이 부족하자 고객들을 기망해 세금 대납 명목으로 금원을 수령한 뒤 이를 투자금으로 이용하거나 다른 고객의 세금을 납부하는 '돌려막기' 행위를 저질렀다.

또 장 모 세무사는 자신의 사무소 직원인 김 모씨를 통해서 피해자가 매도한 경기도 한 개발지의 토지 양도소득세 대납을 수임하면서 세금을 감면받게 해주겠다고 속여 수임료 포함 2억35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실제로는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법이 없었고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으로 자기 사업에 투자하거나 다른 사람의 세금을 납부하는데 사용했다.

이들이 세금을 포함한 수임료 명목으로 돈을 받을 때는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계좌이체가 아닌 철저하게 현금이나 수표로 받는 수법을 썼다. 세금 납부나 피해 금액 변제에 대해서 따지면 피해자가 나이가 많은 고령자임을 이용해 알아서 처리한다거나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일체의 업무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현재까지 세금 납부는 커녕 불어난 가산금만 세금 원금보다 더 커진 상태다.

검찰 측은 피고가 애초부터 세금을 감면해줄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했고, 다른 곳에 쓸 목적으로 돈을 받았으며, 처음부터 정상적으로 세금을 납부할 의사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또다른 고소인인 2명의 피해자는 2021년에 집을 팔고 그해 8월까지 납부해야 할 세금이 각각 18억원이 됐다. 세금 납부기한 한달 전에 장 모 세무사 사무소 직원인 김 씨를 만나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말에 속아 세무사 사무실에서 세금 관련 업무를 위임하는 서류를 작성한 후 수임료를 포함한 5~6억원의 수표를 건넸다.

피해자들은 세금 납부가 제대로 이뤄진 것으로 믿고 있었지만 2022년~2024년 국세청으로부터 세금 납부가 안되어 있다는 고지를 받고 계약한 장 모 세무사 사무소를 찾아 따졌다. 이때 돌아온 대답은 "돈이 없다"며 "변제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결국 2023년 두 사람을 사기죄로 고소했다. 세금 규모가 큰 만큼 가산금도 커질 것이 우려되어 하는 수 없이 세금을 납부했으며 가산금도 1인당 1~2억원이 추가로 납부된 상태다.

당시 세금을 깎아주고 관련 업무를 대신 해주겠다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던 중요한 역할을 한 김 씨도 기소가 되어야 마땅하지만, 김 씨는 현재 기소 또는 불기소가 되지 않은 채 보류돼 있다. 세무사들 사이에 현재도 김 씨가 경기도 동북부지역 일대에서 활개를 치고 다닌다는 소리가 다수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이 사건에는 15명의 피해자가 더 있고, 피해 금액은 31억원이 넘는 규모로 파악되고 있다. 4차 공판기일은 오는 12일 예정이며, 재판부는 가능하면 이날 선고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이날 재판에 참관한 10여명의 참관인들은 경기도 한 개발지의 토지 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땅 주인들이며, 50억원 이상의 피해 규모와 수십명의 피해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피해 규모와 피해자 수는 아직 집계가 되지 않은 상황으로 취합하는 대로 법률대리인을 통해 집단 고소할 예정이다.

이들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세금을 납부하려고 현직 세무사에게 업무를 맡겼다가 되려 사기를 당했다"며 "세금을 체납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는데 세금 체납 및 가산금 폭탄을 맞게 됐다"고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또 "세무서에서도 체납 사실이 확인될텐데 독촉이나 차압 등 어떤 조치가 없었다"며 "신고 기간이 끝날때까지 그대로 있다가 가산금이 최대로 붙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이 최우선이지만 세무당국의 가산금 감면 등 선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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