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한국세법학회 회장)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한국세법학회 회장)

대한민국은 2025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현재 우리는 제대로 된 정치가 실종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의 미래를 위한 준비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국가를 사람의 몸에 비유하면, 세금은 생명력을 유지시키는 피와 같다. 따라서 세금은 반드시 걷어야 하고, 잘 걷어서 잘 써야 한다. 2025년에는 이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1950년 한국전쟁으로 국가의 주요 생산 기반이 파괴되었던 시절, 1953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GNP)은 67달러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다. 그러나 2024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약 36,194달러로 추정되며, 70여 년 만에 약 540배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제 한국은 세계 10대 강국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세가 계속될 수 있을까?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의 강점이 유지될 수 있을지, 그리고 저출산 문제와 인구 감소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해야 한다. 2024년 기준 대한민국의 총인구는 약 5,126만 명이며, 출산율은 0.68명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한국은 미래를 설계할 때 일본, 미국, 그리고 북유럽 국가들을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어려움을 겪었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에서 2023년 한국에 추월당했다. 2023년 한국의 1인당 GNI는 36,194달러로 일본의 35,793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처럼 장기 침체에 빠지지 않도록 교훈을 얻어야 한다.

2025년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시작되면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와 법인세 세율 인하 여부, 디지털세 관련 변화 등이 한국 경제와 세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 정책은 높은 세율과 강력한 사회보장제도를 기반으로 한다. 이처럼 세제와 복지를 긴밀히 연결하는 정책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은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복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국민이 세금을 부담하면서도 공정한 복지 혜택을 누린다고 느껴야 조세 저항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상황과 국민 신뢰 부족은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2025년의 정치 환경에서는 감세 논의가 우세할 가능성이 높아,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는 쉽지 않을 것이다.

조세부담률(국내총생산 대비 국세와 지방세 비율)과 국민부담률(조세부담률에 사회보장기여금을 포함한 비율)은 중요한 지표다. 2022년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23.8%로 OECD 평균(25.2%)보다 낮고, 국민부담률도 OECD 평균(34.0%)보다 낮은 32.0%를 기록했다. 그러나 조세부담률과 국민부담률은 최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복지세제를 논의하면서도 증세를 꺼리는 상황을 보여준다.

2024년 세법 개정으로 2025~2029년 동안 3,090억 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복지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보여준다. 한편, 세제를 단순화하고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개인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상속세, 증여세의 5개 세금을 중심으로 단순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 지방세는 각 지방의 특성을 반영해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세정 혁신 역시 중요한 과제다. 국세청은 국민이 세금을 실수 없이 납부할 수 있도록 돕고, 고의적 탈세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AI 기술을 활용해 세정 서비스를 개선하고, 탈세 대응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국세청은 납세자를 잠재적 탈세자로 보는 관행을 버리고, 서비스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은 선진국의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세제와 세정을 갖춰야 한다. 세제와 세정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을 넘어, 한국만의 현실에 맞는 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며, 세제와 세정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새해에는 국민들이 세금으로 머리를 아프게 하지 않고, 전문가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맡길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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