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빛을 겨냥한 소리는 신중하다
빛을 품은 축축한 것들이 구름 속에서 발화되는 것처럼
구름이 태양을 알아가는 깨달음의 현
둥근 턱을 바랬으나
뾰족한 턱이 더 많았던 시간
그러나 좋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 나뭇가지 슬픔도 감수한
나이테 속 무중력의 악보들,
덜 여문 관계까지 눈치챈 이 빗소리를 무엇이라 불러야 하나
뼈를 깎는 논쟁이 있었기에
온 세계가 모여 만찬에 들 수 있는 것
이 세상 하나밖에 없는 악기로 부산떠는 거지
지난 잘못을 이제는 다신 거론 말자
정작 상처 입은 사람은 왜 말이 없는지
우리는 알면서도 모른 척, 현재의 실상에 박수를 치는 거지
돌아서는 내가 두렵다
내일은 언제나 다이어트, 뚱뚱하게 내리꽂는 비의 변곡점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너도 두렵다
야누스를 복면한 빗방울들이
어느 복지관 굴뚝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저녁
[박정원의 시에서 시를 찾기]
시작과 끝, 과거와 미래처럼 상반된 존재를 공존 속에서 통제한다는 “야누스(Janus)”의 두 얼굴이 떠오릅니다. “빗소리”처럼 우울하게 연주되는 “붉은 첼로”는 삶과 죽음의 “변곡점”을 상징합니다. 깊은 철학과 미학의 사유를 불러오는 이 시는 2024년도 ‘울산문학상’ 수상작이며, 시집 『붉은 첼로』(2014. 시와세계)의 표제시입니다. “깨달음의 현”은 오늘도 ‘소리 없는 소리’로 다가와, 우리네의 또 다른 일상을 첼로의 낮은 음역으로 흔들어줍니다. 바야흐로 혼돈의 계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