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정황만으로 주택 간주 중과세는 위법”
과세당국의 통상적 주택인정 중과세 관행에 쐐기
수도권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에서 3주택 이상을 보유했다면 과세표준 가액에서 최고 72%(가산세20%포함)의 양도소득세를 물게 된다. 개인에 따라 사정이 다르겠지만 과히 ‘세금폭탄’인 것이다. 특히 다주택 보유자의 경우 오피스텔이 ‘업무용이냐, 주택이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며 조세 마찰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대법원은 최신 판례에서 “과세당국이 오피스텔이 공부상 용도가 업무용으로 명시되어있는데도 정황만으로 막연히 오피스텔이 소득세법상 주택임을 전제로 납세자에게 중과세 요건을 적용한 것은 부당하며, 납세자에게 주택이 아닌 업무용으로 입증하도록 책임을 전가한 것도 주객이 전도된 것으로, 입증책임은 과세당국에 있음에도 그 책임을 납세자에게 전도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과세당국이 신의성실의 과세원칙을 저버리고 오피스텔은 통상 주택으로 인정하고 선의의 납세자에게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해온 과세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실제 서울시 송파구 잠실에 사는 장 모씨(65)는 2018년 3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아파트 84m2를 20억원에 매도했다. 장 씨는 1세대 1주택이지만 고가주택에 해당되기 때문에 양도가액 중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 기본세율을 적용한 양도세 5893만원을 자진 신고납부했다.
그러나 동대문세무서는 장씨가 납부한 세금이 정상적인지를 가리기 위해 2019년 4월부터 약 한달간 양도소득세 실질 조사를 했다. 그 결과 경기도 고양시에 장씨의 소유 오피스텔 2채가 있었고 장씨는 2채 모두 임대한 사실을 확인했다. 나아가 세무서 조사관이 오피스텔 내부를 확인한 결과 문제의 오피스텔에는 냉장고와 주방, 주방용품, 에어컨, 욕실, 세탁기, 도시가스레인지 등을 모두 갖추고 있었을 뿐 아니라. 오피스텔 내의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홍보광고 물에 ‘풀옵션 원룸형 주거용 오피스텔, 한 두명이 생활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크기의 방’이라는 문구를 붙어 놓아 누가 보아도 이 오피스텔은 주거용 오피스텔로 판단할 수 있었다. 따라서 잠실세무서 조사관은 주거용으로 확신하고 납세자 장씨가 1세대 1주택을 보유한 것이 아니라 3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보고 2019년 7월 10일 가산세를 포함해 7억2천59만원의 양도세를 경정 고지 했었다.
이에 장씨는 억울하다며 과세에 불복했다. 관할 세무서에 이의 신청을,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1심 서울행정법원조차도 과세 관청의 손을 들어 주었다.
납세자 장씨는 고법에 항소했다. 항소장에 두 오피스텔 임차인은 직장인으로서 출퇴근을 위한 일시 사용목적에서 임차를 했으며, 그 중 한 사람은 직장이 24시 편의점에 다니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야간근무가 잦은 유흥업소에 다니고 있어 주거 목적이 아닌 일시 휴식처로 사용하기 때문에 업무용 오피스텔임을 강조했다. 또 하나는 과세요건의 입증책임이 과세관청에 있는데, 막연하게 설치된 오피스텔 내부의 구조물만 보고 주거용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서울고법은 납세자 장씨의 손을 들어 주었다. 고법은 국토교통부의 공부상 용도가 업무용으로 되어있는데, 과세당국이 오피스텔 사용현황에 관한 직접 증거 없이 정황만으로 이 사건 오피스텔이 소득세법상 주택임을 전제로 납세자에게 ‘1세대3주택 요건’을 적용한 중과세 처분은 위법하며, 따라서 1세대3주택 중과세처분을 취소하고 1세대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 특례 규정을 적용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과세당국은 대법원에 항고했다. 최근 대법원 역시 서울고법의 판결이 적법하다며 1심 재판의 판결을 취소하라고 내려보냈다.
양도소득세 전문 세무사로 구성된 조세공동연구회(회장 안수남)는 최근 송년 연구모임을 가지면서 ‘오피스텔의 소득세법상 주택의 판단기준에 관한 문제와 최근 대법원의 판례 분석’을 의제로 올려 열띤 토론를 벌였다.
토론회 결론은 대법원의 새로운 판례로 인해 과세당국이 오피스텔의 소득세법상 주택의 판단기준에 제동이 걸려 무차별적 주택으로 인정하는 판단기준이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따라서 오피스텔에 대한 ‘업무용&주거용’ 판단기준도 확연하게 달리 질 것이며, 중과세로 인한 억울한 피해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 납세자 장 모씨는 오피스텔 2채 보유는 남편이 노후대책으로 분양받아 보유해오다 사망함에 따라 남겨진 유산인데, 다주택자로 몰리게 된 사연이다. 장씨는 조세불복 송사로 이기긴 해도 3년이란 세월동안 노심초사한 마음의 고생은 누가 보상할 것이냐며 항변했다. 대법원에서 납세자의 소송비용까지 과세당국이 물어야 한다는 통쾌한 판결을 받았지만 마음에 응어리진 빚은 어떻게 보상받나요 라며 분을 삭히지 못했다. 더 이상 장씨와 같은 피해사례가 사라지는 조세풍토가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